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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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제목 : 심봤다!
‘유용한 것이 진리다’ 라는 실용주의와 ‘실험할 수 없는 것은 진리가 될 수 없다’ 라는 논리실증주의처럼, 일면 비슷하면서도 구별되는 사상의 세례 받은 사람에게, 신화의 세계가 그와 지척의 거리에 있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과학과 신화가 양립할 수 있는가? 라는 보다 더 익숙한 표현으로 바꿀 수도 있겠다.
먼저, 논리실증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신화는 실험[테스트] 자체부터가 곤란하므로 그들의 말로 하면 ‘무의미(meaningless)’ 한 명제에 불과할 것이다 – 예선탈락이다! 다음으로,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신화에 대해서 상대적으로는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신화와 관련된 유용성(usefulness)은 단기간에 쉽게 나타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여기에서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 와일드 카드로 예선을 겨우 통과하는 정도일 것이다! 이렇듯, 현실과의 거리감이나 모호성으로 인해 신화가 나와 같은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한편에서는 신화학이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들에게 인간에 대한 통찰을 주고, 용기와 이상을 가르쳐 준다고도 한다.
이렇듯 상반되는 상황에서, 신화는 나에게 무엇이며 또한 무엇이 될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해본다.
이런 이미지를 떠올려 보게 된다. 커다란 나무 모형을 이용해 생명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자연사박물관의 계통도 같은 것 말이다. 흔히 잎사귀가 달리는 맨 끝 가지에 현생인류로부터 시작하여 본가지 쪽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미생물 그리고, 맨 아래 굵은 나무 밑동에는 고대식물 등으로 구성된 모형을 생각할 때, 신화의 세계는 오랜 인류역사에서 그 커다란 밑동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의 모든 다양하고 파편화된 생명과 세계의 근원이며, 원형이며, 원전인 – 왜곡이나 망실이 없는 ‘오리지널’!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신화에는 비록 감춰져 있지만, 강력한 힘과 차별화된 처방전이 있는 것은 혹시 아닐까?
작은 고민은 한 개비의 담배나 한 잔의 술이, 조금 큰 고민은 친구나 선배가, 더 큰 고민은 배우자나 부모님이 해결해 주듯, 우리가 겪는 몇 번의 큰 재난은 오래 전 우리 근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화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강력한 힘이 신화 속에 묻혀있는 것은 혹시 아닐까? 그래서, 내가 처한 팍팍한 현실에서, 신화 속 영웅의 모험을 복제하려는 나에게 용기와 응원과 홍익(弘益)의 정신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실용주의와 논리실증주의를 좋아하는 – 신비주의와 관념론을 벗어났다고 자부하는 – 나와 같은 현대인들에게 신화는 어쩌면 아직 뽑지 않은 아더왕의 검일지도 모를 일이다.
심봤다!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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