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Komplex, Complex

  이부영

  평소에 사심이 없고 편안한 사람인데 돈에 대해서만은 이상하게 집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사람 돈에 무슨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돈에 얽힌 감정적 응어리가 돈을 연상시키는 자극에 의해 발동하여 의식을 흔들어놓을 때 그는 평소의 냉정함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시험에 낙방하여 크게 좌절하였던 사람이 여러 해 뒤에 시험과 비슷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공연히 가슴이 답답하고 긴장되며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잊고 지냈던 시험콤플렉스가 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특히 “코리아”, “ KOREA” 라는 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관해 좋은 소식이나 혹은 좋지 못한 소식에 접했을 때 사람들은 뭉클한 감동, 혹은 안쓰러운 느낌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코리아”라는 단어로 자극된 조국 콤플렉스가 의식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마음속의 응어리를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전문적인 말로 하자면 “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상 군(心像 群)이라고 합니다.

  콤플렉스는 강한 감정체험에 의해서 모여든 심리적 내용들의 뭉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콤플렉스는 에너지, 즉, 감정적인 강도를 갖추고 있는 심리적 복합체이기 때문에 그것이 자극되면 감정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콤플렉스를 만듭니다.

  콤플렉스라는 개념은 융이 1900년대 초에 실시한 단어연상검사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정립되었습니다. 이 검사는 여러 가지 단어를 불러주고 연상되는 것을 한 단어로 반응하게 하여 그 결과를 살피는 것이었는데 융은 피검자가 어떤 단어에 대해서는 전혀 대답을 못하고 어떤 단어에 대해서는 무척 느리게 반응하는 등, 연상의 장해가 일어나는데 주목하였습니다. 때마침 프로이드의 억압 설에 접하여 연상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연상의 흐름을 깨뜨리는 무엇이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고 그것에 콤플렉스라는 이름을 부친 것입니다.

사람들은 콤플렉스를 마치 열등의식과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키 작은데 대한 콤플렉스, 못 생긴 것에 대한 콤플렉스, 학벌 콤플렉스 등을 말합니다. 그러나 콤플렉스는 열등감뿐 아니라 모든 감정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월감, 기쁨, 즐거움, 행복감, 또는 분노와 공포, 그 밖의 모든 강렬한 감정이 콤플렉스를 만들 수 있고, 또한 콤플렉스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콤플렉스는 우리 몸을 조성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와 여러 조직들처럼 의식과 무의식을 막론하고 인간 정신의 정상적인 구성요소 입니다.

  콤플렉스는 반듯이 무의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의식을 구성하는 요소 이기도 합니다.
무의식의 구성요소로는 두 가지 종류의 콤플렉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이 태어난 이후에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들, 둘째는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나온 선천적인 것들로서 융이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원형이라고 부른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아득한 태초로부터 인류 전체의 반복된 체험에서 울어 나온 것들입니다.

  콤플렉스는 본래 해롭거나 병적인 것이 아닙니다. 콤플렉스가 문제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모르거나 무시할 때입니다. 그것이 오래도록 무의식에 있으면 에너지를 더욱 강화하여 자동적으로 의식을 자극하여 여러 가지 의식의 흐름을 훼방하며, 심지어 신경증적 장애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므로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것, 즉,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콤플렉스를 알아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이지만 꿈의 해석은 그 중에서도 유익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꿈에 나타나는 모든 영상들, 사람, 동물, 그 밖의 이미지들은 모두 콤플렉스들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의식을 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융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압니다. 그러나 콤플렉스가 그를 가지고 있음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