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 조회 수 2651
- 댓글 수 6
- 추천 수 0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아이나 어른이나 끊임없이 대상을 바꾸어 가며 만족의 최대치를 추구하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A가 되길 바라다가 그것이 이루어지면 그 성취를 기뻐하기 바쁘게 곧 또 다시 다른 목표 B 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 다음엔 또 다른 목표들인 C,D가 마음 속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살아가면서 만족이 오래동안 지속되지 않는 문제로 민감해질 때, 내 생각과 판단의 기준이 되어주는 뼈대와 같은 철학의 부재로 인해 그 동안 쌓아놓은 삶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마치 예고 없이 찾아와 모든 것을 흔들어 무너뜨리고 가버리는 지진과 같이 말이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그런 느낌이 들게된 바로 그 시점부터 우리는 부정적인 철학자가 되고 만다. ‘내가 왜 살지?’, ‘사는게 이렇게 재미 없고 그 의미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식이라면 사는게 너무 힘이 들다.’ 등등의 생각이 깊어지면서 사람들은 가끔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떠올리고는 한다.
자살 이야기를 하다보니 2년여 전쯤 자살을 택한, 남이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았던 유명 탤런트의 죽음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같은 동시대를 살았고, 독버섯처럼 강인하게 살았던 그녀를 난 참 좋아 했었다. 아침 그녀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이틀 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정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었다. 사는게 무얼까?……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그녀의 삶에 빠진 것 하나는 무엇이었길래 죽음을 선택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녀만의 삶에 대한 철학이 부실하기에 갑자기 닥쳐온 시련에 무너지고 말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은 쉽게 망각하고 불만족은 오래 기억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에 의해 비틀어진 판단의 문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사람들이 불만족만을 생각하는데 쏟아붇는 에너지를 자신이 그 동안 느꼈던 만족스러운 순간들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에 쓸 수 있다면 세상에 이런 슬픈 일은 일어 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런 반문을 통해 나를 돌아보니 문득 나를 나답게 하고 좋은 날들을 향유하며 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이나 생각을 재보수해 보다 개선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삶의 기초를 ‘나의 생각과 견해를 확실히 표현하여 나를 나답게 만들어 나간다’ 라는 명제로 정한 후 나의 인생 설계 도면을 새로이 그리고 기초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공사를 하게 되면 먼저 주변부터 정리하고 땅 고르고 기본 골조가 올라간 다음 외벽이 쳐지고 인테리어와 아웃테리어로 마감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나의 철학을 다시 세우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의 현실 생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게 우선이었다.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정리에 들어가려니 참 할 것이 많았다. 나빠지는 데는 노력이 필요없지만 좋아지는 데에는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해보지도 않고 주저 앉아 버리는 무기력증을 내다 버리고 관계 정리에 들어갔다. 관계 정리가 되지 않는 이상 나의 발전을 기대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관계란 가족 관계를 포함하여 내가 알고 지내는 모든 인간 관계를 말한다. 관계를 정리 하다 보니 내 기본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난 언제나 ‘YOU GO FIRST(너 먼저)’였다. 나는 항상 남부터 생각하고 그 다음에 나를 생각했다. 아주 작은 예를 들어보자면 오늘 내가 먹을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아주 간단한 문제의 경우에도 평소 내가 좋아하거나 그날 유독 구미가 당기는 메뉴를 선택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있는 경우에는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따랐다. 이런 행동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또 살아가며 남에게 좋은 인상으로 보여지기에는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런 나의 태도는 작은 문제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고 점점 확대되어 큰 일에도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이야기 하지 못 하고 남의 의견을 따르기만 하는 경우로 확대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늘 속으로 불평, 불만이 쌓여 내 몸에 남는건 병 뿐이었다. 그러고나니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다. 이렇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삶의 만족이라고 하는 기초가 부실하기 때문에, 이 기반 위에 서게 되는 튼튼한 골조(철학)가 부실하여 나의 삶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 하고 멈춰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속상한 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나의생각이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나를 인정 받기 위해서인가? 나 자신이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할 수 없는 걸까 ? 우리가 정말 살아가는데 중요한것은 돈일까 ? 나에게 시댁은 무슨 존재인가? 다른 사람들의 행위가 내 행위를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는 건 내가 그만큼 자율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것 아닌가? 나는 자유로울 수 없는가?
이런 생각을 오래 깊이 하다보니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판단이 서게 되었다. ‘I GO FIRST! (나 먼저)’ 로 생각을 바꾸었다. 여기서 나 먼저는 이기적인 개념으로서가 아닌 이미 언급한바와 같이 무슨 일을 하든 세상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확실히 먼저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생각을 거친 뒤부터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행동을 하든 하지 않든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로와졌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내 행위의 결과로 받아들이게 되므로 억울하거나 분하다는 생각도 하지않게 되었다. 뼈대가 생기니 어떤 일이나 사건을 해결하거나 대처해 나갈 때 내 생각과 판단의 기준이 있어 힘이 생겼다. 힘이 생기니 두려움이 없어졌다. 새로이 세워진 삶을 대하는 새로운 나의 생각은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구해주며 어떤 문제에 맞닥뜨려도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다. 또한 인류의 보편적인 진리에 견주어 내가 올바른 판단을 내렸는지, 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끝없는 의문과 사고의 과정을 거쳐 나의 인식세계가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기초를 닦고 골조를 올리고 나니 내적인 치장만이 남아있다. 한 인간으로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한 보수공사가 얼마 남지 않은 기분이다. 나는 그 내면의 공간을 메꾸어 나가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다. 책 읽고 글을 쓰는 것이 그중의 하나였고 그것을 위해 연구원 지원을 하게 되었다. 글쎄 모든 보수가 끝났다해도 예고없이 찾아드는 시련들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단 준비가 되어있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나에게 철학은 골조이다. 단단한 골조 덕분에 나는 힘든 삶의 시간이라고 하는 역경 속에서 살아 남았다. 마치 지진 속에서도 살아 남은 생존자처럼 비록 지나온 시간 동안 이룬 것이 남김없이 사라져 버리고 덩그러이 혼자 남은 느낌이지만, 살아 남은 것만으로도 감사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처럼 만족을 알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덩그러이 골조만 남은 지금, 하지만 도리어 이 시간이 그 골조 위에 새로운 마음으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삶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보면서 하루라도 먼저 움직여 다시 일구며 열심히 살아 남아있는 생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누릴 것이다.
나는 지금 햇빛을, 나무의 초록빛을, 파란 하늘을, 그리고 떨어지는 비를, 이 풍만한 자연을 누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눈의 하얀빛도 마음껏 누렸다. 내가 가진게 얼마나 많은지 잊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곧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인 듯하다. 무슨 일을 하든 세상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없다면 나를 표현 할 수 없다. 나를 표현하며 긍정적인 사고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나의 인생설계 도면을 다시 그리고 재보수를 하면서 새로이 조금씩 갖게 된 나의 새로운 모습이다. 새로운 골조 위에 짓는 새로운 나의 인테리어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09 |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7] | 박미옥 | 2010.02.15 | 2321 |
1408 | 칼럼1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4] | 신진철 | 2010.02.15 | 2319 |
1407 | 이 순간을 누추하게 하는..... / 이철수 [2] | 지금 | 2010.02.19 | 2249 |
1406 |
딸기밭 편지 8 / 아들 소식 ![]() | 지금 | 2010.02.19 | 3439 |
1405 | 2.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6] | 맑은 김인건 | 2010.02.19 | 2789 |
1404 |
[오리날다] 영혼이 따라올 시간 ![]() | 김미영 | 2010.02.19 | 2154 |
1403 |
구본형 선생님께 ![]() | 지금 | 2010.02.19 | 2495 |
1402 |
[오리날다] 어미 ![]() | 김미영 | 2010.02.20 | 2156 |
1401 | 2.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노미선) [5] | 별빛 | 2010.02.20 | 3214 |
1400 |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11] | 박미옥 | 2010.02.20 | 2217 |
» | 컬럼 2주차-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6] | 이은주 | 2010.02.21 | 2651 |
1398 | [여행의 철학] 여행은 최고의 자기계발이다 | 아름다운 길 연구가 | 2010.02.21 | 2396 |
1397 | 2주.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11] | 미나 | 2010.02.21 | 2104 |
1396 | 칼럼2.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3] | 이선형 | 2010.02.21 | 2457 |
1395 |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6] | 박상현 | 2010.02.22 | 2403 |
1394 | 두번째 에세이_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2] | 김혜영 | 2010.02.22 | 2099 |
1393 | [6기후보칼럼2] (나에게) 철학 알기와 도 닦기 [3] | 심장호 | 2010.02.22 | 2331 |
1392 | <2주> 김창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2] | 야콘 | 2010.02.22 | 2294 |
1391 | 철학이란 무엇인가? [7] | 윤인희 | 2010.02.22 | 2170 |
1390 |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2] | narara | 2010.02.22 | 2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