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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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스콧 니어링
죽음, 영혼이 떠나버린 주검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떠난 것은 무엇이고, 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육신의 껍데기는 잠을 자는 평소의 모습과 같아 보이는 데, 숨도 쉬지 않는 내 눈앞의 이 주검은 살아 있는 나와 무엇이 다른가. 살아 있게 하는 것과 죽은 것을 나누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그 날고 드는 숨 속에 뭔가가 비밀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또 주검만을 남겨두고 사라져 버린 그것은 무엇인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고, 그곳으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나도 결국 때가 되면 이렇게 되겠지. 지금껏 내가 보아 온 그 누구도 예외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나도 사라지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땅에 묻혀 사라지는 육신처럼. 그럼,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고, 아등바등 몸부림치면서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과 깊은 허무에 빠지고 만다.)
나만 그랬을까? 아니다. 지금 나처럼 한숨을 안주삼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거나, 처자식 놔두고 일찍 가버린 친구의 문상을 다녀오면서, 먼저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살면서 몇 번씩은 이런 고민을 했을 테다.
아무리 그래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해는 뜨고 주섬주섬 옷을 꿰차고 불편한 속을 달래는 둥 마는 둥 마눌님의 핀잔을 뒤로 하면서, 또 다시 먹고살아야 하는 터전으로 나서면, 또 하루가 그렇게 잊혀져가곤 했다.
사람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태아는 엄마의 뱃속에서 그간 인류가 탄생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진화과정을 되밟는다. 세상에 나오기 전, 우리의 육체는 그렇게 준비되고 만들어진다. 육체만 그럴까. 혹자는 우리 모두의 DNA 속에 내가 만들어지기 까지 관여했던 모든 선조들의 정신적 자산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기질과 성격, 생김새. 어느 누구 하나 똑같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의 무의식과 잠재력 속에 감추어져 있다고 한다. 간혹 나도 모르게 나를 몰입시키고, 시간을 잊을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그 무엇들이 바로 그 비밀을 찾아가는 열쇠라고 한다.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사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게 충만한 삶을 살고 나면, 죽음은 더 이상 미련남기지 않는 홀가분함이고,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탄생으로 이어지는 기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직 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찌 알 도리가 없을 뿐이다.
러셀의 「서양철학사」. 도대체 그는 이 책을 저술하면서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들과 많은 사람들의 삶이 러셀, 자신의 정신세계로 응축되어 들어와 불꽃이 튀고, 흙탕물이 일다가 천천히 하나로 가라앉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그리고 자신의 책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기적을 행하게 될 거란 생각은 해봤을까. 혹시 그것이 우리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가는 건 아닐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몇 가지가 가슴에 남는다.
또 다시 일주일 만에 돌아온 마감시간에 쫓기면서 도대체 이 늦은 새벽까지, 딱딱한 양장본 표지에 천 페이지가 넘는 기가 막히는 분량하며, 아무리 읽기 쉽게 쓴 입문서라고는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꼬여가는 개념들과 자신의 무지와 천박함에 시달려 가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당장의 뭐가 나오는 것도 아닌 이 일에 내가 이처럼 매달리고 있는 것은 왜지?
나에게 철학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어떻게 살겠다고 답하는 것이다.
자연과 화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좀 더 자주 나를 들여다보면서 살기로 맘먹었다.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고통까지도 함께 껴안고 춤을 추겠다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살겠다는 그런 다짐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가기 시작했던 성당과 모세의 출애굽기에 감동 먹었던 성경의 이야기들이 나를 만들었을 터이고, 사춘기를 지나며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하면서, 드는 근본에 대한 혼란스러운 의문들과 막연한 거부감, 청춘을 다 길거리에 다 내던지고도 목말라했던 맑스레닌주의 그리고 도그마에 빠져 겁 없이 저질렀던 기억들에 대한 죄의식. 더는 도망치고 싶어도 떨쳐낼 수 없는 업보들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들이 나를 만들어 왔다. 스콧니어링과 소로우, 톨스토이와 헤르만 헤세, 예이츠와 김소월, 류시화, 최인호, 고흐, 고갱, 모딜리아니 그리고 서머싯 몸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 왔다.
철학이 내게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 길을 묻는다면, (나는 잠시 눈을 감고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겠다고 말하겠다. 맘 가는대로, 발길 닿는 대로. 글쓰기와 기도 그리고 명상이 나를 도울 것이다. 그러다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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