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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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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4일 00시 12분 등록

우리의 주변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온 사회가 합심해서 보여주고 있다. 서울 어느 거리든 몇 달 만에 들르게 되면 무엇이 달라져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강남역 사거리에 저녁시간에 들렀었다. 5-6년 전에 그 곳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토록 내 눈에 익던 거리가 몇 달에 한번씩 볼일이 있을 때 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어찌나 생경하던지. 이번엔 밤에 들렀는데 밤거리가 여느 때보다 훨씬 넓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었다. 웬일인가 했는데 한참 걷다가 원인을 알아챘다.

바로 간판이었다. 무질서하게 서로 제 각각의 모양으로 나 좀 알아봐줘 하며 늘어서 있던 간판들이 일제 정리되어 있었다. 그에 더해 대로변 길가에 포장마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인도가 이렇게 넓었었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이지만 어쨌든 그런 변화된 모습은 내게 벌써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구나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요즘은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명절 때 내려가는 내 고향 대구만 해도 갈 때마다 뭐가 달라져도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만 해도, 일제시대 때 지어진 1학년 교사건물이 불에 탔다 하더니, 그 다음 명절에 내려가니 바로 현대식으로 단층 건물이 그 자리에 들어 서 있었다. 그러더니 그 다음엔 놀이터의 시설물 위치가 죄다 바뀌더니 다음 번엔 학교 전체 건물의 페인트 색이 모두 바뀌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학교 담벼락을 모두 부숴 운동장이 보이도록 쇠로 된 구조물로 담을 바꾸더니 얼마 전에 방문했을 땐 운동장이 인조 잔디로 깔려져 있었다.

나의 편견일지 모르나 그런 식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에 앞서 가슴에 씁쓸함을 남긴다. 그 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지방의 학교도 비슷한 변모를 거듭하고 있었다. 예산을 그런 식으로 그런 곳에 쓰는 것인가? 변화의 모습이 이런 것인가? 뭐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나는 요즘처럼 시//초에 얽매이는 절대 시간 개념에 사람들이 얽매이기 시작한 것은 역사상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현대인들이 제각기 나름 똑똑하다 여기고 있으나, 시대적 상황을 그저 전부로 아는 무지함은 예나 지금이나 별 진전이 없는 듯 하다. 직장에 지금처럼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 정착한 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가?

생각해보면 너무 얼마 안 되는 시간들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익숙하듯 절대 시간이 얼마 흘렀다 라는 팩트가 그 시간에 속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시간의 흐름만큼의 유효한 변화가 개개인 별로 적용되는 건 절대 아니다.

 

나에게 시간은 변화량의 미분 값이다.

궤변이라 여길지 모르나 나는 정말로 그렇게 여기고 있다.

변화가 없다면 시간은 없다.  0 이다.

 

어느 소설의 장면이 떠오른다.

이미 백년도 넘게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이의 방을 생전과 똑같이 유지하고 있는 방에 우연히 들어서게 된 주인공이 그 곳에서 그때 기준으로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고 느끼는 장면.

맞다. 그 방에선 시간이 정지한 것이 나의 현실이다.

 

물론, 우리의 세포가 순간순간 단위로 활동을 하고 있고 머리속 에서도 시냅스를 따라 온갖 신호가 시시각각 흐르고 있으니 내가 생각하는 변화 없음(시간의 정지)이 물리적으로 존재하기란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의 변화 라는 거시적 관점에도 그런 개념의 시간을 나는 적용한다.

 

나에겐 나만의 인생 시간표가 있다.

남들은 직장생활도 할만큼 했는데 이제 크는 애들 뒷바라지나 좀 하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나이이다. 하지만 내게 지금은 이제껏 살아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려 시도해보는 중요한 시기이다.

 

나에겐 시간의 축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외부와 맞추기 위해 인지하는 시간이다. 오늘이 2 24일이고 3월초면 아이들이 개학하는 시점이고 하는 등등, 하지만 그것보다 나에겐 내 인생시간표에 따른 흐름이 내적으로 더욱 소중하다.


마흔이 되던 작년부터 내년까지 3년간은 이제까지 살아오던 방식과 어떻게든 다른 형태로 살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도기적 시기이다. 그리고 난 지금 이 시간을 누리는 것이 행복하다. 지금 이 시도를 행하는 것이 너무 적당하게 여겨진다. 더 빨랐다면 나는 지금만큼 나를 들여다볼 여유를 낼 수 없었을 것이고, 더 늦었다면 어떤 결론이 났을지 알 수 없다.

 

여자나이 마흔이 지났다고 꽃다운 시절이 다 지나갔다는 식의 생각도 아직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규칙적인 직장생활과 어린 아이들의 육아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듯한 기분에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느껴진다. 결혼하고 한참 동안 남편과 나의 서로의 기질 차이로 마음 상태하던 것에서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더 안정적인 것이 좋다. 나이 쉰이 되면 더더욱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건강관리만 잘 한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가면 갈수록 내 편이 되리라 보인다.

IP *.64.14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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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2010.02.24 00:14:31 *.64.148.199
오늘부터 일주일간 인터넷 사용이 힘든 환경에 처하게 되어서 3주차 과제 미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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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2.24 02:54:01 *.186.57.133
기억을 걷는 시간...
변화량의 미분값
시간이 정지... 시간의 축이 두개.
나이 쉰이 되면 조금 더 쉼쉬기 편해지지 않을까?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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