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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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0] 내 안의 신화 찾기 4
1. 꽂히는 말이 있다.
아무리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도 자신을 부르는 이름소리는 또렷하다. 수많은 합격자 명단 속에서도 자신의 이름은 크게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애인, 가족. 사랑해 본 사람은 안다. 그날 아침 그 사람의 말투, 표정, 옷 색깔, 머리끈 심지어 냄새까지도. 헤어져 본 사람은 안다. 세상의 모든 노래가 다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도 문득 꽂힌다.
요가 행공을 하다보면, 아픈 곳이 있다. 다 이유가 있단다. 그곳에 집중하라고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사람, 특별한 상황, 특별한 말들에 평상시와는 달리 예민해지는 나를 지켜본다.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명상은 도움이 된다. 한 발짝 물러서서 지나간 하루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볼 수 있게 한다. 아니, 심지어는 20여 년 전의 기억마저도 선명하게 뛰쳐나오곤 한다. 다시 저 수면 아래로 깊숙이 숨어버리기 전에 후다닥 공책을 꺼내, 추적 장치를 달아 놓는다. ‘포스트 잇’이 제 값을 하는 순간이다. 어떤 때는 아예 ‘젯 스트림 속기용 볼펜’으로 거친 스케치를 해 놓곤 한다. 해 갈수록 요령도 늘어간다.
이제 나에게 묻는다. 왜 꽂힌 걸까? 왜 아픈 걸까? 왜 화가 날까? 왜 서럽고, 눈물이 나는 걸까? 왜 발효시키지 못하고, 깊은 곳 한 구석에서 푹푹 썩고 있는 걸까. 오래 된 동화책 속에서, 신화 속에서, 나의 기억 속에 헤매고 다니며 뒤적거린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흑백사진으로, 때로는 동영상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연되기도 한다. 신기하기도 하지. 시간에 상관없이 보관상태가 다르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개처럼 뿌연해서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고, 오랜 시간이 흘러 잊혀진 줄 알았는데 너무도 선명한 장면들도 있다. 더러 어떤 기억들은 몸마저도 반응한다.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하고, 숨이 가빠지기도 하고, 이가 갈리기도 한다.
2. 그것이 궁금하고, 그것을 궁금해 하는 내가 궁금하다.
# 소풍을 나선 돼지들이 꿀꿀거리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그 무슨 셈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세고, 또 세어 보는데, 표정들이 심각하다. 번갈아 가면서 다른 녀석이 세어보지만, 뭔가 결과는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하나가 부족하다. 어데로 갔지?’
분명히 떠나올 때는 숫자가 맞았었는데, 돼지들의 셈세기는 봄날 오후 내내 계속된다.
나를 잊고 살았다. 항상 나를 빼고, 세면서 살아왔다. 밖으로 향한 두 눈은 늘 나보다는 남들이 보였다. 그냥 주어진 대로만 살아왔다. 세상의 기준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그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야만 하는 것인 줄 알고 살아 왔다.
# 좀 더 멀리 보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만, 조금만 더 높이 날아올라야 했다. 아버지는 위대했다. 내게 이런 날개를 달아주다니...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은 기억하지 못했다. 어깨 뒤에 힘이 조금씩 풀린다. 자꾸 헛날개 짓을 한다. 몸이 더 이상 맘을 쫒아가지 못한다. 고개를 들어 내가 좀 더 오르려했던 저만큼을 어림해보지만, 내 몸은 서서히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고, 날개짓도 풀이 죽는다.
순간 균형을 잃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추락이다.
구름 아래로 파란 바다가 아찔하다.
“아-- 아버지, 왜 하필 저에게...”
그러면서도, 늘 현실에 만족할 줄 몰랐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고, 나 역시 그런 내가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사는 것이 틀린 것이라는 생각은 늘 나를 쫓기게 만들었다. 외롭고 힘들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또 다시 아침이면, 밤새 요동을 치던 짐승의 목소리를 잊어야만 했다. 늘 어딘가를 찾아 떠나야 할 것 같은 욕망을 뿌리칠 수 없었고, 눈동자는 먼 하늘 언저리를 응시하곤 했다. 저 건너엔 뭔가가 있을 거 같았다. 조금만 더 멀리 보고 싶었다.
# 오랜 시간 탑 속에서 갇혀 자신을 구해 줄 왕자를 기다리던 라푼젤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왕자가 나타난 것이다. 용과 맞서 싸우고서, 이제 자기를 구해 줄 차례인데, 저 밑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왕자를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월의 길이만큼 자라버린 머리카락을 빼고선.
‘놓치면 안 되는데..’
‘저 분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되는데...’
‘어쩐다지...’
높은 성, 창문을 통해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왕자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타고 오르게 될 것이다.
이 지리한 긴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믿었다. 나에게도 꼭 기회의 순간이 올 거라 믿었다. 나는 알았다. 그 순간이 되면, 나는 지나 온 모든 것들이 다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해왔던 것이 될 거라는 걸.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때가 되면, 나는 모든 걸 다 걸고 단 하나를 얻기 위해 길을 따라 나서게 될 것이다. 내게 가장 소중한 그 하나를 위해.
# 어느 햇볕 좋은 봄날인가 보다. 낡은 청바지의 멜빵끈이 풀린 채, 톰은 터덕터덕 페인트 깡통을 들고 나타났다. 입이 잔뜩 불어 있다. 울타리 한 쪽 구석에 깡통을 쳐 박아 두고 선, 이 궁리 저 궁리, 놀 궁리를 해본다. 엄한 고모의 표정에 ‘이번만큼은 착하게 말을 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벌써 마음은 미시시피강 뗏목을 타고, 돛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머리를 두어 번 세게 흔들고 나선, 붓을 잡는다.
“제기랄, 이 좋은 햇볕에 울타리 페인트 칠이라니....”
얄궂은 동네 개구쟁이들이 하나씩 둘씩 나타나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저마다 한마디씩 비웃음을 던지기도 하고, 사과 한 입을 베어 물고서 조용히 톰을 지켜보는 녀석들도 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짧은 한 순간이었다.
누군가 톰에게 제안을 했다.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대신 아끼는 주머니칼을 만져보게 해주겠다고 한다. 옆에 있는 녀석도 덩달아 먹다 남은 사과 반쪽을 내민다.
순간이었지만, 톰은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 제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바꾸게 될지를 깨달았다. 지겨울 것 같던 일이 한 순간에 즐거운 놀이로 변했다.
이제 톰의 손에는 붓 대신 빠알간 사과와 멋진 주머니칼이 들려 있다. 주머니칼을 만지작거리면서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하나씩, 하나씩... 더없이 행복한 오후 햇볕을 즐기고 있다.
# 제페토 영감이 촛불을 켜고 청숭맞게 앉아 있다. 제 손으로 깎아 지었지만, 제 맘처럼 되지 않는, 아들 피노키오 생각을 하면서, 고래 뱃속에 앉아 있다.
내가 견뎌야 할 일상의 시간들 속에서 나는 매번 갈등을 겪는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마음은 항상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려 하지만, 몸은 해야 할 일들 속에 묶어두어야 했다. 이런 부조화의 갈등의 해결은 아예 외면해 버리거나, 해야 할 일들의 의미와 가치를 기도와 주문처럼 반복해서 세뇌하는 방법을 써왔다. 아주 가끔씩은 일이 재미가 되는 기적의 순간들을 경험하곤 했다. 그럴 땐 신이 났다. 신나서 일했다.
# 이 수세미도 재크의 콩나무처럼 하늘까지 자라줄까?
씨앗대신 동전을 묻고 심으면
주렁주렁 동전이 열리는 나무가 될까?
암소 한 마리를 통째로 씨앗과 바꾼 바보, 재크
여우의 말에 속아 몇 잎 남지 않은 금화를 송두리째 땅에 묻고
물을 줬던 피노키오.
나는 계산적이지도 못하고, 재리에 밝지도 못하다. 그래서 세상살이에 병적일 정도로 서투르다. 은행의 단순 업무에도 말 귀를 못 알아먹고, 갖가지 재테크 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하곤 딴 세상의 이야기다. 그런 걸 잘하는 사람, 잘 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고, 세상살이를 잘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나는 잘 못한다. 정말 못한다.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이 두렵다. 그런 세상에서 그런 방법으로 잘 살 자신이 별로 없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나는 늘 바보다. 여우를 만나게 될까봐, 얼마 남지도 않은 나의 금화를 송두리째 빼앗길 것만 같았다.
# 시암터 옆 가지 끝에 매달린 오누이의 기도가 간절하다
“엄마, 엄마... 우리 어떡해야 돼?”
떡도 먹고, 엄마도 집어 삼키고
저 놈의 호랑이는 도대체 얼마를 더 집어 삼켜야만 배가 부른다지.
“엄마... 엄마...”
하늘에서 내린 동아줄...
동생 먼저... 그리고 감싸 안듯
꼬옥, 놓치면 안 돼.. 알았지? (끄덕끄덕)
세상이 나에게 요구해오는 것은 끝이 없었다. 가만 놔두질 않았다.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잘 하는 눈치가 보이면, (나의 의지와 취향과는 상관없이) 들이밀고 들어왔다. (남의 부탁을 쉽게 사양하지 못하는) 나는 그런 순간들마다 어떻게 거절해야할 지를 몰라 쩔쩔매다가 결국 그 속에 곤두박질친다. 정말이지 그럴 때마다 못난 나를 탓하는 일도 한 두 번이지. 차라리 아예 그런 사람과 얽히는 것이 싫어서, 그런 자리가 싫어서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기도 하고, 일의 관계로만, 적당한 거리를 넘어 다가오는 것을 피해 외면하기도 했다. 그래야 내가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으니까. 차라리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 더 나았다. 싫은 일 억지로 하고, 싫은 사람 억지로 만나는 것보다는. 하지만, 한도 끝도 없었다. 하나가 끝나면 둘이 오고, 둘이 가고 나면 넷이 몰려들어 나를 삼키려 했다. 자꾸 나한테 달라고만 한다. 나는 더 이상 줄 것도 없는데. 매말라 가고 있는데.
# 나는 두꺼비다
항아리 열린 하늘로
물을 끼어 부을 때만 잠깐씩 보이는
그녀, 참 예쁘다
내가 사람이었으면
멋진 왕자라도 되었다면
그래도 난 행복하다
깨진 구멍만 막고 앉아
물벼락만 맞고 있지만 그래도 난 행복하다
그녀가 붓는 물벼락이니까
그녀가 행복해질테니까...
사랑에 자신이 없었다. 사랑대신 내가 받은 건, 기대와 의무였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참말이지 나는 가진 것도 없었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사랑하는 법도 몰랐다.
키도 작고, 외모도 별 볼일 없고, 이렇다 하게 내세울 집안도, 돈도 없었다.
동화책에서는 ‘사랑 하나면 된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내가 본 세상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런 나를 누가 좋아나 해줄까. 아주 가끔씩 나에게도 눈길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마웠다. 너무 고마웠다. 나 같은 사람도 좋아해주다니. 하지만, 그들도 내가 가진 것이 없다는 걸, 내가 어떻게 사랑해야하는 지도 모르는 무지랭이라는 걸 알고 나면 떠나갈거야. 그리고 나는 또 아프게 될 거야. 차라리 사랑 같은 거 잊고 살면 어떨까. 남자는 사랑보다도 일로 능력을 평가 받는다잖아? 그럼, 일을 잘하면 되지. 뭐. 그러면, 사랑도 저절로 따라 오게 될까? ...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정말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 선녀들 목욕하는 것이야
침, 꼴깍 넘어가는 일이지
꼭 어떻게 해보겠다는 심산은 아니지만,
이 좁은 바위틈, 다리가 저리지만... 상관없다.
침만 꼴깍, 꼴깍
증말로 환장하겠다.
확- 해버릴 수도 없고...
침만, 침만 꼴깍...
#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햇볕에 눈이 부시기 시작한다. 저- 웬수같은 녀석, 아폴론. 그도 그 자의 핏줄이지않던가.
손목에 감긴 쇠사슬 사이로 축축한 이슬이 차갑다. 찌뿌둥한 몸을 움직여 볼 요량이었지만, 철거덕거리는 이 사슬소리에 괜한 짓임을 다시 깨닫는다.
저 놈의 간. 저 놈의 독수리.
차라리 끝내고 싶다.
‘그게 그렇게도 큰 죄였더란 말인가...’
하지 말라는 일에, 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 것에 늘 맘이 더 끌린다. 늘 예의 바르고, 착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실한 사람이라는 말에 스스로를 만족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한꺼번에 요동치는 내 안의 짐승의 몸부림에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그저 울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훔치고 말았다. 훔쳐서는 안 되는 것, 고개를 도리질 해보고, 마음을 다잡아보기도 했지만. 정말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망치려고 강단지게 맘도 먹어 봤지만, 갈 곳도 없었다. 세상천지 숨을 곳은 없었다. 집요했다. 낮에는 그림자가 되고, 밤에는 어둠이 되어 송두리째 나를 집어 삼키는데. 불을 훔친 그게 그렇게도 큰 죄였더란 말인가..
결국 껴안고 춤을 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절벽 아래로 내 던질 수 있어야만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여전히 발은 떨어지지 않고...
하지만, 나는 안다. 언젠가 끝이 있을 거라는 것을. 내가 신화 속에서 본, 지옥의 모습은 시지프스의 노동은, 다나이드 딸들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탄달로스의 갈증은 끝이 없는 반복이었다. 그것이 지옥이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것, 어제와 같은 오늘, 또 오늘과 같은 내일이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세상, 그것이 지옥의 상징이었다.
어디선가는 분명 끝을 내야했다. 그래야만 나는 자유로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 애굽을 나온 지도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앞으로도 얼마를 더 해메야 할 지 모른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난리다.
배가 고프다고 투정이고, 더 이상은 못가겠다고 짜증이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그 땅, 가나안이 어디냐고들 내게 묻는다.
불쌍한 이들, 약한 사람들
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는 이들도 있다. 배를 곯치는 않았다면서.
도대체가... 그 짐승같던 시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홍해를 갈라, 갈 길을 인도해 주시던,
파라오의 군대를 수장시켰던 주님의 권세와 기적을 벌서 잊었단 말인가.
그렇게 일렀건만, 하늘에서 내린 만나를 기쁨으로 나누지 못하고,
쌓아 두던 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주님, 제게 왜 이 험한 일을 맡기셨나이까.
설마, 저보다 나은 이들을 보지 못하셨나이까.
저는 그들과 함께 몸 섞어 자라지도 못했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짊어져 오지도 않았지 않습니까.
저들의 불평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왜 저를 택하셨는지요.
또 다시 시작될... 내일이 두렵습니다.
매일 매일이...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냥 편히 좀 살게 내버려 둘 순 없었을까? 소명인지, 욕망인지 도대체 나를 잡아끌고 있는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인지. 차라리 보지 않았다면, 차라리 모르고 살 수 있다면. 왜 하필이면 나에게. 다른 사람들도 있을텐데. 왜 굳이 나를 택하신 것인지.
# 주님, 용서하소서
당신의 자식이지만, 당신의 자식이 아니었기에
저는 그들의 목을 쳤나이다.
그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입에서는 술 냄새를 가득 담고서
당신의 이름을 더럽혔나이다.
그까짓 황금송아지 한 마리에
자신들의 몸과 영혼을 팔았나이다.
당신의 말씀을 받을 자격이
감히 그들에게는 없었나이다.
용서하소서,
더러운 피로 물들은 제 손을 씻으소서.
다시 지으소서.
그리고, 저들을 버리지 마소서
어리석지만, 당신의 자식들이지 않습니까
이끄소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땅으로 저들을 이끄소서.
저를 한번 만 더
일으켜 세우소서.
어머니의 태몽은 말한다. 흰 옷을 입은 노인이 곱게곱게 싼 쌀 한주머니를 어머니 이불 밑으로 넣어주면서, ‘귀하게 쓰일 것이니, 귀하게 다루라’고. 내 운명, 결국 쌀이었다. 배고픈 이들에게 자신을 죽여 그들을 배부르게 할 ‘쌀’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배고픈 줄도, 고마운 줄도 스스로 알지 못하였다.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세상의 기준과 편견이 그랬고, 그걸 받아들이라고 강요받을 때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곤 했다. 이유도 없이 죽어야 하는 삶, 자신의 삶도 아닌 삶을 살다가 가는 죽음들.
신이 정하신 일이라면, 나는 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에서 굶주림 때문에, AIDS 때문에 세상에 온지도 얼마 되지 않은 죽음들이 천당에 갔다는 말이 전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차도르를 칭칭 감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여인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이 커피, 누군가의 눈물이고, 뼈를 깎아 우려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자신들만의 신을 부르며 짓밟히는 저들의 신은 또 누구란 말인가. 이런 모든 것들을 숙명으로만, 신이 정한 일이라고만 받아들이기에 신은 너무 부당하고, 편협하고, 이기적이고,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신은 그런 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브라함과 노아, 모세가 그러했듯이.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 예수의 성찬식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으라. 이는 너희를 위해 바칠 내 몸이니라.”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시라. 이는 새롭고 영원할 계약을 맺는 나의 피이니, 너희는 이를 통하여 나를 기념하라.”
예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벌써 이천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는 저 메시지를 아직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 안에 있다. 당신의 간절한 바람, 그 목소리. 그것을 믿고 의지하고 따라나서야 할 시간이다.
# 오병이어의 기적
산상에까지 따라 온 무리가 이미 오천 명이었다. 제자들의 표정에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다 내어도 고작 ‘빵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가 전부였다. 부러 준비하고 불러들인 사람들도 아니었다.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영혼에 굶주려 먼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찌해야 할 것인가. 방법을 묻는 제자들의 물음에 그로서도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그는 천천히 무리들 속으로 나아갔다. 소란스럽던 무리가 그의 등장에 조용해졌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두들 숨죽여 그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아니, 그가 그들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해야 옳았다.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후, 소리 높여 말하지 않지만 몸 안을 울려 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고, 석양이 짙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조차 그의 얼굴이 피처럼 붉었다. 차라리 뜨거웠다. 무리 중에 울기 시작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제자들은 조용히 광주리를 들고 무리 사이를 돌았다.
먼 길을 나서며, 꼬불쳐 두었던 음식들을 꺼내 낯선 사람과 나누고, 또 광주리에도 담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저녁, 그 골짜기에서는 더 이상 배고픈 이들이 없었다. 그들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기도 했지만, 사람이 어디 음식으로만 배가 부르더냐. 사랑하는 자식이 배불리 먹는 모습만으로도 배부르지 않더냐. 나눔으로 영혼의 충만함을 맛 본 이들에게는 한 끼 식사를 걸러도 배고픈 줄 모르지 않겠더냐.
기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통. 마음을 열고, 보따리를 열고,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면서. 하느님 세상이 따로 있더냐. 바로 우리 안에 그리고 그것을 믿는 이들이 곧 기적을 행한 이들이 아니더냐.
예수는 마술사가 아니다. 없던 빵을 하늘에서 떨어지게 하는 이도 아니다. 그는 기적을 행하되,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스스로가 기적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자, 우리 지금이라도 당장 로프를 사고, 낙타를 사자.
그렇게 떠나보자. 그렇게 티벳으로 가고, 갠지스 강에도 가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엘 가자.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빠뜨리지 마라.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한 권도.
3. 신화를 찾아 가는 길에서, 당신과 나에게 묻는다.
1) 우리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느끼게 했던 순간들은 언제입니까
2) 시간을 잊은 적이 있습니까. 어느 때였던가요?
3) 어떤 말에 아픈가요. 어떤 말에 기쁜가요.
4)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요? 얼마나 간절한가요?
지금 이 순간, 세 가지 소원을 꼽으라면...
5)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 있지요? 잊혀지던가요?
당신은 그것들과 어떻게 춤을 추나요.
6) 당신,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정말로 사랑합니까?
그걸 어떻게 압니까. 당신이 사랑이라고 믿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1) 우리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느끼게 했던 순간들은 언제입니까
제 각각의 모습으로 저마다의 현장에서도 한 방향을 향해 응시하고 귀 기울일 때
2) 시간을 잊은 적이 있습니까. 어느 때였던가요?
내 생의 연구원 기간 동안에,
종일 읽고 쓰고 끼니를 지나치며 밤을 홀딱 새워도 배가 고프지 않고 잠을 안 자도 지치지 않을 때.
3) 어떤 말에 아픈가요. 어떤 말에 기쁜가요.
조소와 비난/ 진심(비평).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존재성을 부여하며, 소통을 전제한 소통을 노력할 때. 무언도 진지한 혹은 기쁜 대화의 하나.(중간이나 가는 것과는 다름. 존중이 중요)
4)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요? 얼마나 간절한가요?
지금 이 순간, 세 가지 소원을 꼽으라면...
(1) ? 너무 떨려서 말하지 못한다. 그저 이렇게 () 오매불망한다. ^-^*
(2) 내 인생 전체의 조화로움과 균형감 있는 성실: 정체성: 최 우선적으로 행해야 할 일을 하며 그 자리에 있는 것
(3) 부끄럽지 않음을 행하는 삶, 약속과 다짐을 지키는 일: 명심 사항. 신용. 책?
5)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 있지요? 잊혀지던가요?
아픔, 상처/ 미련 혹은 아쉬움
세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던 시간은 나를 지켜보며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잊으려고 노력한 수많은 시간을 한순간에 삼키는 망각이란 놈이 제일 무섭다. 아픔과 상처는 잊혀진다. 그러나 미련과 아쉬움은 글쎄???
당신은 그것들과 어떻게 춤을 추나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하며 몰입, '이미 나'의 모습으로 감흥을 받아드림.
6) 당신,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정말로 사랑합니까?
네/ 네.
그걸 어떻게 압니까. 당신이 사랑이라고 믿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생명이기 때문에 죽어보면 답이 나오고, 살면서 영감이 함께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성격은 성격을 고집함으로 고유성이 유지되기도 한다. 죽어본 후에 사는 삶은 진정성이 아니라면 살 이유나 가치가 없다. 사랑은 사랑을 원함으로서 사랑을 지키고 완성한다.
....................................
내 생각은 말야, 역시 상을 빼뻔지고 홀로 가니께 빳빳해 보여. 홀로서기!!!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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