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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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
고백하건데 먼저,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주발 하나 오래 꿈꿨다
모든 아침을 위해 주발은 비어 있다
그렇게 자신을 타이를 수 있게 되기까지 십년이 걸렸다
부시고 행궈 밤내 엎어놓던 이들의 가슴
한끝에 가닿는 데 또 십년이 필요했다.
나는 백년은 견딘 낡은 주발 하나 책상위에 두었다
젊은 날 슬픔과 기쁨의 바닥에 희게 가라앉은
바로 그 밥그릇이다 너무 커 이제 용도 폐기된
주발의 서늘한 배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본다
여긴 뜨건 밥 채우고 또 후후 불어가며 먹느라 땀 젖은
마음들 흥건하다.
그러니 다 살았다고?
투박한 손 거기 담그면 살아내야 할 날들
왕소금 처럼 버석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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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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