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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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제목 : 생각대로 되리라
‘시간은 금이다’
우리가 가장 일찍, 가장 많이 들어본 시간에 관한 금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도 처음 들었을 때 그리 쉽게 이해된 것은 아니었다 – 감히 금에다가 시간을 비교하다니, 단단히 돌았군, 어른들 말이야 – 어린 시절에 시간의 가치는 십 원짜리 동전보다도 못했으니깐. 그러나, ‘시간은 금’ 이라는 말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너무 쉽게 이해되었다. ‘스피드 = 돈’ 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생명이다’
시간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고, ‘시간은 금’ 이라는 말이 조금 저급하다고 느낀 이후 많이 사용하게 된 정의이다. 생명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국방부 시계’로 연상되는 공간 또는, 의무적으로 다니는 직장에서라면 모를까,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정의는 너무 직설적이기도 하고 너무 엄숙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마치 우리 막내가 ‘시계가 알려주는 것이 시간이지~ 아빤 그것도 몰라!’ 하는 것처럼 추가적인 감흥이 적다. 차리리 이에 비하면 ‘시간은 금’ 이라는 표현은, 일상화된 표현이긴 하지만, 상당히 은유적이며 멋진 표현인 셈이다.
‘시간은 공간이다’ 이건 어떨까?
그래 우선 뭔가 멋있다. 칸트가 기가 막혀서 문제지만 그럴듯하다. 이 정의는 번지수가 잘못된 듯한 어려운 질문에 대해 몇 일간 생각 끝에 도달한 나의 시간에 대한 정의다. 물론, 이런 정의는 시간의 주관적인 의미에 대한 설명이 되겠지만, 나에겐 보다 더 현실성을 갖는 정의라고 생각된다. 우선 실험실의 커다랗고 길쭉한 유리관을 하나 떠올려 보자. 그리고 여기에 스티븐 코비의 강연장면 –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First things first) - 을 섞어보자. 그 다음, 그 유리관에 큰 자갈과 작은 자갈 그리고 모래 등을 성공적으로 채우는 장면을 순서에 주의하여 떠올려 보자.
이제 감이 잡히시는지? 시간이란 개념이 한정된 크기의 유리관 같은 공간 이미지로 내게 떠올랐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듯이, 아무 것도 채우지 않으면 시간도 없는[텅빈] 것이고, 별 의미 없는 경험들로만 채워진다면 진한 스토리 하나 없는 시간이 되는 것이고, 가치 있는 경험들로 채워진다면 멋지고 후회 없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은 우리의 수 많은 경험들이 순서대로 채워지는 공간과도 같아진다는 말이다.
이러한 생각은 더욱 중요한 국면으로 우리를 안내하게 된다. 즉, 시간을 빛내는 것은 그 시간을 채우는 활동들이 되므로, 시간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가장 중요한 가치들로 공간과도 같은 시간을 채우느냐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땐, 바다가 무한한 공간이었던 것처럼, 시간 또한 무한한 자원으로 보여서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중요한 것들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다가 쓰레기통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자기의 시간도 무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즉, 조그만 자갈과 모래로 이미 채운 유리관에 커다란 돌을 집어넣기가 어렵듯이, 중년이 지나면서 가치 있는 경험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인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당장 실천에 옮기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적 안정과 자기의 시간을 장기임대 형식으로 교환했기 때문이겠지만, 내 유리관을 무엇으로 채울지 주인인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겠고, 이미 가치 있는 경험을 선택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작은 자갈과 모래로 채워나가려 하지만, 이럴수록 가치 있는 경험을 채울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우리의 시간은 자질구레한 경험들 – 그때는 분명 나름대로 중요했지만 – 로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미 반은 조그만 자갈과 모래로 채워진 나의 유리관을 이제 무엇으로 채울까? 장기임대도 끝났지만, 민방위도 끝났다. 현실을 좀 안다는 한 친구는 “공부를 한다고? 책을 읽는다고? 차라리 기도나 하든가 등산이나 가는 게 최선이다” 고 한다. “사회는 정말 냉정하다” 고 한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무엇으로 채울 지의 선택권도 나에게 있고, 나의 꿈을 꿀 정도의 순수한 마음도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유리관을 늘일 수는 없지만, 아름답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멋진 경험들로 이제라도 채워나가리라. 시간도 내 것이고, 선택도 내가 한다.
저와 동일한 지층에 살고 계신 여러분들의 시간도 점점 더 아름다워졌으면 합니다. 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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