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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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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8일 14시 42분 등록
 

 



두 개의 돌, 뒷돌을 앞으로 옮겨 놓아가며 혼자서 강을 건너고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했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건너려는 강이 어떤 강인지, 무슨 강인지 알지 못한 채 그냥 건너기 시작했다.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아마도 더 이상 누군가에게 돌다리에 대해 묻는 것에 지쳐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문득, 게으르지 않은 채 글쓰기가 멈췄다.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틈새시간,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체력이 바닥났거나.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알면서 나는 지금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이놈의 돌을 옮기고 있다. 온몸을 던진 한판 싸움이다. 평화로운 전쟁이 있던가. 어떤 싸움이든 평화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내 몸은 지금 전쟁 중이다. 아무 이유 없이, 단지 싸우고 싶어서 싸우지 않는 한 전쟁의 목적은 명확하다. 싸움의 목적은 승리다. 하지만 이 끝없는 전쟁의 목적은 싸움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말이 되나? 말이 안 된다. 나는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짓을 배우는 중이다. 이걸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는 이유로.


2005년 3월, 1기 연구원의 첫 번째 숙제는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보고 소감을 적어 올리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하지 않았다. 연구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보았다. 혼자서 두 번 봤다. 권투영화는 아니지만 권투영화이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권투는 고통스러운 스포츠다. 코뼈가 부러지고 온몸을 부스러뜨리는 험난한 스포츠다. 그러나 네가 그 고통을 즐기기만 한다면 네 몸 안에서 신비한 에너지가 솟아나올 것이다. 그것이 너를 일으켜 세우면 너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


나도 챔피언이 되고 싶었던 걸까. 나는 그때 그 여자, 서른한 살이란 나이로 복서라는 꿈에 전부를 건 그녀의 이야기에 감동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그때의 눈물을 기억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던가. 돌다리 두들기는 짓과 더불어 내 사전에서 지워버린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 하더라도 일단 째려보다가 기어코 올라가 보리라. 내 싸움의 목적을 기억하리라. 나는 지금 이 싸움을 즐기는 것을 공부하고 있다. 고통스러움을 지속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치열하게 계속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귀찮은 것을 피하다 보면 이것도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된다. 요즈음 남편과의 대화가 그렇다. 살림 못하는 여자인 내가 고무장갑 대신에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편이 자주 주먹을 들었다 놨다한다. 머잖아 내가 권투를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체급을 엄청 늘려서 말이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다. 싸움에서 이기는 또 다른 방법은 싸움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남편과의 싸움을 영원히 피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세상에서 젤 쉬운 일! 공부가 젤 쉽다고? 아니, 또 있다. 쉬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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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0.11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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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8 16:30:21 *.75.11.117

김연아의 연기를 보는처럼,  읽기는 편안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심난해지는 이야기네...

누구나가 챔피온이 되고 싶어하지 않을까?
다만 분야가 다를 뿐이겠지만...

나는 얻어터지는 정도가 아니라
찟기고 뿌러지고 구멍이 났지만,
그래도 ...맘대로 안 되데... 
시쳇말로 '못먹어도 고'라고 ,
죽더라도 화색이라도 때깔날려고 ...
뱅기타고 이태리까정 왔제 ^^

옮기는 돌에 축복있으라..^^ 
늘, 글들은 생생하고,  쓰는 사람은 절절하다.
보고 있는 나는 감사하며  또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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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09 17:37:21 *.210.111.178
이태리에서 온 축복의 답글이네요.
우~와~ 감사해요.
반짝이는 머릿결과 번쩍이는 눈빛이 떠오릅니다.
문경에서의 시간들과 지하철에서의 우연한 만남도..

내일 속초에 가요.
동해에서 지중해까지 인사 전할게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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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 16:45:27 *.96.12.130
그 날 종로 큰 거리에서 넷이 달려들어가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이 떠오르네. ㅎ 누나,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르려고 용쓴다 생각말아요. 어차피 오를 거잖아요? 잘 읽고 있어요. 계속 부탁해요~ 근데,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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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09 17:42:59 *.210.111.178
세상에서 젤 쉬운 거, 그런 거 있어. ㅎ
어제, 그 거리를 걸으면서 종윤씨 얘기 했는데..
아~ 아이스크림 먹고 시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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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4.09 09:20:37 *.72.153.59

커다란 무엇인가를 자신으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품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10년정도. 그냥 조금 움찔 거리며 두었더니 그러더라구요.  그 정도면 잔인하다면 잔인하고 축복이라 하면 축복이죠. 엎드려 바람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견디고 나면 바람이 안부는 게 이상해 갑갑합니다. 그러다가 바람이 없는 봄을 즐길 여유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그 봄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더군요. 바람이 지나갔다고 여겼는데 안에서 부는 바람은 엎드려서 피할 수가 없었어요.

아흐. 이렇게 심각한 거 싫은 데.

종윤이 말대로 아이스크림이나 달달한 케이크 같이 먹을까요? 먹고 힘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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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09 17:48:38 *.210.111.178
밥 때문에.. 밥투정하는 어른 때문에..
아이들도 안하는 밥투정을,
엄마도 아닌 나한테 밥 차려달라는 어른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어요.

남자들이 밥을 차려먹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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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2010.04.09 21:18:32 *.82.29.104

2005년의 밀리언달러베이비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쭉 났어요.
그때의 절절한 마음과, 그런 마음을 이끈채 혼자 보러간 영화생각이 나서였을까요..

흔히들 아픈만큼 성숙한다 라는 말을 하죠...
근데, 성숙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은 걸까요..
참 아팠던거 같은데,
아직 제자리 그모양 이라면,,,제가 아팠던게 아니었던 걸까요..

바보같은 소리합니다..
아직 너무도 용기가 없어서 힘이 되진 못하지만,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하려고 하시는일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항상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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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2010.04.10 17:51:44 *.155.7.114
네 저도 그때 기억나요.
그때가 벌써 2006년이네요..
저는 항상 홈피통해서 자주 뵌것처럼 글 읽고 있어요.
기억하시고 댓글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음성, 유쾌한 말솜씨, 따뜻한 감성..글 통해서도 너무도 느껴집니다..
언제 뵐수 있음 저도 좋겠네요. 연락주신다는 말도 너무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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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4.09 22:59:30 *.34.156.47
은현씨,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꿈벗 프로그램 끝나고 은현씨가 직접 차몰고 같이 가다가 사부님과 같이 막걸리마셨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잘 지내죠?
보고 싶네요.^^
아직 전화번호가 있네요.
연락한번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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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2 19:09:16 *.210.111.178
우리 예쁜 은현씨~ 잘 지내지요?
속초에 다녀왔어요.
설악엔 아직도 눈이 남아있더군요.
그곳 치악산은 어떤가요?

늘 지켜보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고맙고 또, 고마워요.
은현씨도 계획한 일들 잘 되길 바래요.
기도할게요. 건강 챙기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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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4.09 23:11:18 *.34.156.47
미영아, 아, 미영아,
2005년, 그러니까 5년 전 너와 처음 남부터미널에서 만났던 그 날이 생각이 난다.
그때와 지금이 별반 다른게 없는 것 같지만 우리는 많이 달라지고 많이 멋있게 변했다.
예전보다도 더 자신있게, 멋있게...
우리 내일 진하게 그날들을 이야기해보자.
네가 1기 연구원을 같이 했다는 것은 모두에게 행운이다.
솔직히 말해서 1기 없었으면 2,3,4,5,6기 있었겠느냐?
조급해하지 말고 우리 자긍심을갖자.
난 널 계속 응원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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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10.04.13 01:32:46 *.253.6.153
그건 그대들 둘에 각인된 술 유전자에게 물어봐..
나 뭣도 모르고 몇 번 남았다가 그 담날에 죽는 줄 알았거덩...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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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2 19:13:30 *.210.111.178
난 왜 1기만 보면 눈물이 나냐?!
촌스럽게스리..

그건 그렇고, 왜 막판엔 우리 둘만 남을까?
난 가끔 이걸 연구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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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8 10:38:09 *.187.9.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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