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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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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30일 06시 50분 등록

때가 되면, 알게 된다

 

사무국 식구들과 함께 토마토를 심었다.

 

4년 전, 오기로 시작한 일이었다.

돈이 없어서 안 되고, 흙무게 때문에 안되고, 또 관리는 누가 하느냐

시작도 안 해보고, 안된다고만 하는 그 말에

성질이 나서 저지른 일이었다.

 

시청 옥상에 화분을 올리고, 흙을 나르고

토마토 몇 개, 고추 몇 개를 심었을 뿐이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걱정도 했지만,

웬걸... 때가 되니까,

다 알게 되더라.

 

“왜 토마토 순을 안 질러 줘? 이렇게 해서, 이렇게만 하면 되는데”

“장마 지나고 나면, 웃거름 한 번 더 줘야지”

“내년에는 상추도 심어보면 어쪄?”

그저 아침마다 커피 한잔 들고 올라가면,

동네 시어머니들이 다 모였다.

나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첫 해 진딧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손으로 잡아 주고 있으니까,

목초액을 써보라는 둥, 담뱃물을 뿌려주면 직방이라는 둥

농약치기가 싫어서,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

 

두해 째,

초대하지도 않았던 무당벌레들이 한 몫을 했다. 일손을 덜었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그들을 지켜보면서, 난 햇볕을 즐기기만 했다.

 

삼년 째,

청사관리계장이 새로 왔다.

좀 깔금히 하란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감출 것은 감추고, 버릴 것은 버리고.

 

그리고 올 해,

손님이 늘었다.

털썩 빈 화분만 남겨두고,

황금줄사철, 산수유 두 그루, 빛깔 좋은 남천 두 그루, 3년째 가꿔오던 산당화

아끼던 것들이 주말 사이에 없어졌다.

아, 그렇구나

내 욕심마저 버리라는 뜻인가 보다.

때가 되면, 다 놔두고 갈 것들인데

마음 잡아두면 안 된다는 뜻인가 보다.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일이다.

농사 일이라는 게.

지금은 커피와 피자 한 판을 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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