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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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때는 어느 책에서 소개된 ‘존 스튜어트 밀식 독서법’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였다. 그 책에는 이 독서법을 실천하면 마치 천재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할 만큼 다양한 실례들이 나와 있었다. 정말 천재가 될 수 있는 걸까? 하는 마음에 실천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소개가 됐던 책이 베스트셀러이기도 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독서법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런지 어느 카페에서 모임을 찾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읽게 된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고 급기야는 말장난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후로 모임 안에서 철학 강좌를 듣기도 했지만 철학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잔뜩 사다놓은 책들을 보기가 무색하게 그 모임에는 더 이상 나가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철학이 나에게 준 첫 느낌은 어려움이었다.
서양 철학사를 읽을 때도 집중을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인물들의 이름조차 헷갈리기 시작하니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안의 글자들이 나에게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런 와중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악덕을 큰 죄책감 없이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마음에 중심을 잡아 줄 튼튼한 뿌리가 없었기 때문에 만행이라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을 서슴없이 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러셀은 “한 시대와 한 민족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각각에 속한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바탕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그렇다고 본다.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아니 있는 그대로 라도 인정이 될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차오를 때가 있었다. 내 존재자체가 불안하게 느껴졌고 그 불안함 때문에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날 붙잡아 줄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내 중심이 없었기에 사람들 말에 쉽게 휩쓸렸고 그 중심을 찾으려고 더욱더 다른 이들의 말에 집중하고 매달리기도 하였다. 내 틀이 너무 강해서 옳고 그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누군가 자기중심이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자기중심이 제대로 서 있으면 타인의 불편한 행동들에 그렇게 마음이 요동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그동안 내가 무엇 때문에 내 기준에서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보면서 흥분하고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에 대한 다른 사람의 동의도 받아야 내 생각이 맞았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감을 느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중심, 내안의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든든한 바탕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이 아닐까 한다. 철학이 세상을 보다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되어주고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각자 안에 기준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그 바탕의 양분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 시대를 풍미한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의 존재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뉴스를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되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개개인에게 올바로 중심을 세워줄 수 있는 철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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