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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8일 15시 47분 등록
emoticon바른생활 유부녀, 그간 하나도 안 '발찍'하게 살았다. 어찌나 건전하고 발전적인 상상만하고 살았는지 참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그래도 맘먹고 붙인 이름인데 이대로 고사시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판단하여 방금전에 수첩에 들어가 앉은 생각을 하나 건저다 널어보기로 한다. 아침부터 종일 '네루다' 선생님과 몽환적인 감상의 안개를 헤집고 다녀서일까. 머리에 맻힌 수증기가 끝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방울 똑 떨어졌는데 제목이 '사랑'으로 시작하는 것이 나름 괜찮아 보여서 데려왔다.
 
사랑한다는 것.
그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해하기 위해 강제로 옷을 벗길 순 없다.
나는 선량한 시민, 스스로 몸을 맡겨오지 않은 자를 탐험할 용기따위는 키우지 않는다.
나는 네가 보여주는 딱 그 만큼 너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너는 왜 나를 사랑하게 되었니?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알고 있다는 말이지?
내가 어떤 언어로 대상을 흡수하는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얼마나 되는지...
네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나'의 사랑을 원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과 속도로 다가와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았음 좋겠다.
어떻게?
라고 묻는다면
너는 나를 사랑한다 말할 자격이 없다
.


그동안 나를 지나간 수많은 짝사랑들이 그렇게 진짜 사랑으로 영글지 못하고 말았던 이유가 아닐까? 그에게서 찾아낸 '나'의 환상에 흥분했을 뿐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해하지 못했으니 그의 방식을 존중하려는 시도는 더더욱 해보지 못했다. 그저 확 달았다 제멋대로 식어버리는 나만의 패턴을 되풀이할 뿐..

지금까지 그렇게나 구하고 구했으나 얻을 수 없었던 '성찰'이 지금 이순간 내게 주어진 이유는 또 뭘까? 곰곰히 생각하다 결론을 낸다. 아마도 내게 지금 주어진 그( '작가로서의 삶')를 제대로 사랑해보라는 그분의 계시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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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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