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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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 이럴 수가
누구의 짖궂은 장난인가
세심동 개심사 洗心洞 開心寺
그녀의 이름은 세심이고
그의 이름은 개심이었다.
아직도 개심사는 세심동에 있었다.
마음에
점 하나를 찍었다.
점심도 거른 채.
2.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지루한 시간을 견뎌낼 인내심.
3.
하지,
내일부턴
그리움도 점점 더 길어지겠구나.
4. 바꾸지 못하는 이유
세상이 온통 010 천지인데
바꾸지 못한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누구를 기다리길래
018 017
아주 드물게 019
나도 그 사람도
17번 국도
17일, 7월
1171 그리고 11월 17일
온통 세상은 17번뿐이다.
5.
사랑하고 있으되
사랑치 못하는 이에게
사랑을 묻지 마라
그대의 호기심마저
그에겐 돌팔매질이 될 터이니
멍들어 파란가슴
먼 하늘 빛 담은 파란 눈물
긴 한숨만으로
그의 사랑이야기는 충분하다
더 이상은 묻지 마라, 그대
이미 그의 눈에 괸
시커먼 눈물이 보이지 않더냐
그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더냐
잊지 마라, 그대
그는 아픈 사람이다.
6. 거짓말
후배 남편을 우연히 만났다. 가끔 가는 까페에서.
그 때 나는 ‘서머싯 몸’을 만나고 있었고, 달과 ‘6펜스’를 읽고 있었다.
그는 전작前作이 있었다.
이미 맥주를 상당히 마신 듯 했다.
내 자리에 와서 앉는다. 편히 앉으라고 했다.
‘사랑한단다’
결혼 전에 잠시 있었던 일은 그 때로 끝났고,
그 이후로 한 사람만 생각했고,
한 사람에게만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한다.
사랑한다고. 혀 꼬부라진 말로 한 번 더.
‘이 녀석,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왜 나한테 하지?’
하고 싶은 이야기 쏟아 놓는 것은 지 맘이지만,
내 피같은 술, 아껴 마시던 와인을 맥주따라 마시듯
벌컥 벌컥 들어붓는
그 모습만 얄미웠다.
은근히 주머니 생각이 났다.
그래,
사랑해야지
네 여자인데
네가 사랑해야지
누가 사랑하겠니.
7. 장똘뱅이 인생
일주일마다 하루씩 장이 열린다
저마다 품팔아 지은 농사
글쎄 오늘은 뭘 들고 나왔누?
잠옷바람에 눈비비고 나온 선형이
이번에도 개끌고 나온 은주, 다리 한쪽은 어딨나? 먹었나?
실타래 하나에 운명을 거는 경숙 아지매
미옥은 벌써부터 나이타령이다.
상현이 외눈박이 물고기는 꽤 팔린 모양이다.
장사엔 잼병인줄 알았더니
내 강아지 한 마리 팔리면, 상현이 물고기 한 마리 사들고 들어가야겠다.
가출학생 찾아 나선 학교선생님도 보이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식당 쥔 총각같은 사장 걸음이 바쁘고
마음치료 한다고 노련한 약장사가 기타치며 사람들을 모은다
마흔 이짝저짝 인생들이 모여
좌판을 벌리고,
흥정을 하고,
장똘뱅이 인생이야기
장터마당엔 밤새 불 꺼질 줄 모른다
국밥에 막걸리 생각이 난다
불지필 부지깽이를 어디다 뒀더라?
하루 왼종일 통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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