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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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배반하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배고파하지도 않고 자존심 상해하지도 않고 비교하지도 않는다 (...)책의 지식인은 가장 '안전빵'의 길을 택했다. 스승을 택한 지식인은 예외이다. 알고 보면 활자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나의 소유로 금방 둔갑된다. 저자보다는 저자의 책을 즐겨 읽는 이면에는 저자와의 인간관계가 싫기 때문이다. 굽신거리고 묻고 틀렸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에고의 출혈이다. 책은 에고의 출혈이 없다. 그러나 같은 지식인이라도 스승 밑의 제지는 다르다. 제자는 부단히 자기 시간을 바쳐야 한다. (...)
스승 눈에서 벗어나면 절대로 전달 될 수 없는 지식은 자기의 포기 순종 헌신이 뒤따라야 전수된다. 그러므로 제자의 길은 자기포기의 피흘림에서부터 출발한다
(김홍경 “건강으로 가는 주역탐구” 116면 - 고미숙 “임꺽정,길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의 향연” 96면 재인용)
근대교육에서 결락되어 있는 부분이 이런 대목일 것이다. 근대교육에서 좋은 선생이란 친절하고 자상한 안내자를 뜻한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계몽의 구조이기도 하다. 제자는 어린애유, 길 잃은 어린양이다. 선생은 어른이고 목자다. 미성숙에서 성숙의 단계로 끌어내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다. 고전에서는 이와 다르다. 사제는 모두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도반이다. 부처님조차 단 한번도 자신을 스승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일찍이 양명좌파의 기수 이탁오가 설파했던, 스승이면서 벗이고, 벗이면서 스승인 '사우師友'의 관계가 바로 이런 것일 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절대 친절하지 않다. 아니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도들 향해 나아가는 길에 친절은 금물이다. 그래서 아무나 다, 그리고 공평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문턱을 넘어오는 만큼만 가르쳐준다. 자신을 구원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일 뿐이니까.
(고미숙 같은 책 97면)
스승들은 절대 호락호락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종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실 공부의 반은 이루어지는 셈이다. 스승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이라기보다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최대한 끌어내는 존재일 뿐이다.
(고미숙 같은 책 89면)
좋은 선생님이 있다면 학교를 다니는 것이 도움을 줄 것이고,
열심히 한다면 어디에 있든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구본형)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무슨무슨 날이라는 건,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만 표현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는 세 분의 스승이 계십니다.
초중고 대학을 다 통들어서 만나지 못했던 스승을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스쳐지나갔을 스승의 날에 기억하고 감사할 분들이 계셔서 고맙고 좋습니다.
한 분은 수유+너머의 고미숙선생님이십니다.
그리고 한 분은 아직 한번도 직접 뵙지 못한 구본형 소장님이시구요.
나머지 한 분은 네 해째 인도로 아이들과 여행학교를 떠나계시는 강**선생님이십니다.
인도여행학교의 강선생님은 세 분 가운데 제가 가장 늦게 알게 된 분입니다.
하지만 책이 아니라 함께 밤을 새며 이야기하고 또 배우고 사랑하면서 스승이면서 친구고
친구이면서 서로 스승일 수 있는 관계를 처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책으로만 만났던 고미숙선생님을 지난해 여름 직접 뵐 수 있었습니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지요. 진짜 그랬습니다.
그것도 제가 꾸리는 작은 공간에서 마련한 자리에 직접 오셔서 강연을 펼쳐주셨지요...
직접 만난다는 것은 책으로만 아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그날 하셨던 말씀 가운데,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내가 이 일을 겪으려고 그동안 공부를 했구나”하신다는 말씀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글과 사람이 다르지 않고 한결 같으시구나...
또 나와는 다른 극을 가지신 분이라
엄청나게 잡아 당기는~파장을 남기셨습니다 ㅎㅎ
그리고 아직 한 번도 뵙지 못한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님.
1998년 소장님의 첫 번째 책을 읽었을 때부터 줄곧 독자였고 팬이었지요.
그렇게 독자이면서 팬이었다가 어느 순간 허락도 없이 내 인생의 스승님으로 모셨습니다.
아마 김홍경의 인용글에서처럼, 에고의 출혈없이 가장 안전빵의 길을 택한건지도 모릅니다.
또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건지도 모르구요.
고미숙선생님이 나와 다른 극을 가지신 분이라면,
구본형 소장님을 떠올리면 아주 비슷한 파장을 느끼게 됩니다^^*
직접 뵌 적이 없어도 확신할 수 없지만서두^^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언젠가 저도 “나만의 세상 하나” 가지게 되면
그때는 꼭 가서 인사를 드릴겁니다.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스승을 만나는 노하우, 간절히 발원하라!
그래서 만나게 되면?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어라!
가르침이 시작되면? 마음을 비워라.
그래야 스승의 지식과 비전이 온전히 내 안으로 흘러들어올터이니.
그 다음엔? 스승의 품을 박차고 떠나라!
더 넓고 낯선 매트릭스를 향하여“
(고미숙 같은 책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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