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최우성
  • 조회 수 2160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10년 2월 22일 10시 50분 등록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

나는‘정의’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주변사람들에게‘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혹은‘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식의 질문을 많이 하곤 했다. 그럼 대부분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고만해라. 지난 주에도 물어봤거덩!!”


엉뚱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책의 문장이나 영화의 대사, 좋은 시 등에서 멋진 정의를 만나면 따로 적어놓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랑 - 온 우주가 단 한사람에게 좁혀지는 기적 (줄리아 로버츠)

용기 - 절망 속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능력 (김형경)

자살 - 치명적으로 불발된‘도와 달라’는 외침 (알프레드 알바레즈)

천국 -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에 머무르는 것

키스 - 심장의 지진 (바이런)

기억 - 일생을 살아가는 연료 (무라카미 하루키)

죽음 - 더 이상 모차르트를 들을 수 없다는 것 (아인슈타인)

인생 -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 (구본형)


#

어렸을 적 읽었던 책 중,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지혜 주머니’에 대한 동화였다.
인생의 어려운 선택과 마주쳤을 때, 지팡이를 짚은 흰 수염의 스승이 건네 준 지혜 주머니를 열어서, 문제를 근사하게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었다.


청소년기에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대학을 갈 때는 무슨 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20대에는 직장생활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결혼할 배우자를 선택할 때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삶의 전 기간에 걸쳐, 다가오는 질문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원치 않는 문제 덩어리들이 나에게 다가오는지?

내 삶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나에게도 지혜주머니가 있었으면!’하는 동심어린 생각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


삶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의 총합이고, 중요한 선택은 그때마다 나의 가치관을 요구했으나,‘이걸 어째?’나는 세상에 내놓을 가치관이 없었다. 그 댓가로 나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인생이라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지혜 주머니를 자주 생각했다.
짠! 하고 나타나서, 그런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거라...하고 질문의 답이 적힌 족보를 건네주는 흰 수염 달린 노인네.
그 노인네를 만나면 꼭 물어볼 생각이었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삶은 불공평하다. 남들은 항상 나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있는 것 같다.
절대적 빈곤은 줄었지만 ‘가난한 마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욕망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불행하다. 채울 수 있는 욕망은 ‘욕망’이 아니니까. 현대 문명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여 더 크게 만든다. 마케팅도 결국 ‘고객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소크라테스의 대화방법을 흔히 ‘산파술’ 이라고 한다. 지혜를 직접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지혜를 깨닫도록 도와줄 뿐이다. 틀렸음을 가르쳐 주지 않고, 스스로 사유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하는 방법이다. 이는 요즘 경영학에서 유행하는 코칭의 개념과 다르지 않다.


철학하는 의사‘니체’는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만이 자유를 누린다며,‘웃으라’말한다. 금욕의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는‘빵과 물만 있으면 신도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헛된 욕망에 휩쓸리지 말고, 삶을 건전하게 살찌우는 비전과 포부를 가지라는 것이다.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철학자는 로마시대 노예였고, 절름발이였던 에픽테토스였다.
그는 자신을 “불쌍하고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는 노예인 나는 신의 친구다” 라고 소개했다. 장난을 치다가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린 주인에게 “거 보세요. 내가 다리가 부러질 거라고 미리 말하지 않았습니까!‘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에픽테토스는 좌절에 빠진 이에게,‘세상만사가 다 그렇게 되도록 결정되어 있었어. 네‘팔자’가 그것밖에 안 되는 걸 어쩌겠어? 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가리라고 충고한다. 그는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다. 세상은 한 편의 연극이고, 나는 배우다. 우리의 지위와 처지는 배역이고, 재산은 무대 소품과 같다. 연출과 대본은 신의 몫이다. 사람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럴 때 내 삶은 의미 있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에게 깨달음을 얻은 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렇게 묻는다.“내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히려 그대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삶이 불행한 이유는 가난이나 질병에 있지 않다.

부자나라 일수록 자살자의 수도 많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내 삶의 조타륜은 타인에게 맡겨지기 마련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아등바등 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눈치를 본다. 타인의 인정과 애정을 받지 못하면 삶은 불행해진다. 삶이 불행한 이유는 철학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학문은 지식을 목표로 하지만, 철학은 지혜를 추구한다. 철학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키우는 학문이다. 철학자들에게 삶은 진리를 향해 가는 기나 긴 여행길이다.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개념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용어들, 취업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비실용적 학문?

아니다. 그것은 껍데기!


철학은 작은 이익에 매달린 나머지, 삶의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는 불빛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지혜주머니를 건네며, 먼저 길 떠난 자들이 밝히는 불빛에,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추어보게 하는 흰 수염 가득한 노인네다.


드러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순간의 이해관계에 더 얽매이지 않으며, 객관적이고 차분한 마음으로 세상의 본질을 정확히 알려는 마음. 치열한 일상에서 한 발 물러서서 넓고 깊게 세상과 삶에 대해 통찰해 보려는 의지. 무엇이 진정한 세상의 모습인지를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릴 때, 우리는 다람쥐가 쳇바퀴 위에서 경쟁하는 듯한 생활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긍정적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불행이 찾아들 틈이 없다.

절름발이 노예였던 로마의 에픽테토스처럼!

IP *.30.254.28

프로필 이미지
신진철
2010.02.22 16:49:14 *.154.57.140
와~ 훔치고 싶다.  우성님 공책.
지혜주머니, 흰수염 노인
거 보세요. 제가 잘보고 갈거라고 미리 말하지 않았습니까? (ㅋㅋ)
* 오늘은 위에 보라색 8줄만 훔쳐갑니다. 꾸~ 뻑! 감솨.
프로필 이미지
박상현
2010.02.23 08:59:34 *.236.3.241
우성님에게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망이 있는 듯 합니다.  동화의 형식을 빌어 얘기하기를
즐기시는 걸 보면 ㅎㅎㅎ
프로필 이미지
신진철
2010.02.24 03:16:10 *.186.57.133
평소..밤마다 얘들하고 훈련하신다고 하잖아요..
엄청난 내공이 쌓이지 않았을까요? 마눌님 칭찬 포인트 점수도 덤으로..ㅎㅎ
프로필 이미지
이은주
2010.02.23 15:42:23 *.83.68.7
앞으로 만나게  된다면 어떤 질문을 하실 건지 미리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철학에 대한 질문은 제발 더 이상........ㅎㅎ
보라색 정의 정말 좋은 정의네요. 외워야지.....
프로필 이미지
신진철
2010.02.24 03:18:41 *.186.57.133
8개중에 투표하라면..전 제 친구 알버트가 한 말.
더 이상 모짜르트를 들을 수 없다는 것...여기에 한표
글고 한 표가 더 있다면....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29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 김영숙 [2] 김영숙 2010.02.24 2521
2728 장사 2.0 [2] 맑은 김인건 2010.02.23 1984
2727 수도꼭지 [11] 박미옥 2010.02.22 2134
2726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7] 김연주 2010.02.22 2347
2725 칼럼2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12] 신진철 2010.02.22 2742
2724 서양철학사 (칼럼) [4] 김용빈 2010.02.22 1973
2723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3] 박현주 2010.02.22 2028
2722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 김영숙 [6] 김영숙 2010.02.22 2527
»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5] 최우성 2010.02.22 2160
2720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2] narara 2010.02.22 2121
2719 철학이란 무엇인가? [7] 윤인희 2010.02.22 2166
2718 <2주> 김창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2] 야콘 2010.02.22 2290
2717 [6기후보칼럼2] (나에게) 철학 알기와 도 닦기 [3] 심장호 2010.02.22 2327
2716 두번째 에세이_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2] 김혜영 2010.02.22 2096
2715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6] 박상현 2010.02.22 2401
2714 칼럼2.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3] 이선형 2010.02.21 2452
2713 2주.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11] 미나 2010.02.21 2103
2712 [여행의 철학] 여행은 최고의 자기계발이다 아름다운 길 연구가 2010.02.21 2392
2711 컬럼 2주차-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6] 이은주 2010.02.21 2645
2710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11] 박미옥 2010.02.20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