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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 신진철
  • 조회 수 2807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0년 4월 12일 03시 02분 등록

1.

어성천 연어의 꿈

 

살만하다는 어성천

연어들이 몰려들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

새로운 생명들을 품고서

남대천 물길을 따라

법수치 지천을 거슬러

꿈을 쫓고

본능의 힘을 따라

40여마리 연어들이 모여들었다

사자든 호랑이든

때로 모이고

때로 흩어지고

 

봄 봄

알싸한 생강나무 노오란 꽃시절

강원도 계곡물은 아직 찬데

 

매일매일을 뜨거운

첫 입술처럼 살자고 연어들이 모였다

 

2.

길에서 길을 묻다

 

속초에서 돌아오는 길

불타버린 낙산사

의상대가 보이는

어느 바닷가 모래밭에 묻었다

 

어제 밤 죽은 우리들의 장례식

상현이를 먼저 묻고, 은주를 묻고, 연주도 묻고

차례로 하나씩 하나씩 묻었다

4월은 신화의 계절,

동해보다 파란, 코발트 블루

그리스 지중해의 꿈을 묻었다

 

계를 묻었다

그 길에서 길을 물을 것이다
 

3.

수족관 속 황어의 눈길이 불안하다

몸은 이미 달아 오를 대로 달아올라

짙은 주황색마저 짙노란데

지느러미 갈래갈래 걸레처럼 찢기고

네 눈에 갇힌 내 가슴도 미어지는데

 

무엇에 갇힌 것일까

알을 가득 품고서

고향으로 돌아 오던 길

누구 손에 그리 된 것일까

길목마다 지켜선 죽음들

세상은.. 사람들은..

굶주린 듯 제물을 찾고 있다

 

목숨 걸고 돌아오는 길

수족관 속,

길 잃는 황어에게서 죽음을 본다

버스 유리창 안으로 갇힌 꿈들을 묻는다

 

4.

베이스 캠프에서

 

내일이면 우리는 정상을 향할 것이다

모두 또 각자

제 갈 길을 좇고, 목숨 같은 시간을 다투면서

 

그 길에서 누가 살고, 누가 살지 못할지

아무도 모른 채

베이스 캠프에선 축제가 열린다

불을 피우고

연기가 오르고

방금 죽은 7명의 식지 않은 주검들을 굽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지른다, 춤을 춘다

 

인디언 추장 현상금이 걸린

베이스 캠프에서

 

5.

-나의 장례식 ‘Memento Mori’ 중에서

 

화장을 해 주십시오

살아 생전에 다 태우지 못한

욕심덩어리마저 남김없이 태우고 싶습니다

다시 돌아다 볼 미련조차 남기지 않고

자유로이 떠나고 싶습니다

-중략-

이제 제 별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중략-

눈물도 필요치 않습니다

꽃도 필요치 않습니다

아무것도 소용치 않습니다

다만 하나, 나의 F.R.A.N.C.E.S.K.A

파란 하늘 눈물만 콕. 콕. 찍어 쓰던

그 이름 자 새겨진 하나 만으로 족합니다

제 몸 속 피를 짜내어 쓰던

오직 그 하나만으로 족합니다

 

그것으로 나는 양식과 돈을 구하지는 못하였지만,

아픔을 치유할 약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심장에서 뻗어 나온 가지 끝으로

그 몸뚱이를 움켜쥐고서

비로소 파란 하늘을 보았고

사랑 때문에 울었고

슬픔을 나눌 수 있었고

기쁨과 행복의 시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늘 여러분들과 함께 있으며,

나를 찾아가던 나침반이었고

세상을 향한 문을 열었던 열쇠였고

이제는 제 별로 돌아갈

영웅의 전리품이기도 합니다

 

가슴에 꽂고 가려합니다.

 

6.

끝으로,

성심으로 나를 대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려 합니다

다음 생이 있거든

늘 먼 산을 바라보던 나대신,

당신을 먼저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기를 빌고 싶습니다.

너무나 간절히...

 

7.

내 몸도 죽어지면 저리 될 텐가

검게 그을린 둥근 타원형,

뼈를 갈 듯이 갈아서

팔팔 끓는 물을 붓고... 잠시...

침묵이 향기를 먼저 마신다

 

뼈를 우린 물,

데운 컵을 비우고서야

온전히 피보다 짙은 그 물로 빈 속을 채운다

쪼르르륵

마지막 몇 방울까지도 짜내려 붓고서야

뜨거운 한 모금 입안에 머문다

식도를 따라 위장이 먼저 데워지고

작은 실핏줄들을 따라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피같은 죽음을 맛 본 짐승이 요동을 친다

Allegro Allegro

구석구석까지 불을 지르고 돌기 시작한다

 

누구의 주검은

그렇게 내 몸에서

또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한 번만 더, 진한 유혹이 번진다

 

Andante con Moto

Andante con Moto

 

Memento Mori

Memento Mori

 

내 죽음도 저리 될 텐가

누군가의 몸속에서 심장 뛰게 할 것인가.


8.
첫 입술처럼 살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사..
랑합니다.

 

IP *.186.5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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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12 08:50:50 *.236.3.241
좋다고 마신 모닝커피가 시인의 사골국물이었구나 ^^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오래  더 깊게 그 향을 머물게 하는 거였는데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과거는 갈아져 대지의 거름으로 돌아갔고
부활한 새날이  똘망똘망거리며
그대의 처분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Andante con Moto(느리게 그러나 활기차게)
Andante Cantabile(느리게 노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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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4.13 08:35:44 *.219.109.113
진철이는 '어린왕자'
옥수수 이빨 다 들어내고 함박 웃음 웃는 그대는
안드로메다에서 온 걸까?

그 함박 웃음 뒤에 숨어있는 실타래같이 엉킨 생각들...
달도 빛나는 앞면은 뽐내고 있지만, 뒷면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듯이
그대의 밝음 뒤에 가려진 어두움.

새벽에 직접 내려 준 커피 향이 꼭 그대와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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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10.04.13 16:07:56 *.93.112.125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습니다.
장례시(?)에서 글쓴이의 마음을 느낍니다.
비록 발표는 못 들었지만 그 목소리는 들립니다.

끝까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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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8 10:37:57 *.187.9.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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