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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여러분이

2010년 12월 28일 16시 29분 등록
 

식물원 주인

 

 

시인을 꿈꾸다가 시 대신 땅에 나무를 심어

식물원 주인이 된 그가 말했네

상처 없는 시가 없듯이

지상에 상처 없는 나무는 한 그루도 없더라고 했네

살아서 바람 앞에 흔들리는 목숨에

상처는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빛나는 증표

쓰라린 아픔으로 진물을 흘리지만

깊은 성찰을 던진다네

시건 나무건 상처가 있어 가엽고 사랑스럽지, 그러니까

상처는 그 자체로 참혹하고 아름다운 생명!

그것을 알아본 식물원 주인! 그는 벌써 빛나는 시인이었네

그가 키운 저 푸른 상처들, 바람 앞에 나풀거리는 생명들

뿌리의 감옥에 갇혀서도 자유롭게 흔들리며

하늘로 치솟는 나무들을 보며

누가 보라고 저리 푸르렀을까 물었더니

주인이 없지!  보는 사람이 보는 거지! 라고 대답하네

시도 시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다 가지듯이

 

 

==

 

다산의 처녀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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