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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10년 12월 4일 00시 54분 등록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핧고 아는 체 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론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린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 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뜻한 국밥 한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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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12.04 12:56:16 *.108.80.98
오!!
저도 참 좋아하는 시인인데 이 곳에서 보니 더욱 반갑네요.
근데 햇빛처럼님, 위 시의 정서에 빠져들기엔 한참 젊지 않으신가요?^^

요즘 글쓰기에 시를 끌어들이는 방안에 대해 꽂혀 있는데
생각을 정리해서 빨리 글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주네요,
햇빛처럼님이 퍼다 준 시 한 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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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0.12.04 15:28:21 *.64.107.166
네 그렇습니다. 시를 완벽하게 느끼기에는 아직 살아온 날이 적지요.

제가 저 나이가 되면 저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요즘 시집을 자꾸 손에 들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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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09:20:55 *.160.33.21

호식아,  
쉰살의 구절은 너무 늙어 아직 알 수없고,
마흔 살, 나도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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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0.12.05 18:53:42 *.64.107.166
네 사부님..

그럼 서른 구절이 마음에 꽂히는 걸 보면 이제서야 서른 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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