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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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2002년 3월,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 겨울의 기운이 강했던 날이었다. 내 삶도 봄이 올 듯 말 듯 여전히 추웠던 때로 기억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간제교사로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직 초년생이라 하루하루 수업을 준비하고 하기에도 벅차던 시절이었다. 하루는 관리자가 나를 불러서 “김선생님 업무가 무엇인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한 걸 뭘 묻는 거지 한문 가르치는 것 아닌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책상위의 표를 가리키며 이어지는 말은 “김선생님 업무는 전교 청소관리 및 지도입니다. 여기 이렇게 써있죠? 그러니까 설령 수업은 제대로 못하셔도 청소 업무는 확실하게 하셔야 합니다.”이었다. 교사라는 존재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순간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교사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교사인 나의 역할을 무엇일까’ 등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질문들은 교사로서 나의 철학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후 삶이 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듯, 학교라는 공간도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생활을 했다. 그런데 항상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내가 과연 제대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08년 3월,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이라는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의 교사, 학부모, 대학생)이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알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의 학교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천의 방법을 나누는 모임이 있다는 것과 참석하는 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에 깜짝 놀랐다. 특히나 정년퇴임을 1년 남겨두신 김종식선생님을 알게 되고 그분의 교육 실천 모습을 엿보면서 자연스레 나의 교육 철학을 되돌아보았다. 도덕선생님인 그분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시를 읽어주며, 때때로 아이들과 등산과 마라톤을 하고, 여름방학이 되면 매년 아이들과 지리산종주를 하신다. 도덕이라는 과목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몸소 가르치고 계셨다. 무엇보다 자신이 일상을 살아가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매순간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체득하고 계신 듯했다.
나에게 ‘교사인 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질문을 할 것이 아니라, ‘나는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나?’에 대한 질문이 우선이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내가 그것을 전달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 되어있느냐가 먼저이다. 아이들에게 한문이라는 교과목이외에 삶의 철학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그럼 내가 전해주고 싶었던 삶의 철학이란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서 삶이란 놀이이고, 삶 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 기꺼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삶의 기쁨을 맛보며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이다. 변명을 하자면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내 몸으로 체득하지 못했다. 내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들 모두가 내 스스로가 삶의 철학을 매순간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했다. 삶의 철학이라는 이론만을 세우고 실천으로 몸소 체득하지 못했다면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내가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을 이론만을 전달해놓고 아이들이 실천하기를 바랐던 나의 과욕이었다. 만약 내가 실천하고 싶은 교육이라는 것이 교과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면, 우선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어야 한다. 교사로서의 내 역할은 그러한 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 스스로가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안내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자기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나 또한 아이들의 성장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이 넘치는 사유하는 교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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