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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r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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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7일 23시 39분 등록
 

내 속에 무엇이 숨어있는가 ?


#1

내가 열서너 살 때까지만 해도 우리 집은 지방에서 꽤 부유한 집이었다. 나는 이런 부자 집의 둘째 아들이었다. 손위의 형은 집안의 장자로서 언제나 기대와 그에 따른 제약을 안고 키워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커가면서 형이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으로 반항적이 되면서 나는 부모님과 주위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기대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장자에 대한 기대와 구속이 어느 틈에 내게로 넘어온 것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형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사랑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식이 되어가고 있었다. 워낙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였던 데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은 자율이 거의 없는 학교라는 틀 속에서 오로지 입시를 목표로 공부하는 시기였기에 마음의 갈등을 겪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크게 다르지만,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던 60년대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의 시기였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하는 것은 거의 고려의 대상이 아님이 당연한 시대였다.


그러나 대학을 진학하면서 심각한 갈등의 시기가 왔다. 무한 자유가 주어지는 자율의 시기가 온 것이었다. 더구나 나는 서울에서 혼자 하숙을 하고 있었다. 내 생활에 간섭할 사람도 없었고 내게 조언을 할 사람도 없었다. 우선 학과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부가 하기 싫었다. 유신헌법과 데모로 인한 휴교로 수업이 제대로 되는 학기가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 기대대로, 인정받기 위해서 살아온 삶에 대한 반항과 회의가 왔다.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이후의 내 삶이 그렇게 변한 건 아니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을 성취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래서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생각해보면 내 속에는 문득 문득 자유롭게 뜻대로 살고 싶은 욕구가 있었으나 언제나 아쉬움과 이루어지기 힘든 희망에 머문 것 같다. 현실은 여전히 나를 둘러싼 주위의 요구와 기대에 맞출 것을 계속 강요하고 있었으며 나는 관성대로 살아왔다.


#2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 형편이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40 대 중반이셨던 아버지는 한 두 번의 다른 사업 시도를 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낚시로 소일하기 시작하셨다. 이후 30 년간을 낚시로 세월을 보내는 생활을 하셨다. 내가 커가면서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내게 많은 실망을 주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아버지가 겪었을 정신적 부담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 않아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하셨을 것이다. 보수적인 집안과 지방의 유교적 체면, 자존심과 적은 돈벌이 사이에서 마음 고생하셨을 것이며, 바다 위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잊고 싶어 하셨을 것이다.)


나는 낚시를 싫어한다.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회사 다니면서는 집에서도 여유롭게 가만히 쉬지를 못한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 기분이 든다. 좋은 말로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3

이글을 쓰면서 몇 해 전에 읽은 책이 생각나 책장에서 꺼냈다. 찾아보니 2005년에 읽은 책이다.  <지나치게 노력하는 사람들에게>가토 타이조 지음/연우출판사. 당시 서점에서 우연히 제목에 끌려 내용을 보고 어쩐지 나에게 해당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에 사게 되었다.

심리학에서 ‘A 타입’이라고 하는 성격 유형이 있다고 한다.

“A 타입의 성격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일하지 않고 멍하니 있으면 안정이 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으로부터 뭔가를 얻지 않으면 그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해버린다.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기는 앉았는데, 피곤한 나머지 실제로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A 타입 성격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갖고 싶었던 핸드백을 사러갔는데 원하는 물건이 없었을 때, A 타입 여성이라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조금 더‘ 외치며 인정받기 위해서 지칠 때까지 일한다. ”


나는 이제 내 무의식 속에 잠재해있으리라 생각되는 과거의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끄집어내어 화해하며 치유해가는 노력을 하고있다. 

IP *.82.6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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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0.03.09 00:34:03 *.108.158.238
4주간 고생 많으셨고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만나서 좋은 말씀  듣고 싶네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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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3.09 00:40:58 *.83.68.7
아마 연구원을 도전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A 타입인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지금도 한달간 더 나은 미래를 꿈 꾸며 쉬지 않고 도전하고 있으니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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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2010.03.09 05:32:52 *.53.82.120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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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3.09 09:01:16 *.236.3.241
4주간 고생 많으셨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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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09 21:14:05 *.203.200.146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들을 꺼내어 닦아보는데...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무섭더라구요~ 이 녀석들은 처음엔 완전히 닦인 줄 알았는데...가끔 남은 찌꺼기들이 당황스럽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 그래도 꾸준히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과거의 나와 완전히 화해할 날이 올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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