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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 조회 수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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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10년 6월 22일 19시 38분 등록

제 목 없는 시

 

1. 차마할 수 없는 인사

 

어젯밤에도

뜨거우셨나요?

 

그대의 방은,

그대의 몸은,

그대의 사랑은...

 

“안녕히 주무셨어요...”

 

2. 루갈다에서

 

나는 성자가 아니다

외로움이 좋지만

지루한 고독은 싫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지만

갇혀있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죽어도 싫다.

 

새소리도 좋지만,

이렇게 맞는

저잣거리의 아침이 좋다.

 

빡빡머리보다는

짧은 머리가 편하다.

그치만,

그녀는 긴머리였으면 좋겠다.

 

또 비가 내린다.

육백이 넘은 은행나무가 등 뒤에 있다.

나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한다.

나는 성자가 아니다.

 

3. 12월 1일

 

12월 1일은 화요일이었다.

월요일이 아니었다.

검은색,

고결한 아침이었다.

 

4. 건강검진

 

검사결과가 나왔다.

멀쩡하단다.

 

X-ray도 찍고

내시경도 하고

문진표도 있는 그대로 적어냈다.

피도 뽑아주고

오줌도 받아다 주었다.

있는 속, 없는 속

달라는 대로 다 보여주고

묻는 대로 솔직히 말해줬다.

 

혈압도 정상이고

체중도 정상이고

아픈 곳이 없댄다

걱정하지 말란다

 

“그럼 그렇지. 지들이 뭘 알아”

복면하고 들어설 때부터 알아봤다.

 

참 잊을 뻔했다.

간염항체도 생겼다.

 

5. 제 목 없는 시

 

누구 때문에 사는 건 아니지만,

누구 때문에 아픈 건 사실이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아직도 한 마을에 살고 있다

갑돌이는 시를 쓰고

갑순이는 기도를 한다

갑돌이는 밤에 울고

갑순이는 낮에 웃는다

갑돌이는 갑순이 뿐이고

갑순이는 딸린 자식이 있다.

 

봄 지나고

여름 꽃들마저 피는데

새는 여전히 울고 있다.

울고만 있다.

 

6. 쌀

 

나는 쌀이다.

나는 죽어 밥으로 지어질 것임을 안다.

그래야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음을 안다.

내 몸은 잘 씻기운 다음,

삶아질 것이고

다른 이들의 몸속에서

그들의 피가 될 것이고

그들의 말이 될 것이며

그들이 짓는 하루의 일상이 될 것이며

그들의 정액과 난자가 되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날 것이다.

 

그게 내 삶이고

그것이 그들의 문명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 다시

미칠 것 같은 바람이 분다

6월,

정오의 햇살이 내 몸을 데우고 있다.

 

7. 시와 구름과 바람

 

시는 쓰는 것이 아니고

쓰여지는 것이다

넘쳐 흐르는 울음이다

비를 만드는 구름이다

그래서 운문이다

 

오직 바람만이

구름이 가는 길을 알고 있다

그래서 바람이다

 

8. 바람이었으니... 바람처럼

 

나는 이제 신이 내리신

소명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진정 바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그런 삶을 지어 보이는 것.

내가 그렇게 살아 보는 것.

내가 바라면서,

그들도 바라는 것.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볼 사람은 보고,

알 사람은 알게 될 테니까.

지금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로부터

지금 나를 억누르고 있는 것들로부터

뿌리치고 나오는 것.

밀쳐내고 고함을 지르는 것.

아니 굳이... 소란 피울 일도 아니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하품 섞인 기지개를 펼 뿐이다.

아~

이 바람,

바람처럼 사는 일이다.

바람이었으니... 바람처럼

 

9.

세상은 그렇게 불평등한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한 만큼

아픈 것이 당연하다.

떠나간 이보다 더 아프다고

억울해 하지마라.

그래도 죽지는 않는다.

시간이라는 명약은

아픔을 견디게도 하고

그 아픔의 대가는 반드시 굳은 새살로 돋게 하나니

스스로가 그것을 믿을 뿐이다

오직 믿는 자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너무 억울해 하지마라

곧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리라

썰물지고, 밀물오듯이

시간은 어김없이

단 한 번도 그 약속 어기지 않았다

그 시간의 흐름에

모든 걸 믿고 맡길 뿐이다

지나간 기억을 잡고 있지 마라

바람에 몸을 맡겨라

하늘이 네 것이 될 것이다

 

10.

사랑의 끝 맛은

쓴 맛이다.

그치만 신은

처음부터 쓰게 하지 않았다.

달콤한 유혹이 없다면

영리한 인간은

처음부터 사랑을 삼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켜 뱉어내지 못하고서야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을 후회하고

아파하겠지만...

결국은 그래서 깊어지고

그래서 성장한다

 

아플수록 깊어지는 것이

사랑이다.

 

이 한 잔의 커피처럼.

 

11.

그녀는 약하지만,

그녀의 神은 강하다.

그녀에게 神이 필요한 이유다.

神이시여, 그녀를 견디게 하소서.

 

12.

또 다시 맞는 새벽이다.

아홉 시간의 긴 죽음 후에

화요일은 또 그렇게 시작된다.

 

내가

그 사람을

떠나야할 이유를

알지 못하듯

 

내가

지금 이 사람을

떠나야할 이유조차도

알지 못한다

 

내게 소중한 사람,

내가 마음을 다해야 할 사람,

비록 자기 방식이지만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

그에게 지어보여야 한다.

짓다보면 알게 되겠지

짓다보면 알 수 있겠지

 

나처럼

아픈 사람이다.

그 사람은

IP *.221.2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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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22 20:31:22 *.221.232.14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야할 숙제는 연구원 칼럼과 리뷰에 올리고,
나누고 싶은 시와 뱉고 싶던 말들만 '살다보면'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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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6.23 09:42:26 *.53.82.120
눈과 마음을 활~짝 열고 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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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6.23 08:39:32 *.221.232.14
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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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22 21:33:07 *.34.224.87
궁금하구나..
대체 어디서
그 많은 것들이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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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0.06.23 09:13:32 *.236.3.241
쌀을 거둬 밥을 지었다.
고슬고슬 밥을 먹고 똥을 누고,
똥이 자라 벼가 되었다.
그 벼가 바람인줄은 어떻게 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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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6.23 09:48:30 *.221.232.14
벼가 되어보면 안다. 흔들려 보면 안다.
자신의 온 몸을 잡아 흔드는 것에 맡겨보면 바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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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6 16:56:50 *.79.8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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