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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5일 07시 19분 등록
10년전, 한 분이 저에게 선물한 블룸하르트의 영문책입니다.

저는 그 분이 그 당시 저에게 저 책을 준 것은 내가 저 책을 읽을꺼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제목 때문이라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그 책을 들고 작은 한옥 개조건물인 출판사는
대학로에서 제법 큰 정원을 지닌 일식 단층가옥(일제시대 뭔 장군의 집이었다함)과 환희의 문이라는
정감있는 나무 대문이었던 대문을 함께 쓰고 있었습니다.

일식가옥에는 제 법 넓은 구조의 다락이 있었는데 그 다락의 3개의 창중에 하나가 그 출판사의
창문과 1.5미터정도 떨어져 있을 만큼 가까왔습니다.

그 오후에, 지금은 사라져 가을이면 너무 아쉬운 올리브라는 카페에서 커피라떼를 나누던 친구에게 찾아갔습니다.
우리는 한 참을 이리저리 대화를 했지요. 그 출판사에서 책을 준 그는 편집장이었고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준 내가 만나러 간 그 친구는 직원이었어요.

나에게 책을 건낸 편집장은 한참 대화를 나누다 조용히 자리에서 나갔습니다.
별명이 부엉새인 내 친구과 이어지는 대화에 빠져있는데 출판사의 창쪽에서
일식가옥 다락창에서 구슬픈 그 편집장의 호소 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습니다.

유난히 소리에 민감한 나는 한 번도 그가 내는 그런 종류의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건 그의 목소리가 분명했습니다.
-보통 나는 아버지 오토바이의 엔진음만 듣고도 아버지가 오는지 알아맞힐 정도이고
발검음 소리만 들어도 그게 누구의 발걸음 소리인지 압니다.-

계속해서 부엉새와 잠깐의 대화를 나누면서 웃고 즐기고 있었는데 해는 저물었고
저는 회사로 다시 돌아가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즘 그는 되돌아 출판사쪽 은행나무와 라일락나무옆
돌계단위에 나무합판계단을 반듯이 하느라 애썼지만 무언가 허름한 그 계단 열개쯤 밟고 올라왔어요.
사무실 문 열고 들어 왔길래, 대화를 마칠 무렵 제가 물었어요. 다락방에서 나를 위해 기도했나요?
그는 부정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일대일 대화가 한 번도 없었던 그가 왜 나를 위해? 구슬프게?
그 후  10년이 지나가는 사이에
출판사는 문을 닫았고. 콰이어활동하던 부엉새는 드디어 솔로 1집을 2008년도에 냈고
출판사 편집장은 어찌 지내는가 알 수는 없네요. 당시 결혼하여 예쁜 교사 아내가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 했었는데.

그가 준 책을 이 가을에 꺼내서 읽어 보려고 합니다.  

IP *.193.19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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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11.05 08:23:08 *.108.50.39
오!  선이씨. 굉장히 오래 다닌 직장으로 알고 있는데
커다란 변화가 있군요.
새롭게 펼쳐지는 인생의 단계를 맘껏 즐기기 바래요!

결단과 변화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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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
2010.11.05 10:50:26 *.144.143.116
언니는,,
10년전 기억에 올리브카페도 있고 라일락나무도 있구나...역시 언니는 참 멋진 사람이구나,,,
하면서 말갛게 읽다가 마지막에 쿵,,,넘 놀랐어요.

언니의 모.든.일들, 결정, 마음 깊이 응원해요.
큰 조직에서 고생 너무 많으셨고
긴시간 쌓아진 많은 것들,,,다 소중한 것들이었음 좋겠네요.

곧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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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0.11.13 18:21:24 *.193.194.24
거짓말쟁이가 되어. 다시 회사 다니는 것으로 번복했습니다. 저는 지금 무척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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