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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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2]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한비자는 <권력의 기술>을 통해 개혁가의 운명에 대하여 말한다. 즉, 스스로 개혁을 원하는 사람은 현실 권력의 상징인 용의 등에 올라타야 할 것이며, 권력을 쥐고서 개혁의 대상이 되는 세력과의 일전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개혁가는 그 과정에서 강력한 보수 세력 또는 사회적 시스템과의 갈등과정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다.
카톨릭이 유대민족의 신앙에서 질적, 양적으로 성장해야하는 시점에서 예수가 그러했고, 톱니바퀴 같은 산업사회의 눈부신 성장의 밑바닥에서 날로 피폐해져 가는 노동자들의 삶 앞에서 맑스와 레닌은 외면하지 않았다. 링컨, 케네디, 마틴 루터 킹의 암살. 그리고 파란의 한국사회에서 불과 1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가혹한 역사적 교훈은 매번 반복되어 왔다.
시대적 흐름과 역사적 통찰을 통해, 이들은 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선택한다. 비극의 의례에서 <번제>로 쓰일 자신의 운명조차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개인적 비극을 피해거나 운명을 바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부정하면 된다. 외면하고, 못 본척하면 된다. 새로운 생각대신 현실에 주어진 역할과 관습에 충실하면 된다. 그리하면 천수를 누리다가, 자신의 임종을 지켜보는 가족들 앞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을 가능성은 훨씬 많아진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운명은 어떠한가.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피카소, 그레이엄, 간디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비록 현실 정치의 치열한 최전선에 서 있는 정치인들이 아니어서, 총을 맞고, 칼에 찔려 죽는 최후를 맞을 위험이 덜해 보일뿐이다. 죽음 같은 고통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방식만 다를 뿐이다.
그들 역시도 부딪혀서 깨뜨려야 할 벽을 만난다. 뛰어 넘어야 할 시련의 강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이야 그렇다 손치더라도, 가장 가까이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 가족들과의 갈등 앞에 그들은 자신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정신병자’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한 편이다. 이름이 남고, 그림이 남고, 남들이 읽어 줄 책이 남았으니.
이름도 없이, 저 들에 푸르른 소나무 옆에 들풀처럼 흔들리는 사람들.
위대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바득바득 쓰디 쓴 커피를 마시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을 사람들. 열두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친구들로부터의 소원함을 담보로 지금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소중한 것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잔인한 5월도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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