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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 조회 수 2706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10년 3월 29일 18시 58분 등록

1.

이가 시리고
잇몸이 또 부었다
밤사이 새치가 늘고
지난 밤도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이렇게 늙어가나부다
나이를 먹어가나부다
세월도 까막까막하고
기억도 침침해지는데
어쩌나
그렇게 무뎌지고
그렇게 잊혀지면
나 어쩌나

그대 돌아오겠지만
그때 이미 빈 자리
그대 어쩌나
눈물로 매말라
안아줄 사람조차 없이
그대 어쩌나

아직 이별을 허락치 못해
기다릴 수 밖에 없네
어쩔 도리가 없네

유리알같아
사랑한다 말하면 깨져버릴 것만 같아서
마음으로 마음으로만 씁니다
파란 하늘에
눈물을 콕. 콕. 찍어 씁니다

2.

두 번을 보고서야 알았다
선생님 말씀이 파랗다
파란 멍이 들었을까
파란 하늘
파란 모자
파란 마음

파란 강은 입이 없다
글만 파랄 뿐이다
황사 걷힌 오늘
하늘이 눈부시다
눈물이 난다
파랗다

3.

시를 본다
see가 詩가 된다
그림처럼
또는 흑백사진처럼
그가 본 것이
그의 시가 된다
쓴 것만큼만,

그의 시에선
쓴 내가 난다

4.

창문을 열었다
10년만에 얻은 단 하나의
열리는 창문
창문을 통해서 이제 밖이 보이고
창문을 통해서 이제 바람이 들어온다
내 사랑도 그렇게 볼 수 있고
그 사람 마음도 그렇게 열 수 있다면

10년만의 일이다

5.

식은 커피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부었다
맛도, 향기도
처음같지 않았지만

다시 따뜻해질 수만 있다면,
내 손을 타고
전해오는 지금 이 온기처럼

한 번 더 뜨거워질 수만 있다면
그냥 버려지지 않고
그냥 잊혀지지 않고

한 번만이라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면.

6.

어질러진 사무실
어지러운 책상
아직도 치우지 못한 내 마음

마흔 셋,
봄비가 재촉한다
비-우라고,
어서 비우라고

봄비같은 눈물이 난다
단내가 난다

7.

바보詩作

바퀴가 돌 듯
시작과 끝이 없다
세상이 돌~고 돌 듯
처음과 끝이 물고 물리듯
마음이 이어지듯

내 時는 그렇게 흐른다
내 詩가 나와 같이 돈다
운동장을 돌린다
다시 시작하라고
또 詩作하라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묻지도 말란다
바보같단다
돌아버리겠다

바퀴가 돌듯

IP *.221.2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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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3.29 22:02:45 *.204.8.70
어이~ 친구. 아직 꿈꾸고 있는감^^
아플 때 꾼다는 빙빙 도는 꿈

봄이 왔네. 기다리지 말게나.
좋은 꿈 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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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3.29 22:26:31 *.36.210.230
나도 요즘 치과에 댕긴다. 오래 뒤집어 씌워놓은 금니가 구멍이 나서 치아를 더 상하게 하고 있다고 해서 뜯어내고 공사중이다. 키스할 일도 없고 해서 썩거나 말거나 뭉그러지거나 속절없이 방치해 두고, 볼상 사나우니 앞니나 해박으러 갔던 것인데 여부댕이며 이것 저것  손댈 곳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저당잡힌 몸둥아리처럼 치과쟁이가 하나 둘씩 야금야금 공사를 해나가고 있다. 요번에는 상태가 만신창이라 아예 빼고 새로 심어야 할지 걍 덮어두고 좀 더 울궈 먹어야 할지를 한 주일 가량 두고 봐야 안다나 해서 기달리고 있는 참이다. 마취 "끼" 때문인지 시름시름 으슬으슬 한기가 나고 졸려 아침나절 일찍 병원 댕겨오자마자 외출하려던 생각도 멈추고 하루 종일 자고 밤에도 자고 요즘 그리지낸다우.

지대로 된 글도 못 쓰면서 연구원하면서 하나 둘 늘어가던 흰머리는 백발에 이를 지경이고.

후배들은 무찔러 오는데 몸은 점점 힘이 없고, 머리카락은 허옇게 나부끼고, 설상가상으로 앞니 하나를 해먹어 새로 세우려 하는데, 시린 니 도로 포장에 구멍난 금니 뽑아내기 등 이래저래 야단법석 난리구석이다.

26개 남은 니빨 중에 13개가 문제 덩어리. 캬~ 50 쁘로다. 이그~


와중에 남녘에서 기어이 꼼지락 꼼지락 불어대는 훈풍

emoticon      울보 사내의 바보 시작이란다. emoticon


추카추카!


깡다구 아우님,

아니 쭉쑨 진철!

파란 멍이 아니고 푸른 바다로의 풍~덩emoticon 항해라고 한다네. ^-^*  

다시 돌고 돌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다시 돌고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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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3.29 22:51:27 *.129.207.200
전주 일기. 시작하셨군요. 화이팅입니다.

전 아직은 이빨이 성한데, 조짐은 보이네요. 양치 안하면, 스멀스멀 머리로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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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3.29 23:12:42 *.219.109.113

안에서 잠그고 던진 열쇠를 끝까지 찾아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대는 아직 늙지 않았다.

진철님의 노력이 입 없는 파란 강이 되었네. 같이 흘러가다 하류쯤 가서 탁 터진 바다에서 만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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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2010.03.29 23:21:07 *.161.214.155
음식을 먹고 나서는 꼭 기억해 둡시다.

지금 내 입안에 음식물 잔감이 남아있는가? 를 생각합시다.
그리고 양치질을 하면 좋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물로라도 헹구어 내기라도 합시다.
그리고 대형마트같은 곳에서는 공짜로 준다고 시식같은 것에는 눈도 돌리지 맙시다.
이런 소소한 생활습관이 곧 건강한 치아를 오래도록 보존하는 방법입니다.
이가 건강하지 않으면 좀 참담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치아를 애인처럼 소중하게 닦고 보살피고 정기적으로 관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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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3.30 08:46:34 *.67.223.107
돌배나무 신진철씨
이제 문체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  실험정신을 불러 일으켜서....
전주에는 꽃이 다 피어났는지 궁금해요. 여기 북악산에는 아직 매화도 몽우리로 남아 있어요.

참, 지난번에 커피원두를 들고와서 덕분에 향긋한 커피 마셨던 일이 참 좋았어요.
커피 그라인더도 필터달린 커피주전자도
연두색 가방에 챙겨들고 왔었지요?   감사해요.

유치 오기가 열심히 공부할 때 내가 커피담당이었거든요.
왕관이 그려진 커피를 특별히 주문해서 ...
12시간 넘게 질기게 공부할 수 있도록 모두 다 깨워버렸지요. ㅋㅋ ......

댓글이 진철씨 글보다 길어지지 않게....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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