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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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1. 고무장갑
국민학교 다니는 삼남매가
주머니 쌈지 돈을 모았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두 개사고,
집으로 가는 골목 입구 점빵에서
물개표 빨간색 고무장갑을 샀다.
어머니 드린다고
식모처럼 사시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게 효도인줄 알았다.
2. 노란장미
예순하고도 셋
희끗한 파마머리 소녀를 생각하며
노란 장미 한 단 샀다.
카네이션보다는 나을 거 같아서
고급시런 부직포대신
횟푸대 누런 종이로
살아온 삶처럼만 포장해서
그렇게 변덕스럽지도 않으면서...
이별이 많아서일까
노란 장미만 고집한다.
3. 노란연필
노란연필 한 자루
싱싱해 보인다
늘 글을 쓰고 싶다던
그 바람대로
쓴 길 살아온
인생살이 써보라며
거친 속지 공책 한 권에
노란연필 하나
칼을 노래한
어느 글쟁이를 떠올려 보며
깎아 둔다
마음 훔친 죄가 미안해
살짝만 숨겨둔다
4. 호루라기
족쇄를 채운다
목걸이를 흉내 낸 악세사리
죄인도 아닌 죄인에게
급할 때 쓰라며
은장도 대신 너를 지켜줄지도 모른다고
이해도 못하는 딸에게
족쇄를 채운다
호루라기 부는 시늉을 해 보인다
재밌는 모양이다
갓 열 살된 딸은
5. 사랑한 죄
이 세상 어디를 뒤져봐도
사랑하지 말라는 말은 없다
그저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네 몸같이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웬수를 사랑하고
모두 다 입을 맞춘 듯이
사랑하라고, 그렇게 살라고 써 있다
그러고서는
사랑한 죄를 묻는다
억울하지 아니한가
누가 죄인인가
6. 약은 약사에게
오거리 약국에 들러
약봉투하나 달라했더니
그냥 가져가란다
길다란 포스트 잇 뒷면에
하나씩 처방전을 쓴다
누구 생각나면, 꺼내 보고
화가 나면, 한 숨 돌리고
짜증나면, 웃어보고
힘들면, 잠깐 쉬라고
‘꽝’ 다음기회에도 있다.
둘둘 말면 딱이다.
투명한 유리병 상자에 담고, 마개도 한다.
라벨용지를 잘라 붙인다
‘조미를 위한 엔돌핀’
그리고 주의사항도 꼭 써 붙인다
‘과남용은 금물, 한 번에 한 개씩만’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친구에게’
7. 5월은 가장의 달 ?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냥 하고 싶었다.
5월 달도 주말마다 행사가 줄줄이어서
얘들 성화에 미안해들 할 것도 같고,
나같이 하숙집 드나들 듯 살 것도 같아서.
선배의 생일을 핑계 삼아
딸린 자식들 숫자대로
헌 책방에서 찾은 동화책 한 두 권씩하고
사무실 이면지 엮어 만든 허접한 공책 한권씩
때 지난 포스터로 싸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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