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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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그 녀석
입이 귀에 걸렸다
헤어졌다
만나기를
벌써 세 번째,
그렇게 좋은 것을...
2.
속이 불같아서
찬물 들이키기 좋아하던 그도
이가 시려
미지근해져 간다네
3. 미니홈피
이름 옆에 작은 집
클릭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집
초인종도 없고
열쇠 잠긴 문도 없는데
혹시-나 남아 있을까?
클릭. 클릭.
4.
바람이 부는데
전봇대는 꼼짝도 않는데,
머얼리 미루나무가 흔들린다.
세 그루가 흔들린다
살아 있구나
잠시,
내 거시기를 생각해 본다
살았던가
죽었던가
흔들어 본다
5. 비오는 화요일 아침
아홉 시간,
참 달콤한 죽음이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피우고
눈을 감으면, 귀가 열린다
긴 추락의 끝,
시커먼 콘크리트 바닥에
몸뚱아리들이 내동댕이 친다
이렇게 끝을 내는가
형체는 온데도 없고
간데도 알지 못한다
그저 섞일 뿐이다
그렇게 섞여서
하수구 구멍 속으로
스물스물 기어 사라진다
천상에서 왔지만
이제부턴 바닥을 긴다
고귀하던 제 몸
흔적도 없이
강을 찾아
더 큰 하나로...
6.
보고 싶다.
보고나면, 잡고 싶고
잡고나면, 안고 싶다
안고나면, 하고 싶다
하고나면, 자고 싶다
자고나면?
자고나면, 가야 한다
가고나면, 울고 싶다
울고 나면?
또 보고 싶다
제기랄.
7.
이유는 사랑하는 이 때문이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를 꼼짝 못하게 했던 건,
겨우 엄지 손톱만한 사랑니였다.
흔들린다고 했더니
흘깃 속을 들여다보고서는
갈 때까지 갔다고 했다.
갈 때까지 간 사랑,
아프지 않으려면
뽑아 버리는 수밖엔 도리가 없단다.
가슴 속 맺힌 사랑도 그럴 수 있을까.
뽑아 버리면, 더는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마취를 하고,
치료대에 기대 누워.. 모니터엔 뜬 사진을 본다.
흑백으로 보이는 X-ray,
턱과 이빨들 그리고 비공에 뚫린 구멍
어쩔 수 없이 나도 해골이었다.
죽고 나면, 저렇게 되겠지...
내 사랑도.. 나도.. 저렇게 되고 말겠지.
X-ray... 차라리 안볼 걸 그랬나 보다.
죽은 내 모습을 미리 봐 버린 것 같다.
'쫌 아플거요'라는 말이 숨을 가로챘다.
근심이 뽑혀져 나갔다.
내 영혼을 가두었던 저 짐승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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