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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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1] 부처님 오신 날에
어젯밤 부처님 오시는 날 행사가 있었다.
벌써 돌아가신지 몇 천 년이 됐건만, 그는 매년 오신다.
전날 저녁부터 무대가 세워지고, 오후가 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산사, 송광사 제법 이름 알려진 절들을 앞세워 신도들이 자리를 잡는다. 누구는 인원을 확인하고, 마이크는 계속 누군가를 찾기도 한다. 가두행렬 차량들이 꽃단장을 하고 나섰다. 달마도 있고, 코끼리도 있고, 제법 무섭게 생긴 사천왕들도 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선남선녀들의 표정처럼 연꽃들이 피어났다.
폭죽은 매년 시청 옥상에서 쏘아 올린다.
어두워지는 밤하늘에...
화려하다.
붉은빛, 초록빛, 은빛.
온통 밝은 불꽃들이 어두워져 가는 세상을 밝히려는 듯, 제 몸들을 사르고... 진다.
참 의미있는 일이다.
오늘 아침, 시청 옥상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올라가 보았다. ‘역시나’였다.
4년째, 옥상은 온통 불꽃들의 잔재로 난장판이다. 아중리 룸싸롱 골목처럼 보인다.
어제 오후, 폭죽을 들고 옥상으로 오르던 사내들에게 분명히 일렀건만, 4년째 변한 게 없다.
하기야 무거운 짐지고 계단을 오르는 이들에게, 내 말이 무슨 돈 되는 말이라고.
깜깜해서 못 치운단다.
“뭐- 아주머니들 돈 받고 하시는 일이 그거 아닌가요”
사내는 조금은 억울한 듯하면서도 차마 다 말하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아니, 더 이상 불필요한 이야기 하지 말라는 표정이다.
‘그렇지, 당신이 무슨 죄랴. 당신도 딸린 목숨들 먹여 살리려고, 남들 쉬는 날 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는데...’
신경통에 관절염도 있는 여사님에게도 늦나이 들도록 여우지 못한 자식이 아직 둘이나 딸렸는데...
‘그렇지... 돈 받고 하는 일인데..’
‘하긴, 어지러워져야 청소할 사람도 필요한 법이지.’
내가 아직도 세상을 덜 살았나 보다. 마흔이 넘도록 그 뻔한 이치 하나, 깨닫지 못하고. 세상사람 다 아는 걸 혼자서만 아니라고 고집부리며 살고 있으니.
그나저나, 저 쓰레기는 누가 치우나?
차라리 내년부터는 부처님 안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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