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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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양산방 적막 들고..
찻잔을 데우며
어색한 시간을 녹이며
꽁꽁 얼려 두었던
꽃잎을 하나씩 띄우고
웃음을 피웁니다
얼었다 녹았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적막 속 겨울풍경처럼
2.
말하면 믿어 줄래요?
슬퍼서요...
밤새워 새우잠을 자다가
가짠한 새우,
바다가 좁다고?
그래서 등이 굽었다고?
뻗으면 섬진강에 발 젖을까?
가난한 시인,
지리산이 작다고?
그래서 새우잠을 잘까?
악양루
짬뽕 그릇에
새우만 또 한가득
속모르는 주인이
한숨섞는 이유를 묻는다
말하면 믿어줄래요?
슬퍼서요...
3.
사발통문이 돈다
피같은 맹세
고로쇠물 한통으로
......
지가 무슨 동학군이라고
4.
차놓고 걸어 들어갑니다
적막을 들고서
차놓고 녹아 들어갑니다
산방일기를 씁니다
쑥덕. 쑥떡. 모시떡
섬진강 봄이 물들어 갑니다
시인의 맘이 물들어 갑니다
찻잔에 꽃이 물들어 갑니다
가슴에 시- 물들어 갑니다
잔속에서 꽃이 피어납니다
웃음들이 따라 번져갑니다
봄날 오후가 저물어갑니다
아쉬움 긴 그림자가 기울어갑니다
아마도 사랑에 물들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덕에 아름다운 친구들이더군요
5.
잠시 망설였다. 하나만 살까. 딸랑 하나가 더 거시기 하지 않을까.
차라리 둘을 사서 하나씩 나눌까? 그래, 그게 좋겠다. 금낭화 나누어 심듯
그렇게 나눠 마시는 거 같아서.
포장을 뭘로 하지. 아참 법성포라고 했지. 법성포..법성포..
굴비선물 보자기가 어디 있더라.
두병들이 상자에 한 병만 담긴 술이 자꾸만 쏠린다.
마음도 따라 신경이 쓰인다. 와인박스에 분홍색 보자기라니...
내가 생각을 잘못했나?
맘만 담았을 뿐, 난 여전히 촌놈인가부다.
6.
모시떡 남은 여섯 개.
유끼보다 범해 샘 맘이 먼저 와 있었다. 그것도 이미 벌써 세 번씩이나.
사랑니 앓던 그가 고통이었다지만, 웃음 감추지 못했다. 천상 거짓말은 못하고 살 팔자려니. 한 쪽에는 별이, 다른 한 쪽에는 해를 누벼 입은 바지. 저 고운 맘이 세상살이에 얼마나 누벼졌을까 싶지만, 오십 넘긴 소년은 눈만 맑다.
화장지 아껴 쓰라는 변소 문짝 안쪽에 압정으로 꾹 눌러 놓았다. 그 마음.
속도 모르고 그 맘 밟고 서버렸다. 텃밭 한 귀퉁이 산자고에 맘이 팔려, 겨울 내 자란 솔잎을 밟고야 말았다. 친구 놈들 주사 후에 남겨두고 간 닭뼈는 동네 고양이에게 보시를 했고, 맘 여린 스님 삐질까. 뒤 안에 걸어 두었던 풍경을 창문 앞에 내다 걸었단다. 그 마음.
돌 그릇 고인 빗물 위로 노란 양지꽃 세 송이도 띄웠다. 그리운 편지를 띄운 걸까?
7.
가깝다고 반갑다고 너무 많이 주면 쓰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주면 못쓰고
차는 공평해야 되는데,
세상에 공평하지 못해 망해먹은
시인의 찻집 경영이야기.
하긴 시인이 머물 곳, 시집이면 되지.
시인의 시집 경영이야기.
8.
당신의 사랑, 일회용이 아닙니다
저는 피보다 진한 커피를 나누려고 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자신을 대접하지 마세요
당신은 일회용 인생이 아닙니다
제 맘을 담을 당신의 컵을 준비해주세요
그것이 공정합니다

섬진강가 어설픈 연가
웃음
세상의 어떤 놈의 웃음이 저리 순박할까
서에 번쩍 동에 번쩍
이래서 저래서 여기저기 연신 들이대기 바쁘고나
장날, 조름겨운 눈으로 쑥떡 파는 아지매 속것자락 삐져나온 것 같은 연분홍빛 보자기
풀어보지 않은 것이 백 번 잘했네
그 커다란 상자곽에 딸랑 하나를 담고서 그리도 가슴팍에 끼고 지랄이었다니
미친 놈 뻐친 놈 그러면 그렇지
하나 달면 촌놈 둘 달면 쌍놈이라더냐
미련인가 고집인가 땡깡인가
커피 컵만 알면 때로 코피 터지기도 하는 세상의 너른 이치는 어쩌나
공정무역 커피를 즐길 줄 아는 공정한 세상의 깊이
그놈은 이놈도 저놈도 아닌 그놈일 뿐일세
하나는 부족한 제 마음을 채워갈 빈병이었더라고 하면 오죽이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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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꼰약을 맛보게 되었더랬는데
한 분뿐인 스승님은 순한 와인을 즐겨하시고
어느 날엔가 내가 가진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오라바이댁 꼰약을 들고 모임에 합류하니
조금 맛보신 후에 엿부러 다음 모임에 챙겨 나오시어
한여름 밤 공원에서 신문지를 펼쳐 깔고서 벗들과의 담소와 더불어 홀짝이며 마셨더랬다.
사실은 오래 전부터 꿍쳐둔 꼰약 하나 있었지
비싸지 않고 적당하여 한때는 즐겨하였으나 어쩐지 혼자 까기는 그러하고
벗이 생기면 언제고 마주하여 나누려고 찬장 깊숙이 그대로 꽂아 두었는데
이번 참에 마침 잘됐다 하며 찬장 구석을 뒤져 꺼내놓기까지 하고서 그날따라 늦은 잠에 들어
후다닥 미친듯이 헐레벌떡 뛰어가느라 그만 놓고 가버렸다.
진즉에 알았더라면 그 커다란 곽에 한 병 더 채웠을 것을
쪼만한 커피 컵 심장에 커다란 상자를 끼고서 병이 밀리는 소리에 덩달아 쿵닥 거렸을 위인의 염통
혹은 울화통
여보게, 시인의 뒷간에 붙어있는 일침처럼 문자나 전화비도 아까워 잔머리에 대골빡만 굴렸던가.
누이는 두었다가 죽 끓여 먹으려고 그리도 잘 모셨더란 말이지?
언제고 냉중에 겨란 한 판 삶아 소금 찍어 안주하며 우리 다시 가서 함께 깔까나?
나머지 한 병은 여기 있어유 함시롱
그런데 한 가지가 걱정
미끄러질 것도 없는데 그대 또 고꾸러지기라도 하면...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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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
그래서 암시... ㅋㅋㅋ
봄은 항상
잔인한 겨울을 지나고서야 오시지
어느 이는 겨울이 명징하여 좋다하셨는데
벌거벗은 몸뚱아리 무엇이 그리 자신만만 하였던 걸까.
상춘이 한창이기는 하지만 꽃구경 예약 지나간지 오래인데
취기가 덜 깨 널부러진 술병마냥 털석 주저 앉아 고꾸러져 젖어있는 듯한 빈봉지 아이셔
오늘은 그동안에 가장 아름다운 그대의 자연시라 생각하며 반가웠는데
공연히 공평이 공정한 컵에 틀어박혀야 하는 듯한 갑갑증이 일어서
(물론, 그대야 피보다 진하고 진달래 꽃보다 신선한 핸드 드립 커피를
두툼한 머그잔에 담아 내어 맛나다는 감탄시를 듣고 잡을 테지만)
지난 밤에 소주 퍼마셨던 일회용 종이컵을 가져다
지랄하고 피보다 꺼멓기만 할뿐인 시인의 댓시유 덧글을 마시네. ^-^

지울까, 말까하며 그대에게 주고 싶다.
...................................................................................
34살이 되어 살아라.
43살이 덧없게 섧다면 뒤집어라.
쑤신 마디마디 걷어내고 오장육부 잘라라.
건강하면 산다. 다 잃었을 때, 나 하나를 믿고 견뎠다.
그때 삶을 선택한 것은 잘했다. 이왕이면 독해지려 마음먹은 것 정말 잘했다.
그날이 없었던들 이렇게 한가로이 놀 수 없다. 변경연은 꿈을 나누지만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그대를 살게 하고 건강하게 하며 꿈을 꾸게 하는 것 자신 뿐이다.
먹이를 획득하는 것은 깨어 준비하며 바짝 달려들어 꿀꺽 삼키는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포옹하지만 쌩깔 수 있다. 순리요 세상의 이치다.
스스로가 보아 아까운 사람이 되라. 언제든 후련히 살다 홀연히 떠날 수 있도록 살아라.
그 배짱도 똘끼도 야망도 가슴도 없다면 사기다. 내가 있어야 준다. 한숨은 시시함이다.
그대, 34살 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53살에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부지런하고 근면한 사람아, 여린 마음을 버려라. 버릴 수 없거든 기꺼이 빠져들어라.
영발을 동원하든, 무릎을 꿇든, 포레스트검프처럼 미친듯이 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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