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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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2010년 2월 24일 수요일은 심경옥 선생님, 아니 선배님의 정년퇴임식이 있는 날이다. 퇴임식을 하는 회의실에 들어서니 송공(頌功:공적을 칭송하다)라는 글자가 눈이 확 들어온다. 38년 동안 관리자가 아니라 평교사로 교직생활을 하다가 퇴임을 하는 것이라 다른 퇴임식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느낌이다. 후배교사들의 송별사가 있고 심 선배님의 퇴임사가 이어진다. 선배님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 ‘자신을 교직 생활은 잘 쫓아갔던 것 같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스승의 길에 있었나’, ‘ 점차 10년, 20년이 지나면서 변화의 흐름에 쫓아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좀 더 노력해서 내가 변화의 흐름을 쫓아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되돌아 보면 후회되는 순간들이 많다. 이런 후회가 나에게서 끝났으면 한다. 여러분은 나보다 더욱 보람있는 교직 생활을 하시고 가치 있는 삶을 사시길 바란다.……얼마 전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의 ‘건강관리 잘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사무친다.”는 것이다. 38년간의 교사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감회를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하시다. 그런 선배님을 보는 나 또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선배님의 퇴임식을 지켜보며 지금 선배님의 모습 속에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겠다. 딸이자 언니, 교사, 아내, 어머니, 외할머니였을 ‘과거’와 언니, 아내, 어머니, 외할머니의 삶을 살게 될 ‘미래’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현재’의 선배님은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교사라는 사회적 역할을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여성이자 교사라는 공통점이 있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딸이자 언니, 교사였던 ‘과거’와 딸이자 언니, 교사, 아내, 어머니, 외할머니가 될 ‘미래’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현재’의 내 모습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는 지나간 삶에 대한 파괴이며 미래는 앞으로 살 삶에 대한 창조’라는 말에 덧붙이자면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삶에 대한 실천의 순간이다. 내가 원하는 미래가 창조되기 위해서는 나의 과거의 삶에 대한 파괴를 통해 생긴 빈자리에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는 현재라는 순간이 채워져야 한다. 현재의 자신을 만족하기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삶을 후회하는 선배님을 보면서, ‘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나에 만족하는가?’를 반문해 본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파괴하며, ‘미래의 나’를 꿈꿔보고 확언하며, ‘현재의 나’를 디자인하여 실천해 본다.
‘과거의 나’. 나는 딸부자집 첫째 딸로 부모님께는 첫째 딸로서의 역할을 동생들에게는 첫째언니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 역할을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는 첫째인 것이 싫었고, 항상 그 역할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비교적 내성적인 착한 학생이었고, 그런 내성적인 착한 성격이 사회생활에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대학교에서는 활달하고 개성적인 학생이고 싶었다. 나는 적당하게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적당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교사가 되었고, 삶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실천력이 부족한 개인이었다.
‘미래의 나’. 나는 딸부자님 첫째 딸이자 첫째 언니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더 이상 첫째라는 역할 놀이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을 둔 사람이 되었다. 나는 항상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는 평생학습자로 삶의 다양한 장면에 따라서 내향성과 외향성을 겸비한 존재가 되었다. 나는 학생을 사랑하며 나의 일을 사랑하는 진정한 스승이 되었고, 삶에 대한 열정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해 나가는 실천하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둔 행복한 아내이자 엄마가 되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실천하는 순간에 존재한다. 나는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린, 가족을 사랑하는 한 존재일 뿐이다. 나는 ‘내 성격은 내성적인데 살기 위해 활달하게 변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성적인 것은 바쁘고 활달한 것이 좋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했다. 하지만 성격의 좋고 나쁨은 없었다. 단지 나의 성향이 내향성과 외향성을 겸비하고 있고 둘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경우에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나에게 맞는 학생과 맞지 않는 학생을 구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 싫어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교사였다. 하지만 내가 관계하는 대상이 나와 맞고 맞지 않음, 좋고 싫음에 대한 구분은 항상 나를 불편하게 했다. 더 이상 나는 머리로 구분하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가슴으로 느껴지는 사랑을 표현하고 삶의 철학을 실천하고 안내하는 교사일 뿐이다. 또한 나는 열정만 있고 실천이 안 되는 부족한 개인 아니라 자기 사랑이 가득하고 삶에 대한 열정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해 가는 매순간 행복한 존재이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현재의 나의 모습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실재의 모습임을 잊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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