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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 신진철
  • 조회 수 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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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10년 5월 1일 00시 11분 등록

1. 바람부는 날엔

 

또 비가 온다

몸이 아플 거 같다

생각지도 않았던 두 시간,

온전히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힘들고 지친 날,

같이 앉아서 차 한 잔 나눠줄 사람,

손 한번만 따뜻하게 잡아줄 사람,

한 번 씨-익하고 웃어주며

살짝 안아주듯 어깨를 두드려주기만 해도 되는데...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양 부리듯

마음 기댈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2.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데

우두두둑

비섞인 바람에

라일락이 진다

우두두두 둑

맨 땅바닥에 목숨덩어리들이

떨어진다

분홍색 이파리들이...

 

3.

어머니가 또

콩을 잡는다

재밌나보다

어깨너머로 흘깃,

어? 용택이형 시였어?

컬났다. 그런지도 모르고

그런 것도 시라고 했으니...

아고고...

 

콩, 너는 죽었다

 

4.

5학년 아들이 묻는다

아빠, 심청이가 물에 빠졌다가 살아났잖아...

글면, 누가 기적을 부른거야?

제우스야, 포세이돈이야 아니면 하데스야?

 

(......)

그건, 비너스야

왜냐면, 심청이 빤스가 비너스였거던

하하하... 큭큭큭-

 

-어느 아침 식탁에서 오고간 부자간의 대화라니... 참...

 

5. 세상에 정말로 화나는 일

 

갑돌이와 갑순이는 왜 한 마을에 살았을까.

시집간 날 첫날밤에 왜 달보고 울었을까.

갑돌이는 왜 화가 나서 장가를 갔을까.

장가간 날 첫날밤에 왜 한없이 울었을까.

 

세상에 정말로 화나는 일

달보고 우는 일

 

6.

바람은 손이 없지만

두 손 달린 나보다 낫다

 

그녀, 머리칼이 날린다

 

7. 땅만 봐도 안다

 

사람들이 간혹 왜 땅만 보고 걷느냐고 묻는다. (내가 그랬나?)

암튼 상관없다. 땅만 봐도 아는데, 뭘.

새벽에 내린 비로 작은 웅덩이가 고였고,

웅덩이 위로 구름 지나는 것이 비치고,

보도블럭 사이로 풀들의 생기가 돌고,

젖은 땅에 은행나무 거시기들이 널부러져 있으니,

간 밤에 바람도 있었겠구나

 

굳이 고개 들어 하늘 보지 않아도

땅만 봐도 알 수 있다.

8. 어머니의 잔소리

그녀의 시는

밥값이다

아침마다 밥을 짓고

끼니마다 시를 짓는다

그녀의 시는

밥값이다

살아온 시절만큼

먹여 살린 밥그릇 수만큼

오늘 아침도

그녀가 시를 짓는다

 

 

 

IP *.186.57.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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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5.01 02:58:22 *.36.210.171

세상에 정말로 화나는 일

달보고 우는 일

............................

세상에 정말로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장면

거시기 잡고 우는 일  ㅠㅎㅠㅎ ^-^*                                  <연극 'B언소(蜚言所)' 장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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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5.03 02:51:06 *.186.57.251
누나, 말이 참 거시기 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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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5.02 03:31:08 *.129.207.200
전주 영화제로, 전주는 바쁘겠네요.

여인은 아니어도, 가까이 있다면 차 한잔 할 수 있을텐데...

갑돌이는 왜 장가 간 날 울었을까요? 기대가 커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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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5.03 02:54:11 *.186.57.251
말도 마셈, 일주일에 다섯번 가는 카페가 영화거리 바로 옆이어서... 왠지 내 작업실을 뺏긴 ...
글고, 괜찮아. 굳이 인건이 아니어도... 옆에서 좋은 향수냄새...와..젊은 큰애기들..수다소리.. 정신없삼..ㅎㅎ
글고,,, 마지막 장 질문은 시방 웃자는 야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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