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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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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2일 13시 12분 등록
4살짜리 아들이 있다.
'이거 하지마!', '저것도 하지마!' 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다.
4살짜리 아들은 엄마에게 반항하는 멋진 아들이다!

'밥에다가 이렇게 물을 부으면 어떻해, 하지마'
'부을래~"
'누나 그림 그려놓은거 이렇게 망쳐 놓을꺼야, 다음부터 그러지마'
'망칠래~"
'아들!, 너 이거 먹으면 배아파, 먹지마!'
'배 아플래~'
'배 아파서 죽는다니까!'
'죽을래~'

이런식이다.  
(기 죽는 것 보다 이렇게 반항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내 속에도 4살짜리 아이가 있다.
어제 그 아이가 나와서 아내와 나를 못살게 굴었다.
나는 웃기지도 않은 일에 기분이 상했다. 
(부끄럽기 짝이 없으나 여기 오시는 분들께 타산지석이 되라는 바램으로 용기 내어 쓴다.)

딸의 옷을 벗겨주려고 팔을 잡아 당기는 순간
옷이 약간 튿어지는 소리가 났다.
'꼭 그걸 그렇게 세게 잡아당겨야 해!,  OO(우리딸)가 얼마나 아끼는 옷인데'
확인해 보니 겨드랑이 부분에 실밥이 약간 보이는 정도였다.
기분이 나빴다. 그게 그렇게 무안을 줄 일인가?
(그게 그렇게 무안을 주는 말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난 4살이니까)

모두 잠이 든 후에
홀로 잠자리에 누워 생각했다.
왜?   나는 이토록 쪼다같이 화가 날까?
첫 구절에서는 이제 별로 상처 받지 않는다.
그러나 OO가 얼마나 아끼는 옷인데 대목에서 화가 났다.

내가 실수한 것을 참기 어려웠을까?
내가 사랑하는 딸이 아끼는 옷을 망쳐버린 것처럼 말을 해 버린 것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어쨌든 돌이켜 보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차라리 숨어버렸다면 서로간의 쓸데 없는 후속 공방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겉모습은 36의 어른이라 숨을 수 없었다.
나는 화를 냈다. 자기방어라고 하나?
아이들이 있어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으나, 서로를 비꼬며 쾌락을 느꼈다.  (가련한 중생들)

잠들기 전에 결론을 냈다.
아내가 또 그러면 우리의 용감한 아들처럼 대응하리라.
'세게 잡아당길래~'   난 4살이니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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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입니다요
2010.03.22 22:10:01 *.160.33.180
요즘 꾹이 재미있네요.  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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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입니다요
2010.03.23 16:57:01 *.241.151.50
부지깽이님께서 재미있다고 하시니 흥이 납니다.
어제밤에 입이 쭉 찢어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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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이
2010.03.23 09:13:07 *.34.254.45
죄송하지만 제가 지나가면서 살짝 들여다 보니 혹시 부인께서도 님과 같이 4살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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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0:01:31 *.241.151.50
제 아내는 제가 8살이라고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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