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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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Global village 즉, 지구촌이라고 한다. 촌이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제 전세계 모든 나라들은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고 살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국은 서로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물며 개인도 마찬가지다. 관계는 네트워크 시대에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기업에서도 팀웍을 위해 구성원들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극심한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 중 나란 사람도 여기에 포함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아해할지 모른다.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고, 어디에서든 어색한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모습에 익숙해있는 심지어, 오지랖이 넓다라고 평가 받는 내가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것이
말이다. 만약 관계에도 단계가 있다면 1단계인 여기까지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 능력은 첫
직장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2단계 즉, 내적으로 더 가까워지려는 순간
본능적으로 상대를 밀어내고 벽을 쌓는다. 그리고, 이내 나는 숨어버린다. 정신적, 심리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며 특히 외향적인 사람에게 더 어색함을 느낀다.
한동안 이런 병적 관계회피(나의 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 인생에서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동질감느낌), 소심한 사람등과 같이 내 표현으
로 어디서든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실제로 나도그런 사람이고,
그렇게 되길 원했다. 어릴 적 나는 늘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동네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바라보았고, 겨우 내는 용기라고는 엄마한테 아이들과 놀게 해달라고 말하던 소심한 아이였다.
그런 나를 지켜보는 엄마에게 난 참 갑갑하고 걱정스러운 딸이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개학하는 학기초가 되면 나는 도망가고 싶었다.
새로운 반 친구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할 것인가, 점심시간이나, 이동하는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
만 않는다면 혼자이고 싶었다. 하지만, 반 친구들은 몰랐다. 오락부장에 대학에서는 과대표를
할 만큼 활동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원래의 나로 살지 않고, 왜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했었을 쯤 우연한 기회에 상담치료를 받아 볼 기회가 있었다.
가난한 7남매 중 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엄마는 내가 당신의 꿈뿐만 아니라,
여자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을 당당하게 살기 원하셨던 것 같다.
어릴 적 예능학원을 수없이 다녔지만, 재능이 없음에 실망하셨고,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함에 답답해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좋은 딸 칭찬받는 딸이 되고 싶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이 엄마를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척 했었고, 직장을 선택할 때도 남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통해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 혹시라도 엄마를 실망시키거나 걱정시키는 날엔 여지없이 엄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곤 했다. 돌아가신 엄마 옆에서 잘못했다고 오열하다 꿈에서 깨면 실제로 나는 울고
있었다. 이 꿈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 난 더 열심히 살고 노력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계에서만큼은 그런 척 하기가 버거웠던 모양이다. 살면서 가장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순간에 좋은 인상을 주고 받을 수는 있지만,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원래의
나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관계로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밝고 외향적인 내 모습에 호감을 가졌던 상대에게 난 언제나 그런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는 것은 곤욕이다. 혹시라도 그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처음과 다르게 변했다고들 말한다.
나는 이런 상반된 평가를 두려워하며, 그로 인해 한동안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나도 모르게 2단계가 진입될 조짐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제어장치가 가동되었던 것이다.
본능처럼 숨겨진 무의식적 행동을 의식한 것은 최근이다. 나의 방어기제가 왜 항상 비슷한 시점
에 이루어지는지 실은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거절 당하고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안에 감춰진 열등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인정하는 순간 무거운 짐을 벗은 듯 가벼워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지금의 일을 하는 용기로 이어졌다.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편해진 나는 관계에 있어서 제어장치가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가식적이고 척하는 나로 1단계를 시작하진 않는다. 이제 남은 과제는 2단계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만이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신화를 한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영웅을 본받고 그와 같은 행보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를 융은 신화는 개성화 과정 즉, 심리적 성숙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지침서라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영웅은 자신의 심리적 성숙을 가로막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 내고 극복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다. 이를 위해 나는 내면에 귀 기울이며, 부정적인 무의식이 나를 움직이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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