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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6일 08시 44분 등록

삶의 여정이나 작품 색감에 있어서나 가히 여자 고갱이라 할 수 있을 프랑스 천재 여류화가 세라핀 루이의 일대기를 너무도 아름다운 배경에 담은 프랑스 영화, "세라핀"

마리유 끌로데와 같은 해에 태어나 1년 먼저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상리스의 여류 천재화가
세라핀 루이 (Seraphine Louis: 1864~1942).

수녀원에서 지내던 세라핀은 어느날 성모님으로부터 그림을 그리라는 계시를 받고 수도원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 후, 남의 집 허드렛 일을 해주면서 궁핍한 생활 가운데 짬을 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보니 자연의 모든 재료가 그녀 그림의 소재가 되고, 심지어 성당의 촛농까지도 활용한다. 그래서일까. 그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색깔들은 일반 화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수도원을 나오게 된 이유도, 그 이후의 행보도 모든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소를 끌어내기만 하며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세라핀. 그런 그녀를 방문한 수녀님들에게 세라핀은 아무 것도 힘든 건 없는데, 일을 많이 해야 해서 그림 그릴 시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한다. 사람들의 모든 비난과 조소에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삶..

그런 그녀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니, 다름아닌 독일인 미술 평론가이자 화상인 빌헬름 우데가 휴양차 상리스에 오게 된다. 피카소의 그림을 가장 먼저 구입하고 앙리 루소를 발굴한 당대의 최고 비평가이자 화상인 빌헬름 우데는 상리스 사람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세라핀의 그림을 보고 단박에 그녀가 천재적 재능을 지녔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세라핀이 더 깊이 침잠하기를 원하셨던걸까. 독일 탈영병이었던 우데는 전쟁이 터지자 프랑스를 떠나야만 했고, 그가 다시 상리스에 돌아온 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인 1927년. 무려 13년이 지난 뒤였다. 그 동안 세라핀은 어떻게 변했을까..

상리스 지역마을의 조그만 전시회 앞에서 세라핀의 그림과 마주한 우데는 천재적 재능을 지녔던 세라핀이 마침내 천재가 되었다는 말을 토해낸다. 그 길로 다시 세라핀을 찾은 우데에 의해 지난 13년간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어가며 바닥에서 바닥으로 전전하며 그림만이 살아있는 이유였던 세라핀은 드디어 세상에 화가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천재들이 늘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공통적인 길을 그녀도 걷게 되니, 우데를 만나 생활이 편해짐과는 반대로 그녀의 정신 세계는 서서히 광기의 길로 그녀를 이끌어 간다. 도대체 왜 천재들은 광기어린 삶을 피할 수 없는건지.. 예전에는 천재는 어째서 광적인 기질을 지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였지만, 이제는 그 질문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광적으로 몰입하지 않으면 천재의 길에 오를 수 없는건지.
천재의 광기는 과연 재능의 광기가 아닌 몰입에의 광기인건지 말이다..

결국 세라핀은 정신병동에 갇히게 되고 그 곳에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우데는 그런 그녀를 대신하여 세상에 이 천재화가를 알리며, 끝까지 그녀의 후원자 역할을 감당한다. 

상리스의 여류 천재화가, 세라핀 루이스. 
슬픔에 젖어있는 우데에게 그녀는 슬플 때는 작은 숲 길을 걸어보라 한다. 그러면 나무들이 말을 걸어올 거라고.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세상 슬픔은 다 사라진다고.. 

단 한번도 정상적인? 일반적인? 혹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않았던? 천재화가, 세라핀. 
그녀의 삶 앞에서 예전에는 분명했던 많은 것들이 이젠 헷갈린다. 우린 그녀의 삶을 비정상적이라 이야기해야 할까..? 아니면 비범했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일반적인 삶을 살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살지 않았던 것일까? 

인간은 도대체 왜 대중과 다른 삶을 살아가면 조소와 비난의 눈길을 보내는걸까..? 혹시라도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그렇게 표출하는 것은 아닐까..? 세속의 끈을 끊고 자유의 길로 접어든 그들에 대한 질투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울컥 올라왔다. 아마 그녀가 살아생전 받았던 조소가 너무 아팠던 것 같다..

이 모든 의문과 질문을 뒤로하고, 세라핀은 그저 "자신의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라 답한다. 단 한번도 정규 과정에서 그림 공부를 해보지 못했던 그녀는 전적으로 수십년간 성모님을 섬기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으며 작품 활동을 계속한다. "성모님과 자연이 낳은 천재"라고나 할까. 외로울 때면, 숲 속으로 가서 가장 큰 나무 밑에 앉거나 나무 위로 올라가 몇 시간씩 머무르며 영감을 얻었던 고독한 천재, 세라핀.

그런 그녀의 작품 색깔은 얼핏 고갱을 연상시킨다. 상리스의 풍경과는 달리 굉장히 강렬하고 자연 혹은 야성적인 색감이 베어난다고나 할까.. 

스틸이미지

끝으로 세라핀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세라핀의 작품을 제외한 영화 전반에서는 원색이 철저히 배제된다. 프랑스의 섬세한 세련미가 자연과 매치되면서 은은하게 전해져 온다. 장면 하나하나, 심지어 그녀의 허름한 방조차 프랑스인들의 빼어난 미적 감각을 감출 수 없는 영화. 

언젠가 요한님께서 내게 선물해주신 나무그림과 같은 장면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초록색도 아니고, 연두색도 아닌 두 가지 색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따듯한 초록색의 커다란 나무 아래. 바람부는 소리까지 담아내는 섬세한 예술적 감각에 마치 내가 벌판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좋았다. 그 평온함..

프랑스의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영화 전체가 하나의 작품인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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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북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IP *.12.19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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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7:14:04 *.93.45.60
예전에는 천재는 어째서 광적인 기질을 지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였지만, 이제는 그 질문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광적으로 몰입하지 않으면 천재의 길에 오를 수 없는건지.
천재의 광기는 과연 재능의 광기가 아닌 몰입에의 광기인건지 말이다..

?????? 저도 늘 이건 궁금해요. 그리고 천재가 외로운 이유도 늘 궁금해요.
제가 어려서 본 많은 화가들이 슬프고 우울해서. 그리고 그들의 그림에 슬픔이 너무 강해서..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었어요. 그림을 그려서 우울한 건지,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 몰랐죠.
....... 그리고 천재가 아닌, 세상에선 그리 말하죠, 취미로 그림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그림을 보고는, 동호회 전시회의 그림을 보고는 그림이 밝아서 그림그리는게 우울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차츰하게 되었죠. 
그래도 역시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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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7:16:55 *.93.45.60
제가 본 많은 만화책이나 어린이책에선 사람들이 비난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던구요.
'그들은 네가 부럽기 때문이야.'
'그들은 두렵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의 그 생각이, 너의 그 그림이 자신들에게 파고드는 것을 막으려고 그러는 거야.'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서 이런 답을 해는지는 몰라요.

자신과는 다른 어떤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을  성숙의 정도라고 한다면.... 더 많은 포용력을 달라고 더 큰 수용력을 달라고 기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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