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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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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4일 05시 51분 등록

모든 강에는 발원지가 있기 마련이다. 발원지에서 출발한 물은 여기저기서 새로운 동지들을 규합하며 세력을 키우다가 일부는 지류가 되고 일부는 강을 따라 흘러 바다에 다다른다.  나에게 이것은 내 삶을 통해 구현하고픈 신화가 우리 시대가 원하는 신화에 포섭되는 미래의 장면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내 삶에서 먼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 즉 신화가 잉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내가 지각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내면의 목소리는 결핍된 헤모글로빈을 요구하는 외침이며, 결국 나는 나의 얘기를 하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나에게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창조놀이의 하나인 책과 강연으로 모임, 그리고 경연 연구원을 지망하면서 쓰게 된 개인사 덕분에 나의 내면이 한층 선명해졌다. 개인사를 작성하면서 나는 지나온 삶을 관통하는 한가지 키워드를 얻었다. 소통이다. 과거로부터 발원하여 미래로 흘러갈 이 江을 통해 나는 <골방에서 광장으로>라는 신화를 창조해 볼 작정이다. 홀로 경영해야 할 시간이 많았던 유년시절, 관계의 거울로 객체로서의 를 인식할 기회가 부족했던 아이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과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골방이라는 홈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세계를 꿈꾸는 것으로 극복하려 했다. 정작 나는 뒤로 빠지고 내가 창조한 세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고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 큰 어른인 마이클 잭슨이 네버랜드에 집착한 배경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런 과거를 밖으로 드러낼 만큼 나에게 내공이 길러졌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캠벨이 인생의 후반기에 우리는 내면으로 돌아선다. 이것은 해방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나는 가족과, 회사와, 사회와 소통의 기운을 북돋는데 인생 2막의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나를 구원한 경험이라면 들꽃 같은 생명력으로 타인의 삶에 번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길을 깨달은 또 다른 영웅 또한 나와 우리의 인생에 뜨거움을 선사하는 봉화꾼이 되어 들이닥칠 날이 있을 것이다. 주성치가 감독한 쿵푸허슬을 보자.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빈민가 '돼지촌'에 위기가 닥치자 천대받던 무명의 서민들이 강호의 고수라는 본색을 드러낸다(한마디로 영웅본색이다). 그들 중 일부가 희생되고 마을 사람들의 단합된 저항에도 불구하고 무림지존 앞에 마을이 점령당할 찰나 해피엔딩을 이끈 건 누구였나. 열등감에 허세를 일삼던 떠벌이 주성치가 아니었던가.

 

이 영화는 우리의 의식과 우주의 신비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존재인 신화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의 형태로 설명해 준다. 고난의 상황에서 마을 주민 몇몇의 의식이 깨어나자 그것이 마을 전체로 확산됐고,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당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성치마저도 각성하여 마을을 위기에서 구한다. 신화에는 우리 안에 있는 힘을 통합해주는 DNA가 숨겨져 있다. 다만 신화의 주인공으로 서기 위해서는 나의 운명을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확신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실행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IP *.35.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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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2.14 21:50:30 *.209.239.32
구선생님께서 '내가 기획하는 세상'으로 빨려들어간
상징적인 나이 '마흔 세 살'에
새로운 땅에 첫 발을 딛는 상현님을 응원합니다.
소통, 해방, 들꽃같은 생명력, 통합...
그 소중한 키워드를 살아내는 첫 걸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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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4 23:10:47 *.35.157.2
그렇게 돼야지요 ^^ 무엇을 꾸준히 한다는 건 좋은 습관같습니다.
성장하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조만간 봄소식이 오겠네요.  음력 설은 좋은 게 한달정도 부지런히
워밍업하면 새해기운을 머금은 채 봄을 맞이할 수 있잖아요.
선생님의 봄도 풋풋하게 시작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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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2.15 18:34:41 *.154.57.140
소주잔을 같이 할 분을 찾은거 같군요. ㅎㅎ
언젠가 강을 따라 걸으면서 <피네간의 경야>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골방에서 광장으로... 인생2막, 숨겨진 DNA에 대한 믿음
같은 길에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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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5 22:05:51 *.212.68.201
작년에 처음 '신화와 인생'을 읽고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다가 중간에 접었습니다.  어렵더군요. 저는 아직 조이스가 얘기한 '부적절한
예술'에 익숙한가 봅니다ㅎㅎ 조만간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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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
2010.02.15 18:47:56 *.38.153.141
"관계의 거울로 객체로서의 를 인식할 기회가 부족했던 아이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과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골방이라는 홈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세계를 꿈꾸는 것으로 극복하려 했다"....ㅎㅎ...상현님다운 표현..나도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좋은 글 감사..ㅎㅎ...좀 더 힘을 빼면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  듯...계속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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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5 22:07:58 *.212.68.201
Good coach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내년도에는 서아님이 이 레이스에 참여하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애정어린 조언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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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15 20:29:58 *.53.82.120
제 동생이랑 이름이 같으셔서..
동생이 저 몰래 지원했나 했답니다.
남매가 나란히 연구원이 되도 멋지겠다..함서 말이죠..

근데
저보다 훠~얼씬 선배님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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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8 08:40:27 *.236.3.241
우연찮은 인연이네요. 좋은 결과 맺으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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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06:18:49 *.106.7.10
첫마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으세요 ^^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 '골방에서 광장으로' ...
제 마음을 두드린 글귀들입니다 ㅎㅎ

이번 주는 만만치 않네요.
연휴 후유증에서 벗어나 얼른 다시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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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8 08:50:22 *.236.3.241
1천페이지짜리 책 읽느라 요즘 골병들고 있습니다 ㅎㅎ

빈혈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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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윤태희
2010.02.17 10:21:46 *.219.138.90
골방에서 광장으로,  오라버니 멋져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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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18 08:45:47 *.236.3.241
쑥스럽지만, 멀리서도 늘 마음을 나누어 주어 고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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