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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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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3일 17시 03분 등록

글을 쓰는 행위는 다분히 자기 고백적인 퍼포먼스다.

글은, 말과 달라서 누구라도 연필을 쥐거나 자판을 두드리기 전에

꼭 한번은 머뭇거리게 만든다.

 

아무리 조심성없는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쓴 글의 맞춤법이 틀렸다거나 논리적 허점이 보인다 할라치면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야 할 정도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공중에 흩어지지만

글은 어디에건 자신의 발자국을 남겨 스스로를 검열하기 때문이다.

 

글은 정직하다.

애써 꾸미고 아닌 척 하여도, 읽는 이가 조금만 더 심혈을 기울여 읽다 보면

글쓴이의 무지와 거짓이 빤히 드러나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섣불리 글을 쓸 수 없다.

 

자칫 내가 쓴 글이

스스로를 옥죄고, 스스로를 심판하며, 스스로를 단죄하게 될까 두렵고 겁난다.

 

매끄러운 혀로 달콤한 입술로 감언이설하여도

나의 두 손은 거칠고 억세다.

섬섬옥수가 아니라 보이기 무안하다만

말이 아닌 쓰는 데에는 이만한 무기가 없을 줄 안다.

 

IP *.51.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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