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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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꿈과 기억과 사상과 상처는 다소 다른 이야기들일 수 있다. 그러나 무의식의 저편의 세계를 충분히 들여다 보지 못한 나의 ‘자아’안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이러한 상처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피해입은 것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과정과 그 파편과 현상들을 인식하는 과정 가운데 내 ‘자아’를 들여다 볼 때, 발견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융의 태도로 ‘자기’를 들여다 본다면 이러한 상처는 어떠한 것일지. 혹은 이러한 상처는 어떻게 보여지는 것인지.
상처1
첫째, 이 땅의 것들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친화력을 상실했을 때, 분명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다.
융은 의식 속에서 인지 되는 자아와 달리 무의식 안에서 발견되는 자기에 대한 것들,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것들에 대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그가 보여준 ‘영혼의 의사’로서의 태도는 다소 위안이 된다. 인간의 존재의 중심은 자아가 아니며, 인간의 내면 깊은 곳 ‘자기’를 들여다보며, 분명히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전달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나의 의식 속에서 발견되는 ‘자아’의 존재는 상처투성이다. 상처가 많다는 것은 다소 적극적인 표현은 아니겠지만, 상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진주조개에서 진주가 생성되는 규칙을 찾아본다면, 상처 혹은, 생채기는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 중의 현상들일 수도 있다.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은 이러한 생채기의 반복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하면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하늘과 땅을 오락가락한다. 어떤 일을 성취하여 상처가 아물거나 좋은 것들을 생산하거나 다져나간 후에라도, 또 다른 일들로 그러한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다 좋은 것들, 단단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인지할 지라도 상처를 지니는 과정은 상처로 남는다. 이러한 치명적인 소실은 꿈에 의해 보완되며, 꿈을 통하여, 신화를 통하여, 상징을 통하여 열어서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것은 이러한 상처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볼 것인지.
저 깊은 내면을 향하여 문을 열어야 한다.
상처2
융은 비판적 이성이 지배하면 할수록 인생은 빈곤해진다고 말했다. 세기를 거듭할수록 얻어지는 성취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보다 풍요로운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릴 수 있는 이기와 편리한 것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산재해 있지만. 인생은 빈곤하고 피로한 것이다. 하여 삶을 통합하는 과정은 상처를 치유하거나 상처를 상처만으로 남겨두지 않는 과정이다. 치명적인 손실을 막는 방법은 삶을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믿지 않는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무너지고 말 바벨탑을 쌓는 행위는 이성에 대한 두터운 신뢰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러나 그 결과는 삶에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하여 이성에 모든 것을 내어주지 말고, 존재 깊은 곳에서부터 혹은 원형의 세계에서 뿜어내는 진리에 대하여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일차적으로 생성되는 상처들에 대하여 일일이 반응하기보다 이러한 상처들이 어떠한 결과가 되어야하는지, 어떤 시선으로 인내해야하는지를 혹은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오는 것인지에 대하여 들여다 보는 것이 더 유익하지는 않은지.
상처3
진주가 되든 진주가 아닌 그냥의 조개이든 각자의 삶은 매우 소중하다. 저 너머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 신이 존재하며, 인식으로 감할 수 없는 세계와 닿아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유이다. 융이 정신을 분석하며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 역시 생에 대한 집중이 아니었을까 싶다. 수많은 생채기를 내며, 상처를 입는 과정을 가진다. 스스로에 의해 타인에 의해, 인식하지도 못한 채 등등 의 수많은 가운데, 끊임없는 상처를 진행하는 과정은 성숙을 지향하는 존재로 만든다. 어쩌면 이것이 융이 말한 ‘개성화’인지도 모른다. 삶의 개개적인 특징을 드러내는 것은 부모로부터, 나라와 문화와 관습으로부터의 전통이 아니라. 물론 모든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삶의 기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들에 대하여 더 쉽게 말하면 자기에 대한 성찰과 접촉. 이러한 때에는. 꽃을 피우는 찬란한 때에는. 혹은 별빛이 반짝하는 그 순간에는 상처는 다만 상처만은 아닌 것이다.
생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일 것이다.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가 반납하였는데 다시 대출한 후
그곳을 보고 댓글을 쓰려던 차였습니다.....
좋은 시도이셨는데 제가 바로 응수
못해 죄송합니다.
그 부분이 난해한 지라....
힘내시고 홧팅하세요.
그런 궁금증을 해소 하려는 호기심, 적극성 집요함이
매우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삶의 기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들에 대하여, 즉 자기에 대한 성찰과 접촉. 이러한 때에는. 꽃을 피우는 찬란한 때에는. 혹은 별빛이 반짝하는 그 순간에는 상처는 다만 상처만은 아닌 것이다."라는 부분에 대해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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