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은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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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장하겠다 결심했으면 마음 먹고, 한참을 가야 목적지가 나온다.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단기속성으로 되는 것은 없다. 첫눈에 마음이 뺏긴다면 속은거다. 진짜는 겹겹히 쌓아올린 세월의 길이만큼 아득하다. 장사를 일찍 시작했기에 손님에 대한 마음도 더 깊어질 수 있다. 시간관리의 첫번째는 일찍 시작하기다. 옳은 선택도 늦게 한다면, 틀렸다. 중식 요리사가 꿈인 40대 선생님이 있다. 휴가를 내서, 직접 요리해보기도 한다. 그 일이 천직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전직할 수 있을까? 시간은 멀리서 오는 기차다. 어느새 코 앞에 와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모자르기에 시간을 관리한다.
2.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시간표를 만든다. 콤파스로 원을 그리고, 파이를 나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시간표를 만들었다.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만든다. 문제는 이런 시간관리에만 멈추어 있고, 더 이상 발전이 없다. 시간관리는 24시간을 분단위로 쪼개는 문제가 아니다. 의욕이 없는데, 바쁘게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시간만 죽이는 사람에게, 업무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은 상사는 없다. 일을 할 때, 먼저 해야 할일은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아무도 일에서 의미를 찾는, 일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복지가 훌륭해도, 급여가 많아도,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즉 일이 내 인생에서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하지 않으면, 그 일에 생명이 없다.
시간관리는 마음관리다. 마음관리란 카테고리를 나누고, 선線을 지킨다는 의미다. 건강하고, 강할수록 경계가 분명하다. 성性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도, 원칙을 지킨다. 상대를 포용하면서도, 분별력있게 차단하거나 받아들인다. 약하거나, 병들수록 경계가 희미하다.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니것이 내것이고, 이래도 저래도 한 세상이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건강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에 휘둘려서, 정신줄을 놓고, 해야할 일을 뭉겐다.
사람은 나이를 들수록,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져야 한다. 우주는 사람에게, '성장'이라는 과업을 주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코메디언 배삼룡씨 영면永眠하다. 말년에 치료비가 없어서 곤란했다. 각분야의 인사들, 심지어 문화부 장관까지 조문 오다. 인간의 성장이란, 돈이 아니라, 정신 세계를 말한다. 안팎으로 자기 정신을 얼마나 잘 가꾸었는가가 성장의 척도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역경에 대처하는 태도다. 반대의 경우도 보았다. 가이드할 때, 골프 손님을 모셨다. 환갑이 넘은 손님들이었는데, 골프장에서 자기가 먼저라며 멱살 잡고 싸웠다. 그 광경을 보고 반사적으로 ‘나이 헛 먹었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들을 이해한다. 내가 그들 나이가 되었을 때,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사는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성장한 사람을 일컬어,사려깊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장한 사람은 쉽게 화내지 않는다. 대체로 온유하며, 너그럽다. 화가 치밀어도, 일단 제쳐두고 이성적으로 처리한다. 화는 나중에 분출한다. 혹은 분출하지 않는다. 화를 내기 싫어도, 화를 내야한다면 화낸다. 감정은 철저히 이성의 손아귀에 있다.
스캇펙은 이런 처신을 ‘괄호로 묶는다’고 표현했다. 감정을 살짝 뒤로 빼는 능력이다. 말은 쉽지만, 고도로 훈련된 경지다. 상대를 이기는 것 보다,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것이 더 어렵다. 이 정도 되어야, 정치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선거할 때는, 후보자를 실험한다. (공약은 필요없다. 싸우지나 말아라.) 극도로 화내게 만드는 상황에 놓는다. 청문회 같은 것 말고, 만만한 상대가 살살 약올리거나, 대놓고 인신공격을 한다. 이때 눈을 부라리고, 쌍욕까지 하면 귀엽게 봐줄 수 있다. 손이 올라가거나, 앞발차기 할려고 하면, 더 볼 것도 없다. 직업, 학벌, 재산의 정도와 성장은 관계가 없다.
나는 화 나면 면도칼이 된다. 손님에게 컴플레인 받으면, 바로 직원을 닥달한다. 감정을 붙잡아서, 내 안에 곰삭이는 내공이 모자르다. 마치 군대에서 윗계급을 굴리면, 전체에 기합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주변에 상처를 준다. 그 기준 또한 일관적이지 않다. 기분 좋으면, 화낼 일도 지나가고, 안좋으면 작은 일을 트집 잡는다. 영화에서 이런 모습이 잘 나온다. 예술가가 작품이 안풀리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다.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극적 재미를 위한 연출일뿐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모습이 성격적 특성이 아니라, 성장이 덜 된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모습이라면 어떠할까? 가장이 일이 안풀린다고 신경질 부리면 그 집안은 뭐가 되겠는가? 부끄러워해야 한다. 상대가 이렇게 나온다 해도, 똑같이 맞받아쳐서는 안된다. 한 템포 쉰다든지,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대처하고자 버틸 필요가 있다. 성장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조지 베일런트는 100년 가깝게 인간 성장 과정을 추적했다. 그의 책, ‘행복의 조건’은 인간 성장을 긴 안목으로 보여준다. 부모로부터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한 자는 커서도 성장이 더뎠다. 올바른 가치관과 안정적인 정서는 부모에게서 받는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처세술을 배운다. 부모를 미워해도, 세계관을 물려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은,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다. 오히려, 답답하리만큼 정석을 지킨다. 세상을 사는 지혜는 이미 누구나 안다. 문제는 그 지혜를 누가 언제 주는가이다. 인생에서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면을 보아야 하고, 정의를 지킬려고 애써야 한다는 지혜는 어린시절에 부모가 주어야 한다. 타인이 말하는 것은 나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성장해야 할 시간에, 상처 준 사람을 곱씹거나, 연민에 빠져 생산적이지 못하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시간 관리는 감정과 마음의 문제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강하고 건강하다는 증거다. 욕구를 잠시 뒤로 미루는 사람이 더 많이 성취한다. 건강할수록 많은 일을 한다. 맥을 잡는다고 할까? 일에 쫓겨다니지 않는다. 마음이 어두울수록, 시간 대비 성과가 없다. 우리 가게에는 노숙자들이 간간히 온다. 음식장사하면, 사람 관상도 조금 보이고,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에 민감해진다. 약한 사람일수록, 핵심 주위를 맴돈다. 핵심에 바로 쳐들어갈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일의 결과 보다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3.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일상을, 감정에 상관없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으로 만든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상처를 받아 우울해도 그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한다. 류비셰프는 러시아 학자다. 수많은 저서를 남기고, 일을 많이 했는데, 그가 유명한 것은 연구 결과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는가?이다. 그는 분 단위로 시간을 기록했다. 피터드러커도 ‘시간을 기록하라’고 이야기한다.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시간을 기록한다. 경험상, 시간을 기록하면 시간의 순도純度가 높아진다. 객관적으로 얼만큼 시간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집중도가 높아진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관리하기가 어렵다. 헤깔리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면, 관리가 더 쉽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것인가? 시간은 공간과 함께 존재한다. 공간없이 시간만 존재할 수 없다. 시간은 눈에 안보여도 공간은 보인다. 우선순의를 정해서, 집중하는 것이 시간관리의 기본인데, 애매하다. 그 보다는 일을 일단락할때까지, 자리뜨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편이 실천하기 쉽다.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헬스를 할 때도 부위별로 집중해서 훈련한다. 이리저리 기구를 바꿀수록 시간 대비 효과는 떨어진다. 기구가 많고, 헬쓰장이 넓어도 공간을 제약한다. 임의로 원을 상상해서, 반경 3미터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무엇을 상위에 둘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본업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둘 중에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 본업을 우선으로 두면, 하고 싶은 일이 본업에 파묻힌다. 어제의 일만으로도 숨이 턱에찬다. 혁신할 시간일랑 없다. 그렇다고, 당장 밥줄을 놓고 이상을 쫓을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감정을 통제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박찬욱 감독은 글을 쓸때, 청탁 받은 원고를 먼저 썼다고 한다. 빨리 끝내야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장사가 먼저 해야할 일이다. 장사는 지긋지긋하고, 글쓰고 책보는 것이 즐겁지만, 장사 보다 먼저 할수는 없다. 본업을 져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심리상태가 무너진다. 하고 싶은 일이라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본업이 망가진 상태에서는,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어진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된다. 하고 싶은 일에서 나오는 수입이 본업을 넘기 전에는 본업이 0순위다. 문제는 본업하기에도 바쁜데, 언제 하고 싶은 일로, 혁신하느냐이다.
하루는 24시간이다. 세상에 이보다 명백한 사실이 있을까? 뭐니뭐니 해도, 시간의 양을 늘리려면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 잘거 다 자고, 마시고 먹을 거 다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난다면, 시간은 절대 없다. 전주에 사는 이종룡씨는 하루 7개, 많게는 10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평균 수면 시간이 2시간이 안된다. 그의 일은 운전이 대부분인데, 위험천만해도 잘 시간이 없다. '8시간 수면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그에게 딴나라 말이다. 남들 놀고, 마시고, 잘 시간에 일하니까, 더 많이 일한다. 그렇게 해서, 3억5천 빚을 10년만에 모두 갚았다. 3억5천만원 보다, 10년이라는 세월에 질린다. 쇼생크 탈출인가? 이종룡씨가 시간관리 강좌를 들은 적이 있을까? 그는 공부와 담 쌓은 사람이다.(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그저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일할 뿐이다. 실제로 그는 송곳니 2개가 없다.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뻰찌로 뽑아버렸다고 한다.
시간관리하기 위해서는 술, 담배, 기호 식품을 끊고 보아야 한다. 역시 마음이 불안하기에 기호식품에 매달리고, 중독된다. 이종룡씨는 말했다. '무슨 일을 하건, 의지부터 세우라고.'
일은 바쁜 사람에게 시키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본업을 먼저 끝내놓고 본다. 본업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면, 그 일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시간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쓰는 사람에 따라서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나에게 시간은 성장을 위한 재료이며, 가능성이다.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는 '해야하는 일을 먼저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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