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 조회 수 3770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물
최인호/ 인연/ 랜덤하우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는 오래전부터 작은 칼국수 집이 하나 있다. 나는 유난히 콩국수나 칼국수 같은 면 음식을 좋아해서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창 앞에 내걸린 '콩국수'라는 선전 팻말을 보고 들어가서 먹었는데 참 맛이 있었다.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도 가게는 깨끗하고 품위 있게 실내를 꾸몄으며 무엇보다 정성을 다해 만드는 국수 맛이 일품이었다. 내가 그 집 국수 맛에 홀딱 반해 단골이 되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국수 한 그릇의 풍미가 마약처럼 나를 중독시켰던 것이다.
단골이 되다 보니 자연 그 식당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그 칼국수 집의 사장은 젊은 사람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국수를 만들고 아들은 식당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 만한 명소가 되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거창한 요식사업을 벌이기 위해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칼국수 집의 사장은 사실 유명한 대기업을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그가 전혀 자신과는 인연이 없던 칼국수 집을 열게 된 건 사실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유난히 칼국수를 잘 만들던 어머니의 오랜 소원이 자신의 식당을 갖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의 원로 교수인 데다 사대부 가문 출신인 아버지는 참으로 보수적인 양반이라 어머니는 감히 아버지에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전전긍긍 속만 앓았다고 한다. 만약 아버지에게 말이라도 꺼냈다면 속이 시원했을 거라고 말하는 어머니를 보며 아들은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어느 날 대출을 받아 아들은 아버지 몰래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드렸다. 어머니에게 작은 칼국수 집을 선물한 것이다.
개업 첫날, 회사를 일찌감치 조퇴하고 가게로 달려간 그는 내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막상 식당을 차려드리긴 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야 익히 알고 있지만 어디 먹는 장사라는 게 음식 맛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무리하게 식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당한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았다. 만약 영업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면 몇 달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첫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부터 문을 열었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다. 아버지 몰래 개업한 식당이라 지인들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음식 냄새가 나지 않는 식당은 썰렁하고 불안했다. 풀이 죽은 듯 어머니도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하루가 갈 것만 같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인 없는 식당에 잘못 찾아든 어리둥절한 손님들처럼.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무도 찾아올 것 같지 않아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첫 손님이었다. 그리고 세 명의 손님이 약속이라도 한 듯 연이어 들어섰다. 그는 거의 만세를 부를 뻔했다. 세 명은 일행이었고 한 명은 혼자 온 손님이었다. 어느새 식당 안은 네 명의 손님들로 활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칼국수를 시켰다. 생에 처음으로 손님을 맞은 어머니는 긴장으로 손을 떨며 국수를 말았다. 이마에 땀이 흥건히 맺혔고 어머니는 밀가루가 허옇게 묻은 손으로 자주 땀을 닦아야 했다. 한 십 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칼국수가 다 끓었는데 글쎄 어머니는 그 국수들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내버리는 것이 아닌가. 겨우 한 젓가락 맛을 보고 제대로 만들어진 국수가 아니라 도저히 손님에게 줄 수 없다며 버린 것이었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주방 문턱에 서서 다시 국수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그처럼 진지하게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 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정말이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수를 말고 국물을 만드는 듯했다. 그건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라 거의 밀가루로 된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한 십여분이 지났을까. 손님들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칼국수 한 그릇 만드는 데 뭐 이리 미적거리냐며 아우성들이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나올 겁니다."
그는 손님들에게 달려가 손바닥을 비비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시 만든 칼국수를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렸다. 무려 8인분의 칼국수가 고스란히 버려진 쓰레기통에선 들큰한 국물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문득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무리인가. 일생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집안에서만 살아온 양반이다. 약삭빠르게 해도 살아남을까 말까 한 세상에서 이래서야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는 하얀 김이 무성하게 피어오르는 쓰레기통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가슴이 울렁이고 답답했다.
"어머니! 이래서 어떻게 장사를 하시겠단 거예요?"
"얘야, 나를 찾아온 손님들이야. 아무 맛이나 보여줄 순 없지 않니?"
어머니는 와들와들 손까지 떨어가며 말했다. 하지만 어미니의 말씀은 너무나 고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졌다. 무슨 칼국수 하나를 만드는 데 그리 요란을 떤단 말인가. 정성을 다해 만드는 건 좋다. 하지만 이 바쁜 세상에서 아무도 그 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의 예상대로 삼십여 분이 지나자 성질 급한 손님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세 명이 일행으로 온 손님들은 온갖 불평을 쏟아내며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첫번째로 들어온 손님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신문을 보며 앉아 있었다. 그는 절로 한숨이 나와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왔다.
어쨌든 드디어 칼국수가 완성되었다. 어머니는 쟁반에 칼국수와 반찬들을 가지런히 받쳐 들고 손님 앞으로 느리게 걸어 나갔다. 어머니의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고 표정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오래 기다린 손님이 신문을 접고 드디어 칼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어미니는 손님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다가 그가 눈치를 주고서야 조용히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한 십여분 천천히 국수를 먹고 국물을 후루룩 다 마시고 난 손님이 어머니를 불렀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칼국수를 좋아해서 온갖 동네의 칼국수를 다 먹어봤지만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봅니다. 아주머니, 아주 잘 먹었습니다. 이 집은 분명 단골손님들로 넘쳐날 겁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요새 어디서 먹어보겠습니까."
손님의 아야기를 들으며 그는 부끄러웠다고 한다. 손까지 부들부들 떨어가며 국수를 만든 어머니는 손님의 칭찬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고맙다고, 다시 오신다면 그때 더 맛있는 칼국수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어머니가 옳았던 것이다.
세상에 눈치 빠르게 손님의 비위를 맞춰주는 식당은 얼마든지 많지만 자신의 자식을 먹이듯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결국 그 진심과 정성을 알아줄 것이다. 손님의 예언대로 곧 어머니의 칼국수 맛은 소문을 타고 전해져 식당은 개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유명해졌다. 심지어 대통령마저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로 어머니의 칼국수 맛은 세상에 공히 인정을 받은 것이다. 만약 그의 어머니가 식당에 찾아온 손님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고집스럽게 국수를 다시 만들지 않았다면 그처럼 식당은 성공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소위 현대적인 기법을 도입하여 재료값을 줄이고 마진을 높여야 한다는 아들의 주장에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는 내 국수를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다. 그 생각을 하면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다. 마진을 높이는 장사보다 진짜 맛있는 국수를 대접할 수 있는 장사가 아무래도 내겐 더 맞는 것 같구나."
가장 소박한 음식 중에 하나인 칼국수를 가장 소박하고 진실한 정성을 다해 만드는 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상 진심이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어 있다. 나는 요즘도 칼국수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그 집을 찾아가곤 한다. 거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맛있는 음식이란 세상에 없다.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sssssss
The education system in nation reforms to lead a group to make progress a circumstance according to the experimental unit to make experiements the item carry on dynamic state adjustment and add.Being not concrete to measure and guaranteeing isn,t good enough, result <a href="http://www.beltsmy.com/salvatore-ferragamo-belt-black-p-1893.html">custom western belt buckles</a> not obvious, the <a href="http://www.beltsmy.com/">Cheap Belts</a> crowd is dissatisfied with of <a href="http://www.beltsmy.com/gucci-belt-black-leather-p-1899.html">western belt buckle</a> experimental unit item, to make experiements with the reform the name carry on falsely be do the experimental unit unit of learning the behavior, will give adjustment.In order to strengthen to the instruction that educates a system reform experimental unit, the education consultative committee in nation will carry out a circumstance to carry on valuation to the experimental unit and educate a system to reform to lead a group to put forward a report to the nation in time.(Four)strengthen a publicity guide.Educate system reform the political, policy is strong, various communities deep concern.Pushing forward to educate system reform is the common responsibility of whole societieses, well develop democracy, extensively hear different opinions, mobilize an everyone noodles strength to support reform.Want well aggressive of transfering large teachers and the students, employee and educator, encourage that they participate in reform, hurl body reform.To at reform in the fulfillment flow out new way of thinking, new way now, lately raise Cuo, as long as being advantageous to education science to develop, should give protection <a href="http://www.beltsmy.com/">Leather Belts</a> and support.To insist a correct public opinion direction the reasonable guide society expects and does more policy publicity, the solution Yi release to delude of work, do to promote a consensus and unify the work of thought more, do more typical model to report, demonstrate a guided work, construct whole social concern, value, support education reform of good atmosphere.
Office in State DepartmentOctober 24, 21 yearsAuthor:Heilongjiang province(source:Chinese government net)(Responsibility editor:Huang Shan)Under the background that economy in the world haven,t come out international financial crisis shadow, local inflation pressure continuously strengthens, the our country macroscopic economic situation becomes the focus that the everyone <a href="http://www.beltsmy.com/salvatore-ferragamo-belts-c-159.html">Salvatore Ferragamo Belts</a> pays attention to.To <a href="http://www.beltsmy.com/dg-belts-c-161.html">D&G Belts</a> this, several experts mean on the 12th, the our country economy will continue to keep steady to develop a little bit quickly in 2011.The nation statisticses"2010 annual conventions in finance and <a href="http://www.beltsmy.com/dolce-gabbana-leather-belt-golden-p-1886.html">western belts</a> economics China"s that always economic teacher Yao view source in the bureau just sponsors with Xun net up mean, 2010 is an our country, the economic situation develops for more complicated year.For all that, our country the economy still keep keeping steady a little bit quickly and increasing soon, this achievement come it <a href="http://www.beltsmy.com/">Leather Belts</a> not easy.Researcher, Chen Xi Kang, in the estimate science research center in Chinese science, hospital said that currently inside need first step have already become us the main motivation of national economic growth.2011 will continue to increase inside needing the contribution that increases to the our country GDP and invest among them is mainly pull one of the powers.He said that the consumption has ascension in 2011 annual conventions to the contribution rate of economic growth, but the contribution rate promotes not and quickly.But still keep existing indetermination because of the external economic environment, it is higher to plus in 2010 cardinal number, import and export is increasing soon may have to lower in 2011.

wedding Dresses
I think that marriage is a major event in life, wearing a wedding dress, red carpet and a loved one, imagine you are the focus of audience, a beautiful bridesmaid dresses makes you more perfect, a white cocktail dresses can make you white, flawless red evening dresses can make you More festive wedding, little black dresses customs of the different choice of representatives, I would like to introduce you to a website address is: www.romancearound.com , 24-hour online service, and now, 85% discount.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69 | 열등생 - 자끄 프레베르 [1] | 한정화 | 2010.12.28 | 3027 |
3268 | [02]숲속의 사랑- 이생진 [7] | 햇빛처럼 | 2010.12.24 | 3535 |
3267 | 눈물은 왜 짠가 [3] | 한정화 | 2010.12.24 | 3008 |
3266 | 두 가지만 주소서/ 박노해 [4] | 써니 | 2010.12.23 | 3426 |
3265 | [01]거미 - 이면우 [4] [29] | 햇빛처럼 | 2010.12.23 | 3799 |
3264 | 긍정적인 밥 - 함민복 [6] | 부지깽이 | 2010.12.22 | 3459 |
3263 | 그리움은 돌아갈 곳이 없다/ 고은영 [6] [4] | 써니 | 2010.12.20 | 2851 |
3262 | [16] 비까지 오다니 - 원태연 [2] [1] | 햇빛처럼 | 2010.12.18 | 3238 |
3261 | 아니다/ 박노해 [3] [38] | 써니 | 2010.12.17 | 4646 |
3260 | [15]음복 - 강연호 [2] | 햇빛처럼 | 2010.12.17 | 2790 |
3259 |
딸기밭 사진편지 108 / 어떤 날 ![]() | 지금 | 2010.12.16 | 2443 |
3258 | [14]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중에 - 도종환 [7] | 햇빛처럼 | 2010.12.16 | 3211 |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물/ 최인호 [2] [3] | 써니 | 2010.12.15 | 3770 |
3256 | [13]세월 - 도종환 [3] | 햇빛처럼 | 2010.12.15 | 2581 |
3255 | [12]흔들리는 사람 - 박남준 [2] [25] | 햇빛처럼 | 2010.12.14 | 3293 |
3254 | [11]열매 - 마종기 [2] | 햇빛처럼 | 2010.12.13 | 2408 |
3253 | [10]강 - 강연호 [2] | 햇빛처럼 | 2010.12.12 | 2438 |
3252 |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5] [19] | 햇빛처럼 | 2010.12.11 | 5504 |
3251 | 군고구마 굽는 청년 - 정호승 [2] | 햇빛처럼 | 2010.12.10 | 3327 |
3250 | 梨花嶺/ 안상학 시 [7] | 써니 | 2010.12.09 | 3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