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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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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4일 15시 20분 등록



사극 ‘선덕여왕’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담소를 나누는 휴식시간에도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장면은 미실이 독약을 먹고 자살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미실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미실이 드라마에서 사라지고 난 이후에는 드라마의 인기가 조금 시들해졌습니다.

‘선덕여왕’의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 중에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실이 반란에 실패한 후 대야성으로 피신했을 때 덕만 공주가 난공불락인 대야성을 점령하기 위해 전략을 짜는 장면입니다.

덕만 공주, 비담, 유신 세 사람은 대야성을 점령하기 위해 전략을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비담은 병력을 사용해서는 대야성을 점령할 수 없기 때문에 전공법보다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강에 독약을 풀어 성 안의 모든 사람들을 죽이자고 합니다. 그러나 유신은 강에 독약을 풀게 되면 군사는 물론 선량한 백성들까지 죽게 되고 대야성도 초토화되어 다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이 된다고 독약을 풀 것을 반대합니다.

이 말을 들은 덕만 공주는 두 사람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갈등을 느낍니다.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후에 덕만 공주 이렇게 말합니다.

“비담의 전략을 쓰기도 하고 쓰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말에 비담과 유신은 혼란에 빠집니다. 쓰기도 하면서도 쓰지도 않을 것이라니. 이 말처럼 모순된 말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덕만 공주는 독약을 푸는 전략을 쓰면서 쓰지도 않는 모순된 전략을 사용하였습니다. 강에 실제로 독약을 푼 것이 아니라 헛소문만 퍼트린 것입니다. 실제로 독약을 풀지 않으면서 독약을 풀 때 나타나는 공포만을 추출하여 적을 공격하면서 백성을 살리는 묘수를 생각해내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방법입니다.

요즈음 이런 리더십을 가리켜 ‘패러독스 리더십’이라고 칭합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방법들 중에 한 가지만을 택하는 양자택일식 리더십이 아니라 두 방법을 공존 또는 조화를 시키는 리더십을 말합니다. 딜레마적 상황에서 서구의 합리적인 방법은 진실 또는 거짓, 선 또는 악 등과 같이 상호 대립적인 요소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합니다. 반면에 패러독스적 관점은 딜레마적 상황을 오히려 새로운 균형과 조화를 시도하는 기회로 활용합니다. 패러독스적 관점은 동양적 사고방식과 맥을 같이 합니다. 콜린스와 포라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or 관점보다는 and 관점이 성공하는 기업의 특성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최근 사람들이 창의성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창의성의 본질은 패러독스입니다. 상충적인 요소 간의 결합과 조화는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창의성의 개념과 통합니다. 위기가 기회다, 죽어야 산다 등 역설적인 진리들은 패러독스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 것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고 서로 옳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갈등하는 상황에서는 패러독스 리더십이 처방약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이런 상황에 빠졌다고 생각이 든다면 ‘패러독스’를 떠올려 보든 것만으로도 덕만 공주처럼 새로운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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