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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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미는 니가 참 차겁다 못해 숫제 미서워. 워치기 그리 에미헌티 미섭게 대헌다니. 에미가 원체 밉고 싫어도 그란 벱이 워디있간. 제아무리 잘나고 똑똑혀도 그건 안되는겨. 니 나이 사십이 니열 모리면 즉은 나이가 아녀. 인저는 동생덜 앞이서 쓸디읎이 요상헌 소릴랑 말란 야그여. 애덜두 널 닮아가서 날 아주 무시허는구먼. 갈수록 더혀. 워째 누덜은 내 배 아파 난 자식덜인디두 하나겉이 에미 알기를 발구락에 때 만큼두 안 알어주는겨. 아니, 연태껏 사랑 타령을 허믄 나더러 워쩌라는거여. 이 시상에 자식새끼 사랑 안 허는 에미가 워딨다구. 다 사랑 혀줬어. 아닌 중 아남. 여적 좋다구 잘 지내 놓구선 왜 새꼽맞게덜 에미를 잡아먹을라고 허는지 통 모르겄구먼. 깐난쟁이쩍 사랑을 워치기 다시 달란 말이여. 내참.
접때버텀 쌀쌀맞은 거야 그러려니 혔는디 시방은 웬만혀야지. 워디가 션찮었다구 그려. 누덜헌티 똑겉이 혔다고는 뭇허지먼 줄만치 다 줬다니께. 근디 누덜은 워째 사랑덜 뭇받었다고 생난리덜인겨. 당최 왜덜그려. 그걸 말이라구 허남. 니 아베 만나 살믄서 고생 고생혀서 낳구 켜줬더니만 이제사, 것두 지 아베두 읎는디 날더러 워쩌라구덜 그려. 뭇배운 니 에미 무시허믄 뭇쓰는겨. 핵교 댕기메 뭘 배운겨덜. 대학까정 다 댕긴 것덜이 뭘 을매나 잘 배워서 에미 알기를 그리 아는거여. 내 속이 아주 다 탄다니께. 이제사 뭘 워쩌라고덜 돌아가매 작정을 허고 닥달을 허는겨. 워디 자식새끼덜 미서워서 살겄어. 전생에 뭔 죄를 그리 지구와서 이모냥으루 사는지 괴로워 죽겄구먼.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누덜 그거 알기나 혀.
그려. 니 말대루 아들 낳자구 내리 낳은 거여. 딸이 다섯이나 나올 중 누가 알았겄어. 그려. 다섯 째 낳구는 돌아눴구먼. 을매나 화가 솟는지 그땐 딱 죽구시펐다니께. 용하다는 점쟁이까정 찾어 댕기매 노력해서 낳는디 또 딸인겨. 환장허지. 아무두 뵈기 싫었어. 그냥 그랬다니께. 그게 다여. 어채피 낳은거구 그리구선 잘 켰잖여. 긔가 다 커설랑은 이 모냥을 허구 앉았을 중 워치기 알았겄어. 알믄 부러 그렸겄어. 나두 사람이여. 뭇배웠지만 그건 배운다고 아는 거 아닌겨. 그냥 아는거지. 알어주는 늠덜 읎어두 끼니 안 걸러가매 켰는디 워째 그늠은 그 모냥인겨. 이 에미두 긔만 보믄 대번 한숨부터 내 쉬는구먼. 꿀 먹은 벙어리모냥 입 꼬매구 들어 앉았는 애를 워쩌란 말여. 난리굿을 혀도 끄덕읎어. 워칙헌디야.
탈도 많고 탓도 많은 시상이니께 긔는 그렇다구 혀. 아니, 누덜은 또 왜 그러는겨. 결혼허구 힘들여 애쓰구 고생혀서 애 낳는 거 딸 가진 에미가 모르믄 누가 알겄어. 근디 누덜까지 연태껏 주욱 딸만 낳는 거, 난 참 기가 맥힐 노릇이 따루 읎다니께. 넘덜 잘 낳는 아들 좀 섞어가매 낳아도 좋겄구먼 워째 그걸 에밀 닮은겨. 그럴 필요 읎을텐디두 내가 연즉 딸을 낳는 거 같어서 몸뗑이가 쪼그라드는 거 같다니께. 워째 아들 하나를 뭇 낳는겨. 그늠으 아들 하나만 있으믄 시상이 달라지는구먼. 넘덜이 월매나 좋아허는 중 누덜이 물러서 그려. 이 에미는 생전 츰으루다가 축하라는 걸 받아봤다니께. 어깨가 쫘악 펴지더라 이 말이여. 누덜두 어깨 쫙 피고 살란 말을 뭇 알어들으믄 워쩔껴. 시방은 뭔소린 중 알아먹는겨.
시상이 변혀서 인저는 아니라구 혀두 있는 늠덜 소리여. 암만. 그려서 사위덜이 딸 낳고 좋다구 허는 거, 맨 다 그짓말같어. 장모 앞이서 부러 그러는 거 같어서 영 찜찜하다니께. 서운허믄 서운허다구 혀야지. 그게 솔찍허니 진짜 아녀. 츰버텀은 물러두 둘째두 딸이믄 서운허잖여. 천상 더 낳지두 않을 거니께. 그 서운헌 사위 앞이서 내가 워치기 고갤 드냐 말이여. 내 딸이 헌 짓이잖여. 내가 낳은 딸이 고생한 거잖여. 내 딸이 서운헐 꺼 아녀. 근디 워치기 고갤 들 수 있냐 말이여. 그려 안 그려. 것다 대구 냅다 에미헌티 '사랑헌다'는 말 허지두 말라구. 그려 관둬. 그려도 이 시상 언늠이 뭐래도 난 니 에미여. 너두 애 낳아서 둘이나 켜 봤잖여. 난 그냥 니 에미여. 아즉두 그걸 모르믄 망한거여. 아닌감. 워디가 워치기 잘못인 중 알란 말이여.
사랑 나부랭이, 그려 나 물러. 해방둥이가 시골서 핵교 구경 간신히 한 게 단디 뭘 지대루 배웠겄어. 허연 쌀밥 귀경허기가 하늘에 별따기 였는디 사랑이 뭐여. 챚으야 그런게 있는지두 물르구 컸다는 거 아녀. 개갈 안 나는 소리란 말여. 요새야 누덜이 배 곯지 않구덜 한갓지게 사니께 사랑 타령두 그리 하찮게 허는지 물러두 우덜 클땐 먹는 거믄 만고땡 이었다니께. 에미는 그게 사랑이여. 누덜 밥 멕이는 게 사랑인거여. 내가 누덜을 을매나 사랑혔는지 워치기 설명하믄 알아먹는겨. 워디 있간 숫제 볼 중 아는 누덜이 찾아서 죄다 가져가믄 좋겄어. 워쩌다가 이런 야그까정 쏟아가매 살어야 허는거여. 웬만큼 뒤적대믄 찾아지긴 허는겨. 암껏두 모르는 에미는 진드근히 젼디면 되남. 워치게 허라는 야그여. 답답혀 죽겄구먼. 넘덜두 그렇다남.
***
4년 전쯤, 엄마를 생각하며 그냥 써 본 글입니다.
다시 읽으니 새삼스럽습니다.
오래 전 오늘 새벽, 첫딸을 낳았을 엄마를 떠올립니다. 내 사랑,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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