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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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또 말썽이다. 몇 년 전 나름 최신폰이라 구입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웬만큼 혼자 제 멋대로 꺼졌다 켜졌다 하기도 한다.주변사람들은 공짜폰도 많은데 웬만하면 바꾸라며 성화다. 특히, iPhone을 갖고 있는 친구는 나의 기계후진성(後進性)이 매우 안타까운 모양이다.
큰 맘먹고 핸드폰을 바꿀 요량으로 iPone의 장점을 묻자, 불편함을 최소화 해준단다.
서점을 가야 한다는 말에 갑자기 그 요상한 물건을 꺼내 이리저리 거리를 향해 비추더니 몇 미터 앞에 서점이 있다고 안내해주고, 궁금한 사항을 바로 인터넷으로 알려준다.그녀가 말하는 불편함의 최소화란 시간적 단축을 의미하는 듯 하다.차에는 그 흔한 네비게이션도 없다. 직업상 지방 갈 일도 많은데, 지도보고 찾는 과정이 불편하지 않다.
나는 첨단이 주는 편리함이 반갑지만은 않다. 불편함을 최소화 해준다는 것은 인간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것인데, 수고라는 것이 과연 불필요함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문제는 ‘생각하는 것’ 자체를 수고라 여기는데 있다.
시대의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속도 경쟁 즉, Speed(시간 단축)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슨 문제든 생각해 보기도 전에 검색부터 하고, 왔던 길도 기계 없이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 현대인들은 생활 속에서 ‘생각하는 힘’을 점점 잃어가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한 것일까
인간이 동물보다 뛰어난 이유는 사유(思惟)-생각하는 일-하기 때문이다.
생각에도 근육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의 힘줄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간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보는 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틀이란 한 시대의 세상을 정의하는 보이지 않는 원리, 법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은 물’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서 물이 세상을 보는 틀이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 드러나 보이는 현상은 개개인의
지각(知覺)에 따라 다르게 정의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뒤에 숨겨져 있는 보편적이고 객관
적인 관념(觀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들처럼 말이
다. 이러한 원리, 법칙, 관념을 만드는 학문이 철학이며, 우리는 철학을 통해 세상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의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세상을 사회, 역사, 자연, 혹은 신들 및 다양한 매개체로 정의 하려 시도해
왔다. 이와 같은 노력이 현재 우리의 삶을 만들어 왔다.
‘만물은 수이다’라고 정의한 피타고라스의 수학 그리고, 세상을 과학으로 정의하려던 노력들 이 눈부신
과학기술발전으로 연결된 것도 결국 생각의 힘으로 일구어낸 결과다.
사실 지금의 세상이 어지럽고 복잡해 보이는 듯 해도 실제 보이지 않은 원리와 법칙에 의해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중심을 잃고 혼돈 속에 빠졌을
것이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철학, 세상을 보는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불확실성 시대의 경쟁은 치열하다. 얼마 안돼서 최신은 구식이 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Speed에 집중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빠르게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바르게’ 가야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확하고 옳은 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바르게 방향을 잡는 과정’이 ‘생각하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 나만의
철학이 생긴다. 이를 통해 나는 주도(主道)적으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첨단기기를 통해 육체적 수고를 덜어도 좋다. 그러나, 용도의 목적이 생각의 수고마저
놓지 않길 바란다.
헤맬 것을 예상한 시간적 여유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고, 눈썰미의 직관만을 의지해야
하는 나는 점점 기억력이 좋아진다. 남들에게는 구식이지만, 앤티크라 우기는 나의 핸드폰
은 통화 기능이면 충분하다.
우매하고 고지식해 보일지도 모른다. 디지털을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크든 작든 간에 생각하고 고민하던 문제를 아하! 라고 깨닫는 희열을 나는 아직
첨단기기에 맡기고 싶진 않다. 이것이 나만의 철학이라고 하면 개똥 철학이라 비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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