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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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제목 : ‘지혜에 대한 사랑’의 여러 모습
‘철학(Philosophy)이란 무엇인가?’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주관적인 질문에 대한 가장 무난하고도 그럴듯한 답변은 아마도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s)’ 이라는 다분히 교과서적인 답변이 아닐까. 그러면, 좀 더 정교한 – 밑도 끝도 있는 – 질문이라 할 수 있는 ‘당신이 생각하는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하게 될까? 결국은 그 답도 어쩔 수 없이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답변으로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어렸을 적 교회에 다녔던 나에게는, 성경 속 위인들의 이야기가 부족했던 독서량과 신화이야기의 부재를 조금은 보완해주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지혜의 왕’ 솔로몬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이야기는 내가 오랫동안 열망하게 되는 대상을 찾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지혜에 대한 욕구’였다. 물론 그 성경 이야기가 전하는 교훈적인 스토리는 권력과 돈 또는 명예가 누가 보더라도 최고의 가치겠지만, 솔로몬 왕은 ‘의외로’ 지혜를 원했고, 결국 이를 통해 현명한 군주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에게 영향을 준 까닭이 위인에 대한 단순한 모방 때문인지, 아니면 지적 호기심의 발로인지는 이제 와서 분석할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상당기간 나는 지혜만을 바랐던 기도를 많이 하곤 했었다.
이런 지혜에 대한 바람은 대학생이 되면서 – 그 당시에는 민주화 열망이 뜨거웠다 – 나보다 못 가졌거나 못 배운 계층을 도울 수 있는 지식 또는, 도구에 대한 추구로 그 성격을 바꾸게 된다. 그래서 당시 나는 ‘배워서 남 주냐?’ 라는 소시민적인 속담을 약간 – 한 글자만 - 변형하여 많이 사용하곤 했었는데, ‘배워서 남 주자!’ 는 대시민적인(?) 구호였다.
그 이후,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지혜에 대한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되는데, 그것은 ‘정확성의 추구’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좀 더 부연하자면, 기존의 권위나 선입견과 당파성에서 자유로운 오리지널한 지식의 추구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까닭인지, 나는 우리 속담 중에서 ‘가재는 게 편’ 이라는 속담을 가장 부끄럽게 생각했었는데. 이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것은, 우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 대상 외에 다른 요인들을 최대한 격리시켜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판단자가 처한 환경을 우선시하여 평가하거나, 그 판단이 미치는 영향을 미리 생각하고 선택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전에 선호하는 결론을 유도하려 견강부회를 일삼거나 해서는 절대로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소통의 부재와 끊임없는 대립을 낳고 지속적인 진보를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직성의 결여로 인해, 우리 주위에 시끄러운 이슈가 있는 곳은 어디나 양보와 타협에 의한 결론 도출 대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양상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렇듯 불편부당한 지식에 대한 추구는, 일차적으로는 정확성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것이며, 결국에는 대부분의 경우 – 진리와 정의는 같은 것은 아니므로 모든 경우는 아니다 - 정의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며, 진보의 행진을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것이다. 결국, 일상에서 행해지는 이러한 정확성 추구의 습관은 나의 인생관과 가치관 형성에 지속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혜에 대한 사랑’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그 성격이 소극적이냐 적극적이냐에 따라 또한, 개인적이냐 사회적이냐에 따라서 각각 지적 호기심으로, 사회진보의 도구로, 정확성의 추구로, 권위에 대한 저항 등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왔던 것 같다.
물론,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데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중용의 도’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확성에 대한 추구 즉,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정직하지 않고서는 중용의 도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리라고 생각해본다.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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