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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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 기침, 재채기…. 퀭한 눈으로 콜록거리면서 수업을 다니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평소에 무뚝뚝하던 회원 엄마가 깜짝 놀라며 약을 챙겨주지를 않나, 가는 집마다 생강차며 유자차에 꿀차까지, 따스한 사랑을 먹고 마셨다. 아이들도 더 열심히 수업을 했다. 새삼스레 눈앞의 행복에 당황스러웠다. 미처 생각지 못해서였을까. 참 고마웠다.
돌아보면, 난 정말이지 복이 많은 사람이다. 미안할 지경이다. 가까이에 있는 이곳만 해도 그렇다. 난 빚이 많다. 어찌 갚아야 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허허 웃으며 뭔가를 기약하지만, 말도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선, 꿈 선생님께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너무도 많은 신세를 졌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을 넘치도록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바로 이 노트북도 이곳에서 받았다. 연구원으로 만났지만 연구는 조금하고 먹고 마시는데 시간을 왕창 쓴 우리는, 어느 날 ‘노트북 전달식’을 했다. 좋은 날이라며 또, 사진을 찍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그랬다. 그날 나는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다. 그리고 오래 만나며 마음을 주고받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알았다.
이곳의 친구들은 골고루 다 돌아가며 내게 다양한 선물을 주었다. 그 중에서 이 노트북으로 작업한 짧은 글은 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방송이 되는 모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방송을 봤다는 연락을 받곤 한다. 부끄럽지만 신기할 따름이다. 무슨 복이 많아서 여기까지 왔을까.
그동안의 나는 무심했다. 먼저 나누지 못했으면 나중에라도 나눴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명절 때도 망설이다 슬쩍 넘기고, 생일도, 무슨무슨 날이라 부르는 기념일도, 나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는 늘 선물을 하고 싶었다. ‘살다보면’에 글을 쓰기로 한 건, 그 이유이다. 나는 부족한 내 글이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오리날다], 이 짧은 글을 쓰기 위해 나는 매일 뭔가를 읽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나만의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내 안으로 들어가서 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나는 나에게 매일 묻는다. 선물로 시작됐지만, 나를 만나 웃고 울고 안아주며 살피는, 나를 배우는 이 일이, 내겐 행복이다.
지금은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선물이라고 해야 보잘 것 없다. 감히 선물이라 부르기조차 부끄럽다. 하지만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준비한다. 부족하다고 다음으로 미뤘다가는 또 낭패를 볼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내 맘대로, 준비 되는대로, 내어놓는다. 그리고는 혼자서 만족해한다. 부족하지만 다음을 또 기약하면서 말이다.
나는 이곳을 좋아하는 행복한 사람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행복을 선물할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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