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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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체는 나이지만 때때로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나 말을 하는 나를 보면서 도대체 내 속에는 뭐가 들어 있기에 이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들을 우연치 않게 몇 번 해가면서 어떤 이유도 없이 이런 행동이 나오는 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도대체 그 자그마한 공간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어있나 하는 막막함이 들기도 하였다.
도도하게 보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겉으론 세상에 무심한 듯 살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흐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데 관심 없는 듯이 보이기도 했지만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어울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만 신경 쓰느라 적장 나는 외로움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도 못하는 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당함의 가면을 쓰는 것이 다른 이들로부터 무시 받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나를 만들어 놓고 더욱 더 그 안으로 나를 숨기고 있었다.
상대방은 나를 건들지 마, 나에게 더 이상 하란 말 하지 말란 말이야 라고 느끼는 나의 표정과 행동이 나에게는 나를 좀 위로해주라, 나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라...란 의미였다.
나는 어색해서 때로는 고마워서 짓는 표정과 행동은 상대방에게 쟨 뭘 해줘도 고맙다는 표정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듯 그러고 있네로 읽혀졌다.
화를 내는 나의 행동은 나를 좀 봐달란 얘기였다.
난 나만의 언어로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반대로 읽히는 언어를 쓰면서 나는 내 가면을 계속 고집하였고 그 안에 있는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당연히 상대방은 알아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내 마음에는 어느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어란 서운함이 쌓이고 그것이 점점 커지자 사람에 대한 불신이 자라기 시작했다.
어느 누가 그 숨겨진 뜻을 알 수 있었겠는가?
내가 그런 언어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나조차도 몰랐었는데....
내 가면 때문에 세상 사람이 아닌 내가 나를 더 힘들게,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가시나무’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정말 내 안엔 너무도 많은 내가 있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들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내가 모르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나이다. 내 도도함이 가면이란 것을 아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로 만나게 되었던 나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높은 기준을 세우고 나를 판단하는 시선을 가진 나였다. 그 시선 앞에서 난 늘 주눅 들어 있었기에 다른 이들이 나에게 하는 칭찬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 못하니 다른 이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나를 누군가와 비교해서 말하지 않는 그 순간에도 나는 내 안에 커다란 기준하나 세워놓고 스스로를 그것과 비교하면서 나를 몰아치고 볶아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세상에 있는 누구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어느 상처로 인해 그런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내가 힘들었고 외로웠던 것이고 저 가사처럼 내안에 내가 쉴 곳이 없었던 것이다.
여전히 아직 발견하지 못한 많은 가면들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는 가면들을 찾아서 그 마음을 알아주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과연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내가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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