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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8일 00시 43분 등록
시각 디자인에는 대비의 법칙이 있다. 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크기나 색, 모양을 심하게 대비한다.  저번주는 인상깊은 한주였다. 뉴스를 보면, 법정스님 입적이 보도되고, 그 다음 김길태가 나왔다. 마치 셋트메뉴인냥, 극과 극을 살다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란히 흘러나왔다.

일본에는 부모들이, 영아를 죽이는 뉴스가 심심치않게 나온다. 눈에 집어넣어도 안아플 핏덩어리를 굶겨 죽이고, 굴러뜨려 죽이고, 때려서 죽인다. 아이가 자라면, 첫번째로 가르치는 것이 '절대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좋은 내용이긴하다. 아이들이 떼도 쓰고, 시끄럽게도 하고, 이리저리 소란스러워야 아이답지 않은가? 한번은 호텔로비에 있는데, 피아노 건반에 아이가 올라가서 놀란 적이 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장창 깨지는듯한 피아노 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를 다그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더 놀랐다. 어찌나 무섭던지 일시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일본 저변에는 '와和' 사상이 있다. 이것은 사상이라기 보다는, 일본인의 속성이다. 섬나라이다보니까, 자원이 부족하다. 만약 한사람이 똘아이짓을 하면, 전체의 목숨이 위태롭다. 일본의 협동정신과 일개미 같은 특징은, 그들이 고귀한 정신의 민족이라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생긴,자연스러운 성향이다.'튀어나온 못은 반드시 망치를 맞는다'는 의식이 그들에게 있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서로 잘 어울려 보여도 속으로는 자기 개성을 표현하지 못해 가스가 가득찼다.

사람은 소통하는 존재다. 소통을 통해서, 놀고 일한다. 말로 상처 받고, 역시 말로 치유 받는다. 소통이 통하지 않으면, 인간은 미치거나 죽는다. 김길태는 어린 시절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못받았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아이는 사랑 받는 존재다. 사랑 받아야 할 존재가 사랑 받지 못하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아이다. 

여전히 사랑과 에너지를 공급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세상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 여기서 괴리감이 생기고, 소통에 실패한다. 소통에 실패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코드나 주파수를 맞추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수근수근 거리기를 좋아하는데, 꼭 당사자가 느낄 정도의 거리에서 수근거린다. 분노가 생기고, 불특정 다수에게 화풀이를 한다. 최근들어 묻지마 범죄가 늘어났다. 방금 뉴스에서는, 사형제도 재집행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워낙 범죄의 질이 흉흉하기 때문이다.

대가족 시대에는 실업율도 범죄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핵가족 시대를 넘어서, 초미니 가족이다. 사실상 1인가구가 많다. 혼자 사는 것은 물론, 혼자 고기집에서 고기까지 구워먹는다. 심심하면, 플레이스테이션이나 dvd를 본다. 애인도 필요없다.

연결하고, 소통한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소통에 실패한 김길태들이 엄한 부녀자에게 화풀이중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강간 천국인지는 처음 알았다. 한해 신고건수만 5,6만이라면, 적어도 몇십만의 잠재 피해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아파트 한 동에 사는 여자를 모두 강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편이 있으면 남편을 묶고 보는 앞에서 부인을 범한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난다고 했는데, 지금은 개천에서 괴물나온다. 땅값이 싼 동네는 범죄에 그만큼 노출되어 있다.

요즘들어 부쩍이나 텔레비젼에 얼굴이 잘 팔리는 사람이 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다. 그녀는 더 사회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소외당한 사람을 돌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책이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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