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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4일 21시 15분 등록

내가 너 며칠 못 갈줄 알았다. 그럼 그렇지, 지가 무슨 부처님 이라고,
나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이게 남편이 부인한테 할 소리인가?


참 알다가도 모를 인간이다. 남편은 한달 전부터 아버지학교인지 뭔지를 듣고나서 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화를 낼만한 일인 것 같은데 요즘은 무척 잘 참는 것 같았다. 내가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아이들이 울면 남편은 아이들을 다독거렸다. 나를 깔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을 잘 타일렀다. 예전엔 나보다 더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을 겁주던 사람이었다.


얼마전에는 무슨 스님의 책을 사더니 CD에 녹음되어 있는 법문인지 뭔지를 틀었다. 짜증이 났다. 들으려면 혼자 조용히 듣지. 난 참는 성격이 아니어서 바로 말했다. 우리 다 자면 혼자 들으라고. 남편을 바로 CD를 뺐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 슬슬 다가오더니 자기가 교회에 한번 따라가 줬으니까 그 CD 한번만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들으라고 하니까 더 듣기 싫었다. 그냥 대꾸하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은 주말농장에서 밭을 일구면서 남편과 아이들과 즐거웠다. 일요일에는 정기적으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기에 오후에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갔다. 왠지 집을 나서기가 싫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가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요즘은 남편을 잘 따르고 잘 놀지만 난 항상 맘이 불안하다. 그래도 치료 잘 받고 오라는 남편의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족들을 집에 두고 집을 나서면 기분이 이상하다. 혼자만의 자유를 얻었으니 기뻐야 마땅할텐데 기쁨 보다는 약간의 긴장상태가 유지된다. 남편과 함께 있는 아이들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치료가 끝나갈 때쯤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올 때 된장찌게거리 좀 사오라는 것이었다. 이 인간이 벌써 배가 고픈가? 아직 5시도 안되었는데. 밥에 참 민감한 사람이다. 난 집에서 밥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밥이야 하지만 반찬은 배운적도 없고, 해 보려고 해도 맛도 없고 재미도 없다. 난 남편에게 답문자를 보냈다. 반찬이랑 국 사간다고 했다. '조오치~' 라는 답이 왔다. 정말 배가 고픈가 보다. 치료를 끝내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반찬가게에서 몇가지 반찬과 육개장을 사가지고 들어갔다.


남편과 딸은 거북이 등딱지를 만들고 있었고, 귀여운 우리 아들은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문 여는 소리에 깨었는지 아들이 짜증스런 목소리를 내며 울었다. 소파로 가서 이불을 들췄더니 땀이 범벅이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없으면 뭔가 문제가 있다니까. 남편에게 땀 좀 보라고 말했다. 나는 사랑스런 아들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치료를 받고 왔지만 피곤했다. 피곤하기 보다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스러웠다. 남편이 배가 고플텐데, 요즘은 인상을 쓰지는 않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기다리는 표정도 역시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남편은 PC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잠해진 아들을 다시 소파에 눞히고 남편이 뭘 하나 들어가 봤다. 가족 사진을 편집 중이었다. 고향 집 앞의 해수욕장에서 지난 가을에 찍은 사진. 자기는 없는 사진. 내 얼굴은 대문짝 만하게 나온 사진. 남편은 얼마전에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아빠학교인지 뭔지인데 그럴듯해 보였다. 나도 그 계획이 멋져 보인다고 했었다. 그런데, 거기 블로그에 내 얼굴을 팔아야 하나?


순간 약간의 화가 났다. 난 내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다. 밥을 해야 하는 부담감에 화가 언쳐졌다. 남편에게 내 감정을 드러냈다. "가족 팔아서 자기 즐겁겠다고? 비공개로 해줘~", "그 속에서 좋은 아빠면 뭐하냐? 현실에서 그래야지" 그리고 주방으로 갔다. 싫지도 밥은 해 먹여야 하니까. 그게 내 의무니까. '아~ 밥순이는 언제 끝나려나?'


싱크대의 냄비를 닦고 있었다. 밥솥의 타이머를 보니 보온 72시간이 넘었다. 아직 밥도 안해 놓고 배 고프다고 난리야? 밥이라도 해 놓고 그러면 좀 좋아? 그 때 남편이 PC방에서 나왔다. 싱크대로 다가오더니 고무장갑을 끼며 비키라고 했다. 자기가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투가 약간 이상했다. 뭔가 심사가 뒤틀린 것 같았다. 그러나 나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다.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내 일이니까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그게 왜 여자 일이냐며 극구 지가 하겠다고 했다. 냄비를 들고 실랑이를 하다가 힘에 밀려 나왔다.


소파에 아들을 안고서 앉아 있었다. 남편은 멀쩡한 듯 하지만 상기된 굳은 표정으로 72시간 짜리 밥을 버리고 쌀을 씻어 넣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정리를 하더니 분이 안 풀린 억양으로 내게 말했다. "사단나기 전에 잠깐 얘기 좀 하자". 딸이 들을 수도 있으니 안방에서 얘기하자는 것이었다. 남편은 72시간짜리 밥을 그냥 먹으면 죽냐는 말부터 꺼냈다. 그 후로 5분이나 되었을까? 우리는 말다툼을 했다. 내가 부족한것은 알지만 그래도 화가나면 말은 막 나간다. 남편은 말싸움에 강해졌다. 예전에는 말도 안되는 것으로 우기더니 그래도 요즘은 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도 말싸움은 절대 지는 않는 여자다. 싸움을 안 하려고 말을 안 하는 것 뿐이지 말을 시작하면 물불 안 가리고 퍼붓는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남편이 전에 없던 심한 말을 하기 시작 하더니 나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할 말을 잃었다. 난 여지없이 눈물이 나왔다. 다행히 안방이 어두워 눈물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눈물은 나지만 전혀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부처님하고 친하게 지내 보던가라고 했다.


남편은 한참 동안 말을 멈추더니 지가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성격 이상한 사람이랑 살아줘서 고맙다고, 맘에도 없는 험한 말 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나갔다. 그는 PC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난 나가고 싶었다. 한 지붕에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 옷을 입혔다. 아이들은 내 분신이니까, 내가 어딜 가던지 데리고 다녀야 하니까. 잠에서 깨난 아들은 아빠를 찾았다. PC방 문을 열어보더니 캄캄한 방에서 아빠는 잔다고 말했다. 지 성질 못이기고 자나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앞에 식당으로 갔다. 사실 나도 배 고프면 못 참는 사람이다. 배가 고프면 손이 떨리는 사람이다. 밥을 먹었지만 남편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마트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사주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집을 나온지 한시간이 되었을까?  마트 주차장을 나오는 순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받기 싫었다. 딸에게 받으라고 했다. 어디냐고 묻는 듯 했다. 딸은 마트에서 무엇무엇을 사고 지금 출발한다고 했다.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나도 남편을 쳐다 보지 않았지만, 남편도 나를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들과는 엄마와 싸운적 없다는 듯이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를 나눴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깼다.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PC방에서 자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결혼 9년만에 처음이었다. 저도 충격이 컸나보다.


월요일 남편의 퇴근은 늦어졌다. 아이들은 재우고 영어 교육 사이트에 접속했다. 나에게 요즘 가장 즐거운 시간은 바로 그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방해 받지 않고 밥과 빨래 같은 집안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 한 시간여를 즐겼을까? 그 때 남편이 들어왔다. 술을 한잔 했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들어왔다. 퇴근하면 다정스레 말을 걸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편이었고 술을 마셔서 피곤해도 누워서라도 들어주었다. 그런데, 나를 한번 쳐다 보더니 말도 안 꺼내고 눈을 피했다. 역시 한마디도 안하면서 빠르게 왔다 갔다 옷을 갈아 입고 샤워를 하더니 잠자리에 들었다. 사실 쳐다 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주위를 살피다가 눈이 마추친 것이었다. 이상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싸우면 남편은 다음날 출근해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미안하다고 하며 화해를 요청했었다. 그렇지 못했다면 저녁에 들어와 나와 얘기를 청해왔었다. 나와의 냉랭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것을 예상하고 나는 기다린 것인데 이상했다. 술을 먹어서 일까?


어제 화요일이었다. 월요일 밤의 남편의 눈빛과 태도가 심상치 않았기에 화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나는 심한 말을 해도 금방 잊는 성격이지만 남편은...  글세.. 잘 모르겠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 보다는 오래 가는 편인 것은 확실하다. 남편의 퇴근시간이 되었을 무렵 전화를 걸었다. 늦게 퇴근하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나는 할 얘기도 있고 해서 같이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도 화해할 용의가 있는지 오겠다고 말을 바꿨다. 저녁을 먹었다. 집에 들어와서 남편은 아이들 목욕을 시켰다. 그리고 네 식구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 때까지도 남편은 나와 말을 섞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이 아이들이 잠에 들어야 우리 부부는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나도 일찍 잠에 드는 편이지만 오늘을 얘기할 것이 있었기에 기다렸다. 딸아이가 먼저 잠이 들었다. 아들은 뭐라 뭐라 쫑알거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잠들었다. 난 남편을 불렀다. 남편은 답이 없었다. 잠들어 버린 것이다. 깨울 수는 없었다. 성격 까칠한 것이 잠자는거 깨우면 거의 발광을 한다. 깨우기도 그렇고 피곤하기도 해서 나 역시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남편이 잠든 침대 위로 올라갔다. 남편은 혼자 침대에서 자고 우리 셋은 바닥에서 잔다. 아이들이 나와 함께 자기를 원하고 침대에서 자다가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속에 남편의 손을 잡았다. 예전 같으면 내가 그 정도 하면 나를 안아 주는 사람이었다. 잠결이라면 더욱 더 그래야 할 사람인데 미동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깨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번엔 좀 심각한 듯 하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예전처럼 시간이 지나고 내가 웃으며 말을 걸면 풀어지겠지? 그래도 부부인데...

IP *.241.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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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15 01:20:00 *.36.210.247
하하하.
드디어 변경연에 강적의   부부 글쓰기팀이 나타났다. 예상대로 꾹의 아내는 꾹입니다요.를 찜쪄먹는 수준이다.

글의 양으로보나 표현으로보나 꾹입니다요.는 그의 아내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보인다. 무엇이 저 여인을 저토록 강하게 혹은 드세 보이게 만들었을까? 반은 꾹 때문이고 반은 운명 때문일지 모른다.

보나마나 꾹입니다요.는 백전백패다. 꾹입니다요.가 그 스스로를 구촐해 내야만 할 것 같다.
만약 그럴 여력이 없다면 지원요청을 나서야 한다. 누가 되었든. 서로에게 서로는 아쉬운 그리고 필요한 존재이니까.

그런데 만약에 꾹입니다요.가 내 아들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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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15 01:31:58 *.75.3.201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의 가정사에 끼어드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힘니다.


뭔가 반응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고 

그것이 분노든 애정이든,  관심의 표현으로서 동일한 것입니다.

물론 부정적이면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하지만,,,

위험한 것은 무관심이겠죠,   

웬수같이 보이던 인간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불안한거죠...

그냥 한 마디 뱉는 것이 상황과 기억과 자존심과 어우러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죠.

여자들은 그걸 그냥 바가지 긁은 정도로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인내심의 한계를 측정하는

괴로운 시험이죠... 

항상 한 가지가 좋으면 한가지는 나쁘죠,

그건 인간사의 모든 생각과 정서의  양극단이 동일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으시죠,  해소해도  잘 안되는... 

꼭 남편에게 풀어야만 하는 스트레스... ^^  그걸 좀  조절하시면 좋을 것 같군요.
 
시야를 좀 멀리보시고     문제가 생기면 늘 반대상황을 가정하고  현재상황이 그래도 낫다는 ... 식의..

왜냐면, ..  없으면 안 되니까요...  

토닥토닥하고 사는 것도  즐거운 것이지만,   그러다가  어느날 수준이 달라지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남편의 성격으로 보아서는 그럴 것 같군요...

그리고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하시는 군요,,,  상당히 많은 문제가  거기서 시작되는 거 같구요.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들 말입니다.  

글을 보니  무척 강하고 확실해 보이십니다.   하지만 남자는 도움이 필요한 여자를 더 좋아합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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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8 10:37:21 *.187.9.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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