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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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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4일 01시 46분 등록
 

 



칭찬 받았다. 그것도 내가 젤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누가 뭐래도 이거 내 꿈이었다. 어리바리 인생에 작은 성공 하나 추가! 나름 섬세하고 예민한 내 마음은(뭐, 가끔) 겉으로 드러난 격려와 박수에 사정없이 무너진다. 행복바이러스 와장창 쏟아져주신다. 그런가 하면 또 워낙 굳세고 튼튼해서(뭐, 이것도 가끔) 한번 받은 격려를 분명하고 꾸준하게 유지하곤 한다. 그러니 더 미칠 준비를 마쳤다고나 할까.


지쳐 비틀거리고 있었다. 버릇처럼 익숙하게 징징거릴 준비를 하며 일상에 치여서 살고 있었다. 뒤뚱거리고 휘청거리다 못해서 중심을 잃고 가볍게, 자주, 흔들리고 있었다. 일과 가정과 꿈의 조화와 균형? 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소린지, 언제부터 중얼거렸는지, 이런 야무진 꿈이 따로 없다. 일은 영업실적 저조로 출근하면 깨졌고, 가정은 남편에게 멱살을 잡히며 망가졌고, 꿈은 언제나처럼 보이지 않았다.


속초로 떠나기 전날, 나는 또 남편과 다퉜다. 새벽같이 가방을 꾸려 집을 나오는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집을 벗어났다는 사실에 해방감 비슷한 행복을 느꼈다. 겨우 1박2일짜리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언젠가처럼 그렇게 떠난 길에서 만난 장례식은 이번에도 불편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찾는 가족이 낯설었다. 내 가족은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처참했다.


새장 안에 갇힌 채로 자유를 배웠다. 행복 대신 불행을 배운 셈이다. 내가 사랑해야 할 배우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내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가, 불쌍했다. 미안했다. 그래서 슬펐다. 그래, 밥 차려주자. 꿈이고 나발이고 이따위로 살 바에는 그냥 자유를 버리자. 무슨 대단한 걸 이루겠다고 눈물바람을 하면서 산단 말인가. 그래, 다 관두자, 일도 다시 열심히 하고, 살림도 다시 열심히 하자, 남는 시간에 꿈꾸자, 그랬다.


그러다가 꿈 선생님 강의 도중에 느닷없이 호명되고 박수까지 받았다. 이런 제기랄. 나보고 어쩌라고. 가슴이 먹먹했다. 잠시 후, 기타에 실린 꿈같은 목소리에 난 그만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 순간의 그 선율과 그 목소리라니. 아, 정말이지 변경연은 나를 미치게 만드는 곳이다. 지금 이 자리를 뛰어 넘게 한다. 그래, 돌아가자,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 뭐가 됐든 열심히 살아보자, 부딪치자, 그랬다.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이틀 동안 남편과 통화도 하지 않았다. 어떤 얼굴로 마주할까 하면서 나왔던 집으로 들어갔다. 구수한 찌개 냄새와 은은한 섬유린스의 향과 반짝반짝 빛나는 집안의 구석구석이 보였다. 새벽에 나를 떠나보낸 남편은 청소를 시작했단다.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생각해 보니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고래고래 노래 부르다가 잠겨버린 목소리와 멀미나는 속을 부여잡고 남편과 술을 조금 마셨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밥도 잘하고 암튼 다시 잘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도돌이표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새로운 월요일, 나는 아팠다. 감기 몸살에 마술까지 시작된 몸은 어쩔 줄 몰랐다. 진통제를 사 먹으며 수업을 했다. 밤늦게 귀가한 남편은 해열제를 챙겨주며 한마디 던진다. 멀쩡하게 나가서 왜 병이 나서 왔냐면서 그 모임, 앞으로 나가지 말란다. 귀여운 놈, 나는 속으로 웃었다. 어디서 생긴 여유인지 알 것 같다.


내가 거기 가서 칭찬 받았거든. 나 그런 사람이거든. 나 쫌 미쳤거든.
아싸라비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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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10.11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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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10.04.14 03:16:54 *.253.6.153
돌아오는 버스에서 도명수님이 부르신 노래가 생각나는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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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4.14 11:19:20 *.108.50.126
아니,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도대체 뭐 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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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8:32:59 *.210.111.178
그 아침에 '미쳤어'는 정말 끝내줬어요.
도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큰 웃음 빵빵이라니까요.

미영이는 언니가 있어서 이곳이 더 좋아요.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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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0.04.14 05:23:04 *.160.33.180

글이 삶이라는 것을 알겠다.  이것은 그저 글이 아니고 미영이의 이틀간의  삶, 그 자체 아니냐. 
내가 어리버리 노래할 때 열심히 뒤를 받쳐주던 가사 하나가 생각난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꿈으로 살지만,  오늘도 맘껏 행복했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네'  
나중에 이 노래를 아싸바리 미영이에게 시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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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8:38:05 *.210.111.178
선생님 앞에서 노래 몇 곡 부르고선 목이 완전 갔어요.
보이기엔 별 거 없지만 저는 늘 최선을 다한답니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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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0:40:44 *.106.7.10
읽다가 눈물이 날뻔 했어요 *^^*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꿈을 꾸는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고단한지,
가정과 일, 그리고 꿈...
그렇지만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선배님의 힘찬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응원합니다!
미영선배님, 화이팅~!!!!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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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8:41:08 *.210.111.178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울었는데 그게 보였나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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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10.04.14 11:16:42 *.152.82.64
밝고 맑은 모습을 보면서 그대의 삶이 행복하구나 했습니다.
밝고 맑은 모습속에 아픔을 간직하고도 행복한 듯 살았구나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이 당신과 가족 그리고 속초의 모든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힘차게, 다시 새롭게, 다시 즐겁게... 살아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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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8:45:53 *.210.111.178
미영이가 사랑하는 큰오빠!
아~ 한참 생각했는데 그 담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네.
뭐라고 좋은 말 하고 싶은데.. 멍~
내가 이렇다니까.. 에이, 맘에 안들어!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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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4.14 11:32:30 *.108.50.126
남편 귀엽네요!

선생님말씀처럼,
'삶이 글'인 것을 보여주는 예시글 같아요.
그 장면, 그 격려를 오래 안고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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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8:52:11 *.210.111.178
한 선생님 빈자리가 어찌나 아쉽던지요.
<연구원 컴백홈> 멋져요. 감사해요.

아! 선생님 오셨으면 목쉬고 감기걸리고 하셨을 거예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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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4.14 12:30:50 *.93.198.155
나도 예전에 사부님이 2기와 함께 한 남도 여행 수업에서 부족한 나를 칭찬해주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
아마도 그 때의 말씀이 첫 책을 쓰게 된 원동력이 된 듯하다.
난 너의 삶이 도돌이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처음 보았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넌 갈수록 이뻐지고 있어.(이게 외모를 이야기하는 건 아닌지 알지?ㅋㅋ)
귀엽다. 짜쌰~
어리버리에서 귀여니로 환골탈태하고 있구나.
화이팅~
네가 말한 '그 남자 그 여자' 공저는 꼭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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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8:53:31 *.210.111.178
지금 공저 프로포즈를 요따구로 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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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4.14 12:46:54 *.255.183.142
오리 날았네. ^ ^
미시령 휴계소인가,
우리가 들렀던 휴계소에서 새가 나는 걸 봤어요.
날개 짓 몇 번 안하고 날더군요.
바람이 날개 더군요.
그 새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누나 글 보니 그 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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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4.15 08:51:15 *.72.153.59
그 새 좋아보이더라.
오리 겨드랑이에 바람이 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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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9:00:23 *.210.111.178
바람이 날개라는 말.. 참 좋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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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
2010.04.14 14:32:35 *.216.38.10
"내가 거기 가서 칭찬 받았거든. 나 그런 사람이거든. 나 쫌 미쳤거든. 아싸라비아거든."

나, 이제 인간 될꺼거든? 지금 쑥이랑 마늘 먹고 있거든? 동굴에 갇혀있거든? 이제 인간될날 얼마 안남았거든?
아싸라비아거든?!!!!

명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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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9:04:52 *.210.111.178
어디서든 존재감 확실히 챙기는 있는 집 자식.. 하하
우윳빛깔 그대는 귀여운 센쓰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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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10.04.15 08:54:44 *.72.153.59
변경연 장례식때 항상 자신의 장례식을 맞아요.
늘 되뇌이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선 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다시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웃고,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의 꿈이 궁금하고 그의 꿈이 자라는 것을 기뻐하고 그와 내가 같이 꿈꾸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같이 지금도 앞으로도 같이 살길 바라는 것. 그게 일상이 행복이겠죠.

언니는 웃는 모습이 정말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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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5 09:07:45 *.210.111.178
내가 쫌 이쁘지? 하하
웃는 정화도 예쁘다우~
이번 여행에서 좀더 가까워진 느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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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4.15 10:03:26 *.53.82.120
제 가슴이 먹먹해와
댓글달기를 망설였어요.

꼬박 하루 숨을 고르다
이제서야 고백합니다.

언니...예뻐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그니까...
그게... 사랑한다구요..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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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7 08:49:02 *.210.111.178
이 사랑을 어찌 받아야 할까?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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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꿈동산
2010.04.15 17:15:10 *.96.12.130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술을 찾는 누나의 모습에서 뭔가 무거운게 느껴졌었는데, 그게 그거였구나. 말했듯이 나도 누나 팬! 열심히 읽을테니 빡쎄게 올려줘요. 아싸라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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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7 08:51:28 *.210.111.178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두 시간의 자유..
내겐 '자유'가 버겁더라구.
그치만, '와인'은 술이 아니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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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0.04.16 23:32:50 *.51.86.214
오랜만에(!) 기분 좋은 글이라서 나도 좋네. ^^
언니 이왕 한번 날았으니 이 바람 타고 한번 쭉 가보자고요! ㅎ

못봐서 아쉽고, 그래서 우린 또 만날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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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0.04.17 08:53:36 *.210.111.178
답글도 미쳤어.
난리가 났네.
오리가 진짜루 날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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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8 10:37:30 *.187.9.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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