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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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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8일 21시 51분 등록

가끔, 멍청한 내 머릿속에서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폭탄처럼 터져 나옵니다.

 

****

 

2010년을 마무리하는 12월의 어느 날, 단식을 계획했다. 계속되는 음주와 폭식을 멈추고 늘어난 뱃살을 정리해야 했다. 아니, 그 무엇보다 나를 만나야 했다.

 

새 달력에 감식 일정을 잡고 단식과 보식 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한 해를 준비하자고 다짐했었다. 나와의 약속에 설레며 맞이한 2011년 1월, 사장님과의 간담회와 점심 식사 일정이 느닷없이 끼어들었다. 5년차 학습지 교사 김미영이 전사 TOP 10 에 들어 시상을 받게 된 것이다. 뭔가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아서 확 잡았는데 꽤 큰 게 잡힌 것이었다. 단식은 미뤄졌다. 더불어 나와의 만남도 연기되었다.

 

큰 아이의 고입 원서를 조금 무리해서 쓰는 바람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에서 살게 된 우연이 원망스럽고, 내 욕심에 상처받은 아이에게 미안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서 후기로 인문계 진학을 결정하며 일단락 지었다.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전세 아파트의 소유주는 여의도 순복음교회다. 2년 전, 부동산에서 만난 ‘담당자’는 사람 좋은 미소로 오래오래 편히 사시라며 종교인다운 인상을 남기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사이 담당자는 연락도 없이 바뀌었고, 새로운 담당자는 전세금 인상을 전화로 통보했다. 7천만 원인데 6천만 원만 올려 달라며 선심을 쓰듯이…. 2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법인 소유주의 경우,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사 또한 만만한 문제가 아니어서 담당자에게 사정한 결과 금액 조정이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재계약을 했다.

 

2011년을 요란하게 시작한 덕분에 감기 몸살은 나아지지 않은 채 두통과 스트레스가 더해져서 나와의 만남은커녕 휴식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2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제, 결국 일이 생겼다.

 

저질체력으로 목요일 저녁 9시 30분쯤 마지막 수업을 하러 방문한 집에서, 거실 탁자에 무릎을 세게 부딪힌 갑작스런 통증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20초 정도였다고 한다. 나는 만다라를 보며 깨어났고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짐을 경험했다. 나 때문에 놀랐을 아이와 엄마에게 미안해하며 짧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 아주 많이 무섭고 두렵고 불안했다.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우는 것이었다. 울 수조차 없었던 그 가느다란 긴장이 풀리면서 나는 또 정신을 놓을 뻔 했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 언젠가의 나는 팔꿈치를 부딪혀서, 손톱이 빠져서, 사랑니를 뽑다가,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정신을 잃곤 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후론, 어디서 생긴 건지 알 수 없는 힘 덕분에 그럭저럭 잘 버티곤 했던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두 딸을 키우며 사는 맞벌이 여성이다. 현재 내 수입이 남편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풀어서 말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내 수입이 변한 것이 아니기에. 남편은 여전히 힘겨워하고 아이들은 커가고 내 몸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동안 나를 살게 했던 그 알 수 없는 힘, 모성애의 뿌리가 흔들린다. 나는, 지금, 몹시, 힘들다.






IP *.124.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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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11.02.19 01:11:27 *.12.21.65

국수를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은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단식은 생각하지도 마셔요...

'위로'라기 보다
손이라도 꼭 잡아주고 싶은데 전할 길 없어
뭔 말이도 말을 건네고 싶은데 적절한 어휘를 찾지 못하여 
.
사슴을 닮은 눈가에
사슴을 닮은 착한 입매무새에
짧은 미소라도 번지기를 바래어 보며
시 한편을 골라 봤습니다

김이 서린 뿌연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싶은 마음에
이 시로 선택했는데..

단식은 절대 생각지도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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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1 21:22:39 *.124.150.202
국수 한 그릇, 뜨끈하게 잘 먹었어요.

아주 많이 고마워요.
참 괜찮은 위로네요.
시도, 글도.. 그래요.

난.. 왜 자꾸 징징거리게 되나 몰라요.
좀 다부지고 당차게 살아내고 싶은데 번번이 주저앉아서 멍때리고 먼 하늘만 바라보고..
그러니 늘 늦되고 더디고.. 게다가 게으르기까지.. 에휴~

나이 먹는 거, 그거, 잘하고 싶은데 것두 욕심인가봐요. 힘드네요.
암튼, 무지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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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2.20 10:21:50 *.254.8.100

"인생이 어둡고 황량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글을 쓸 수 있다면, '개 같은 내 인생'이라는 한 마디만이라도 휘갈겨 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예술가로서 계속 견뎌 나갈 희망과 용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견디면서 자신의 창조적인 힘을 발견할 것이다."
- 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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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1 21:52:41 *.124.150.202
한 선생님!
그게 말이에요. 글 쓴다는 거요. 제겐 사치 같단 핑계를 대곤 했어요.
먹고 살기 우끼고 앉았는데 뭔 소리냐고, 시끄럽다고, 다 관두고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결정적으로 애들이요. 애들이 참 잘 커요. 필요한 건 엄마도, 사랑도, 뭣도 아니고 돈이더라구요.
나 자신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책임도 있잖아요. 애들이.. 크는데..
엄마란 이름이 그걸 몰라라 할 수가 없더라구요.
돈이 되는 책을 쓸 능력은 안되고.. 그러니 일 한단 멋진 핑계를 만들었죠.
제가 아직 한참 멀었어요. 아마 꽤 걸리겠지요? 더 많이 뭔가를 견뎌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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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0 20:33:44 *.160.33.89
미영아,  이제는 정신 놓지마라.  
가끔 울어도 좋고,  모서리에 정강이를 찧어 비명을 질러도 좋다. 
결국 너는 쓰게 될 것이다.  쓰는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    네겐 중요하다. 
그게 네가 제일 잘하는 것이니까.   
세상을 살며 가장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 
너는 승리의 맛, 그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는 잠시 졸도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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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1 22:10:03 *.124.150.202
꿈 선생님..
선생님 말씀에 자극 받아서 글 좀 쓰면 좋으련만..
제가 참, 정말, 창피하게도, 뭘 쓸지 몰라서, 제 얘기만 파먹고 있답니다.
늘 칭찬을 해주시니.. 너무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 진짜, 선생님..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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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10:41:51 *.230.26.16
미영 언니~
깡미 북콘서트 뒤풀이에서 저 언니라고 부르기로 한거 맞죠? ㅎㅎㅎ
작년 초 언니의 '오리날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도 몇 번이나 한 거 기억하지죠? ㅎㅎ
그냥 재미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마음에 닿았더라는 말 하고 싶었어요.
오늘은 음,,,
눈물이 났어요.
그렇지만 언니가 돌아와서 기뻐요.
스승님 말처럼 저도 언니가 결국은 쓰실 거라는 것을 믿게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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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1 22:17:55 *.124.150.202
아ㅏㅏㅏㅏㅏ ... 참 부끄럽지만 고마워요.
뭐라고 답글을 써야할 지 몰라서 암말 안할려고 했는데 것두 아닌 것 같아서..
아니, 그래도 딱히 할 말이..
걍, 나중에, 글 많이 쓸게요. 뭐, 언젠간, 그러고 싶어요.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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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2.21 11:09:05 *.30.254.21
포차에서,
정야님과 국수먹을 때 불러주세요

국수 안주로, 술 먹으면서 들으면
정말 괜찮은 노래한 곡
멋지게 불러드릴께요

지금 필요한 것이, 용기일까요?
사랑일까요? 잘 모르겠지만...
동굴에서 빛이 나오는 터널로 전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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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3 21:48:07 *.124.150.202
느낌을 표현할 때 활용할 만한 단어들..
기쁘다, 흐뭇하다, 뿌듯하다, 상쾌하다, 안락하다, 감동스럽다, 고맙다, 놀랍다, 흡족하다, 유쾌하다, 명랑하다, 즐겁다, 짜릿하다, 시원하다, 신바람 난다, 반갑다, 사랑스럽다, 뭉클하다, 후련하다, 든든하다, 근사하다, 아늑하다, 행복하다, 자랑스럽다, 황홀하다, 통쾌하다, 멋있다. 재미있다, 흥분된다, 기쁨에 넘치다, 믿음직스럽다, 감격스럽다, 짜릿짜릿하다, 평화롭다, 예쁘다, 자랑스럽다, 따뜻하다, 부드럽다, 정답다, 상냥하다, 미친 듯이 기쁘다, 날아갈 듯이 홀가분하다, 살맛 난다, 신 난다, 눈물겹다, 마음이 확 열린다, 벅차다, 산뜻하다, 싱그럽다, 야릇하다, 환상적이다, 재미있다, 후련하다, 그립다, 자신만만하다, 믿을 만하다

음.. 이 중에서 지금의 내 느낌을 하나만 고르라면, 든.든.하.다.
하나 더 고르라면, 살.맛.난.다.
고마워요. 술한잔,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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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2.22 23:49:36 *.34.224.87
인생길이
눈물길이지요.

울어본 사람은
그길을 알구요.

 같이 국수에 술한잔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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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1 22:22:19 *.124.150.202
제가 그때, 작년 연구원 첫 모임 때, 계곡에서 부르는 노랫소리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죠?
그래서.. 음.. 안 들으려고 해욧!
그러니 국수를 먹든, 술을 마시든, 부르지 마세욧! 게다가 멋.지.게. 라뇨!!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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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5:59:13 *.93.45.60
그래도 언니가 울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울지 못할만큼 긴장하는 건 그렇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와서라도 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집밖에서 울지 말고 그래도 사람있는 곳에서 울어요. 제가 위로해 주지 못해 미안해요.
정말이지 울지도 않는 사람을 보는 건 더 가슴아파요.
그 모습을 보는 옆사람들이 대신 울어주거든요... 그러니까 꼭 사람들과 어울려요.

사람들은 종이에다가 가끔 속상하게 하는 것들을 마꾸 쓰고 낙서를 하고 또 욕을 쓰기도 해요. 그런 노트를 우스개소리로 [데스노트]라고 하데요. 일본애니메이션중에 그런게 있어서 그런가.
그냥 거기서 써서 묻어두면 며칠은 버티나 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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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2011.02.26 10:31:38 *.124.150.202
좋은 생각~ 그러게. 나도 그래서 좀 배워볼까 해. 욕!
근데 이걸 어디서 배워얄라나??? 글로 배워도 써먹을 수 있을라나?
앗! 욕쟁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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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ell
2011.03.02 17:50:15 *.40.150.157
Life is movement, movement requires good equipment, a pair is air max essential to protect your feet, the movement will be better, if you select the feet will not hurt, if you have air jordan, you can let your Exercise to get better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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