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희
- 조회 수 355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칼럼11-4 선비들의 몰입 방법
몰입의 중요성을 요즈음 만큼 뼈져리게 느낀 적이 없다. 글을 쓰면서 그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어렸을 때 몰입의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았기에 지금에 와서 그 영향이 크다.
우리 역사에서 ‘선비’라는 계층은 ‘몰입’이 가능한 계층이었다고 한다. 일명 ‘독서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 계층은 우선 독서에 몰입하는 훈련을 어려서부터 받았다. 어떤 책이든 잡으면 완전히 독파할 때 까지 끝없이 반복해서 그 뜻을 추적해 나가는 몰입의 방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이었다.
이런 어렸을 때 몰입의 훈련은 성인이 되어서 발휘된다. 어떤 것이든 관심영역에 들어오면 무서울 정도의 열정으로 몰입하여 그 이치를 깨닫기 때문이다.
<중용>이란 책에는 선비의 몰입과 관련된 5가지 몰입의 원칙이 있다. 첫째 박학(博學)! 배우려면 널리 배워라! 둘째 심문(審問)! 물으려면 깊이 파고들어 물어라! 셋째 신사(愼思)! 생각하려면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하라! 넷째 명변明辨)! 판단하려면 명확하게 판단하라! 다섯째 독행(篤行)! 행동하려면 독실하게 실천하라! 이 5가지 항목을 또한 이렇게 설명한다.
‘군자는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운다고 마음먹었으면 완전히 통달하지 않고는 그만 두지 않는다. 묻지 않을지언정 한번 물으면 정확히 알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한번 생각하면 명확한 해답을 얻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는다. 판단하지 않을지언정 한번 판단하면 제대로 밝히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을지언정 한번 행동하면 확실히 실천하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는다.’
모두가 어떤 것이든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몰입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선비들은 이 5가지 몰입에 근거하여 어떤 분야든 끝까지 파고들어 그 원리를 깨치고 바닥을 보는 것을 선비 됨의 자세라고 생각하였다.
한 분야에 대한 노력과 열정을 중용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 한 번에 그 일을 해내면 나는 백 번에 해낼 것이며(人一能之면 己百之오), 다른 사람이 열 번을 하여 그 일을 해 내면 나는 천 번에 해 낼 것이다.(人十能之면 己千之라). 군자의 학문은 안하면 안했지(君子之學 不爲則已) 한번 하면 반드시 끝장을 본다.(爲則必要其成)
나는 중용의 이 구절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넓은 배움과 깊은 물음. 신중한 생각과 명확한 판단, 그리고 과감한 행동. 범상치 않은 몰입의 방법들이다.
넓게 배워라! 博學, 그리하여 배움의 지평을 확장하라! 깊이 물어라! 審問, 그리하여 깊은 답을 찾아내라! 신중하게 생각하라! 愼思, 그리하여 후회가 없게 하라! 명확하게 판단하라! 明辯, 그리하여 한 치의 착오도 없게 하라! 독실하게 행하라! 篤行! 그리하여 완벽하게 일을 수행하라! 조선의 진정한 선비들의 삶의 방식이다.
내가 많이 배우고 익혀야 할 부분들이다. 특히 어렸을 때 몰입의 습관이 안되어 있는 나에게는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단련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반드시 그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나의 가장 큰 과제다. 다시 한번 깊이있게 뇌리에 새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49 | 흰나비떼 눈부시다 - 박남준 [4] [11] | 햇빛처럼 | 2010.12.09 | 3005 |
3248 | 건너뛴 삶/ 박노해 [7] [1] | 써니 | 2010.12.08 | 3885 |
3247 | 상처 4 - 마종기 [5] | 햇빛처럼 | 2010.12.08 | 3370 |
3246 | 죽음을 잊고 살다가 - 이해인 [2] [2] | 햇빛처럼 | 2010.12.07 | 3383 |
3245 | 죽은 자가 되살아난 이야기/ 노신 [4] | 써니 | 2010.12.06 | 2951 |
3244 | 깨끗한 식사 - 김선우 [6] [2] | 햇빛처럼 | 2010.12.06 | 4583 |
3243 | *칼럼12-1 : 섬기면서 배우기(청강생제도의 장점) [11] | 인희 | 2010.12.05 | 3547 |
3242 |
딸기밭 사진편지 107 / 겨울 아침 느낌노트 ![]() | 지금 | 2010.12.05 | 2509 |
3241 | 나무학교. - 문정희 [5] | 햇빛처럼 | 2010.12.05 | 3114 |
3240 | 봄밤 - 이면우 [2] | 햇빛처럼 | 2010.12.04 | 3532 |
3239 | 그럴 수 없다/ 류시화 [7] | 써니 | 2010.12.04 | 2771 |
3238 | 오늘, 쉰이 되었다 - 이면우 [4] | 햇빛처럼 | 2010.12.04 | 2634 |
3237 | 지향(志向)을 가진 굶기 [4] | 햇빛처럼 | 2010.12.04 | 2442 |
3236 | 떨림/ 박노해 [6] | 써니 | 2010.12.01 | 3182 |
3235 | 땅! | idgie | 2010.11.27 | 2198 |
3234 | 웹개발 시장의 단면을 보고... [3] | 신재동 | 2010.11.24 | 2946 |
3233 | 길을 잃었다/ 박남준 [2] | 써니 | 2010.11.23 | 3043 |
» | 칼럼11-4 선비들의 몰입 방법 [1] | 인희 | 2010.11.21 | 3556 |
3231 |
이 가을 어른이 되다 ![]() | 한명석 | 2010.11.21 | 2460 |
3230 |
딸기밭 사진편지 106 / 그곳도 가을이신지요? ![]() | 지금 | 2010.11.21 | 22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