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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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
박남준/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1
꽃이 핀다 젊은 날 흘러가겠지 흘러가서는 다시 돌아설 수 없는 어느 먼- 머언 나의 날이 아예 다 가도록 가서 꽃이 진다 바람이 분다 이윽고 떠나고 남는 일들은 생겨나서 눈먼 세상의 일들은 생겨나서 낮과 밤의 그 길을 달리했다
2
다시 나는 흘러간다 오랜 날 오랜 날이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두 손을 꼽아 셀 수 있을까 셀 수 없는 날 이제 너는 너무 깊은 강 은빛 짙푸른 아 아 아득한 저편 아득한 강물
3
들어보아 소용없어 귀를 막아도 저 부는 바람결에 들려 오는 나의 우울한 노래. 숲을 타고 달리던 새는 꿈같은 옛날이야 꿈이었나 나를 떠난 꿈이기를 제발, 벌건 햇살의 거리에 주저앉아 너에게로 가는 길을 구걸하는데 꿈이기를 제발, 엉금엉금 기는데 이제 소리치는데 악쓰는데
4
날 저물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굴뜩새들 보며 하나 둘 불 걸어 밝히는 별들의 하늘 우러렀다. 산다는 것이 흐르지 않는 적막의 강에 몸이 잠겨 어쩌면 이렇게도 젖어 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세상으로 난 나의 창문은 칠흙 장마의 습기로 날 흐리고 비 뿌리는 구름 안개는 떠나지 않는다.
5
무주공산에서 바다를 본다 섬들과 나는 섬들에 갇혀 있다 아니다 내가 가두어놓은 게다 이제 귀 기울이며 작은 별을 세던 여름밤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본다 푸르던 날들 너무 먼 길 그 까마득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분명 떠나오고 말은 게다
6
으-으-나, 나를 버 버리지 말아아 제에바알 저 정말이야아 그러나 아무렇게나 내뱉고 버려도 새삭이 되고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나비가 아니어도 나무에 깃든 새가 아니어도 새들의 하늘 풀어놓는 바람 아니어도 그 바람으로 춤추는 너울 구름
아니어도 그 구름 넘고 넘는 고개고개 산과 산 그 산맥 아니어도
7
산들은 모여 산맥을 이루었지만 네게 돌아가고 싶은 그 간절함이 더하면 더할수록 그만큼이나 나의 병은 무섭게 깊어 끝내 돌아갈 수 없으리라 흔들려 오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새들의 숲이 아니라 이를 수 없는 저 먼, 깃발로는 나부낄 수 없는 날들 흔들리지 않는 꿈이므로
8
저토록 햇살은 투명할 수 있을까
밤새 추위에 떨던 알록무늬 부전나비며 나나니벌 그리고 작은 작은 날벌레들 아직 살아 있었다는 듯 햇살을 감고 누비며 날아오르는 유영의 한가로운 늦가을 풍경을 비집고 들어오는 밀려오는 밀려와서는 두 눈에 이는 번지는 아련한 습기 그 투명한 슬픔들
9
저 별 어딘가에도 새떼들 솟아올라서 꽃들은 피어나고 안타까운 사랑을 띄워보내는 이들 있겠다 저토록 날마다의 밤 불 걸어 밝히다니 사랑이라니 나의 별엔 비바람이다가 진눈깨비이다가 성긴 눈발 흩날리는데 펑펑 쏟아지는데 이제 그 눈길을 따라 가슴의 늙고 오랜 썩은 피를 쏟아낼 일이다
IP *.97.72.67
박남준/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1
꽃이 핀다 젊은 날 흘러가겠지 흘러가서는 다시 돌아설 수 없는 어느 먼- 머언 나의 날이 아예 다 가도록 가서 꽃이 진다 바람이 분다 이윽고 떠나고 남는 일들은 생겨나서 눈먼 세상의 일들은 생겨나서 낮과 밤의 그 길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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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는 흘러간다 오랜 날 오랜 날이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두 손을 꼽아 셀 수 있을까 셀 수 없는 날 이제 너는 너무 깊은 강 은빛 짙푸른 아 아 아득한 저편 아득한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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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아 소용없어 귀를 막아도 저 부는 바람결에 들려 오는 나의 우울한 노래. 숲을 타고 달리던 새는 꿈같은 옛날이야 꿈이었나 나를 떠난 꿈이기를 제발, 벌건 햇살의 거리에 주저앉아 너에게로 가는 길을 구걸하는데 꿈이기를 제발, 엉금엉금 기는데 이제 소리치는데 악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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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저물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굴뜩새들 보며 하나 둘 불 걸어 밝히는 별들의 하늘 우러렀다. 산다는 것이 흐르지 않는 적막의 강에 몸이 잠겨 어쩌면 이렇게도 젖어 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세상으로 난 나의 창문은 칠흙 장마의 습기로 날 흐리고 비 뿌리는 구름 안개는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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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에서 바다를 본다 섬들과 나는 섬들에 갇혀 있다 아니다 내가 가두어놓은 게다 이제 귀 기울이며 작은 별을 세던 여름밤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본다 푸르던 날들 너무 먼 길 그 까마득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분명 떠나오고 말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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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나, 나를 버 버리지 말아아 제에바알 저 정말이야아 그러나 아무렇게나 내뱉고 버려도 새삭이 되고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나비가 아니어도 나무에 깃든 새가 아니어도 새들의 하늘 풀어놓는 바람 아니어도 그 바람으로 춤추는 너울 구름
아니어도 그 구름 넘고 넘는 고개고개 산과 산 그 산맥 아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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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은 모여 산맥을 이루었지만 네게 돌아가고 싶은 그 간절함이 더하면 더할수록 그만큼이나 나의 병은 무섭게 깊어 끝내 돌아갈 수 없으리라 흔들려 오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새들의 숲이 아니라 이를 수 없는 저 먼, 깃발로는 나부낄 수 없는 날들 흔들리지 않는 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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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햇살은 투명할 수 있을까
밤새 추위에 떨던 알록무늬 부전나비며 나나니벌 그리고 작은 작은 날벌레들 아직 살아 있었다는 듯 햇살을 감고 누비며 날아오르는 유영의 한가로운 늦가을 풍경을 비집고 들어오는 밀려오는 밀려와서는 두 눈에 이는 번지는 아련한 습기 그 투명한 슬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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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 어딘가에도 새떼들 솟아올라서 꽃들은 피어나고 안타까운 사랑을 띄워보내는 이들 있겠다 저토록 날마다의 밤 불 걸어 밝히다니 사랑이라니 나의 별엔 비바람이다가 진눈깨비이다가 성긴 눈발 흩날리는데 펑펑 쏟아지는데 이제 그 눈길을 따라 가슴의 늙고 오랜 썩은 피를 쏟아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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